[데스크칼럼] 어느 ‘카카오 키즈’의 몰락

파티게임즈, 코스닥 상장 폐지될 운명…경영미숙ㆍ기업혁신 실패로 쓴 잔

2018-10-02     김병억

‘카카오’ 하면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초창기만 해도 회원은 많았지만 수익모델이 없어 미래가 불안한 기업이었다. 무료 메신저라는 획기적인 서비스를 통해 수백만명의 회원을 확보했지만 막대한 투자를 계속 하면서 자금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이 같은 자금난을 단숨에 해결해 준 것은 바로 게임사업이었다. 회원들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전략을 대성공을 거뒀고 적자에 허덕이던 이 회사를 단숨에 흑자로 돌려놓았다. 이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찰떡궁합을 이룬 SNG(소셜네트워크게임)의 덕분이었다.

이때 유저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SNG 3인방은 선데이토즈의 ‘애니팡’과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그리고 파티게임즈의 ‘아이러브커피’였다. 이들 세 작품은 간편하면서도 중독성 강한 매력으로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승승장구하던 세 업체는 나란히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꿈을 이뤘다. 코스닥 상장은 스타트업 기업 모두가 꿈꾸는 최상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세 업체는 운 좋게 단 시일에 이런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들 세 업체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었다. 모두 한 작품의 성공만으로 코스닥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코스닥에 입성하기 이전에 컴투스와 게임빌이라는 모바일게임 터줏대감들이 있었지만 두 업체 모두 매서운 신고식을 치른 끝에 겨우 코스닥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SNG 3인방은 너무 쉽게 코스닥에 상장됨으로써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세 업체 중 가장 늦게 코스닥에 상장됐던 파티게임즈는 실적 부진에 시달리다가 결국 상장폐지라는 극약처방을 받게 된 것이다. 나머지 두 업체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아직은 비전을 잃지 않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때 '카카오 키즈'로 불리며 화려하게 코스닥에 입성했던 파티게임즈가 불과 4년만에 상장 폐지를 코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1월 5일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 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고 그해 7월 SNG ‘아이러브 커피’를 출시했다. 이후 ‘아이러브 커피’를 카카오 플랫폼에 선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퍼즐바리스타’ ‘해피 스트릿’ ‘몬스터 디펜걸스’ ‘무한돌파 삼국지’ 등 다수의 작품을 잇따라 출시했고 2014년 5월 텐센트로부터 200억원을 투자 유치한 후, 1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회사의 앞날은 창창해 보였다. 하지만 신작들의 성적부진과 미숙한 경영으로 이 회사의 실적은 곤두박질 치며 적자로 돌아섰다. 결국 창업자인 이 대형 대표가 2016년에 모다에 경영권을 넘기며 먹튀논란이 일기도 했다. 모다에 피인수된 후 이 회사는 비엔엠홀딩스 지분 확보, 가상화폐, 바이오 사업 진출 등 사업다각화에 나섰지만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이 회사는 올해 3월 감사의견 거절에 따른 상장폐지 사유로 거래가 정지됐고, 재감사보고서를 제출했으나 의견거절로 내달 11일 상장폐지가 확정됐다. 이 회사는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상장폐지 결정 등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잘 나가던 파티게임즈가 이처럼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 마디로 운이 좋았지만 그 운을 지켜낼 만한 역량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철저한 검증 없이 너무 방만한 투자를 지속했고 성공에 안주하며 변화와 혁신을 하지 못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앵그리버드로 글로벌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로비오도 한 작품에 너무 의존한 나머지 경영위기를 맞았다. 이 회사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영혁신에 나섰고 지금은 많이 회복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단 시일에 갑자기 성공한 업체들은 ‘승자의 저주’라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온라인게임으로 성공했지만 모바일게임 시대에서 살아남은 넷마블게임즈와 엔씨소프트를 보면 그들이 혁신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혼신의 힘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지금도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코스닥 상장이라는 목표를 향해 뛰고 있으며 그 중 몇몇은 그 꿈을 이룰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코스닥 입성은 또 다른 시작이며 더 큰 비전과 혁신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는 것을 카카오게임 1세대 키즈의 씁쓸한 퇴장을 보면서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더게임스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hega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