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의 철저한 사전 관리 미흡이 아쉽다

지난 21일 필자는 평소 알고 지내는 금융당국자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번 대규모 상장폐지는 관련 행정부처에서 주도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난감한 입장이 있습니다.”

즉, 이번 국내 최대 거래소에서 해당 코인 재단에 1주일 간의 유예기간을 준 후 24종의 코인을 상장 폐지한 사건을 지켜보면서 의구심과 함께 몇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첫 번째,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코인을 정리하는 교활함과 비겁함

지나간 역사를 살펴보면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합당한 명분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갖다 붙이며 명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그 유명한 ‘통킹만 사건’을 만들었습니다(베트남에서 미국 군함을 공격했다고 했던, 알고 보니 자작극으로 판명). 이렇듯 자신의 허물을 감추기 위해 거짓 정보를 퍼트리면서 자신도 피해자인 것처럼 꾸미는 일이 수도 없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이번 퇴출 사건과 관련해 국내 최대 거래소에서 내세운 명분은 ‘투자자 보호’였습니다. 이를 촉발시킨 이유가 마치 특금법을 준수하고 금융기관의 규제에 맞게 대응하는 것인 양 타이밍도 아주 잘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대다수 투자자들은 “정부 부처의 정책에 따르는 것으로 거래소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릅니다. 프레임을 만들어 사람들의 생각을 거래소의 주장에 맞게 유도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다면 일 처리를 게릴라전을 펼치듯이 진행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진행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불거지고 난 후 뒤늦게 코인들을 정리하는 것보다는, 거래소 자체적으로 ‘컴플라이언스 활동’을 강화해 철저한 사전 모니터링으로 문제가 터지기 전에 선행적으로 관리/감독을 철저히 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상장과정에서부터 엄격한 심사로 문제가 될 만한 코인은 상장 자체를 하지 않았어야 합니다.

두 번째, ‘소명’이라는 요식행위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행위

단 일주일간의 소명 기회는 어찌 보면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P모 코인의 경우 6월 11일(금)에 공시된 유의 종목 지정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유의 종목 지정 사유

1)팀 역량 및 사업, 2)정보 공개 및 커뮤니케이션, 3)기술 역량, 4)글로벌 유동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내부 기준에 미달하여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그런데 6월 18일에 발표된 상장폐지 사유는 처음과 달랐습니다.

거래 지원 종료 사유

당사의 이상 거래 감지 시스템을 통해 투자자에게 공개되지 않은 유통 및 시장 매도 등이 확인된 바 있으며, 이에 대한 소명 과정을 진행하였으나 당사의 강화된 판단 기준에 의거, 해당 행위는 회복될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로 최종 판단하였습니다.

유의 종목 지정 사유와 상장폐지 사유가 서로 맞지 않습니다. 이상 거래에 대해서는 거래소에서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문제가 발생했을 당시에 조치를 취했어야 합니다. 뒤늦게 상장폐지를 발표하고 처리한다는 것은 평상시 감시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았음을 자인하는 꼴입니다.

또 다른 P모 코인의 사례를 살펴볼까요?

유의 종목 지정 사유

1)팀 역량 및 사업, 2)정보 공개 및 커뮤니케이션, 3)기술 역량, 4)글로벌 유동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내부 기준에 미달하여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앞의 P 코인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유의 종목 지정 사유입니다.

거래 지원 종료 사유

당사의 이상 거래 감지 시스템을 통해 투자자에게 공개되지 않은 유통 및 시장 매도 등이 확인된 바 있으며, 이에 대한 소명 과정을 진행하였으나 당사의 강화된 판단 기준에 의거, 해당 행위는 회복될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로 최종 판단하였습니다.

상장 폐지 사유 역시 똑같습니다.

한꺼번에 24종의 코인을 무리하게 정리하려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이유를 갖다 붙이고 있습니다. 한 종목도 아니고 여러 종목에서 이러한 행위가 실제 있었다고 한다면 발생 시점에는 알았지만 그냥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으며, 만약에 인지하지 못했다면 국내 1위 거래소로서의 역량이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거래소와 연관이 된 코인들을 먼저 선행적으로 정리한 정황이 보이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요?

거래소는 스스로의 역량이 충분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고 있으며 기술적 역량은 매우 뛰어난 것인지, 그래서 코인마켓캡(바이낸스 거래소에서 작년에 인수)의 마켓 영역에 들어가면 거래량이 의심되는 거래소로, 순위에도 제대로 랭크가 되어 있지 않은 이유를 자문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국내 최대 거래소의 코인마켓캡 내의 거래량 순위는 현재 7위이지만 거래소 순위는 왜 25위 밖에 있는 것인지 거래소 스스로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세 번째, ‘공평성’과 ‘공정성’을 모두 잃은 조치와 꼼수

‘5종의 원화마켓 제거’는 대외적으로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처럼 보이지만, 잘 살펴보면 상장 폐지까지는 시키지 않고 BTC 마켓에 잔류시키면서 피난처를 마련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마로의 경우 과연 상장 폐지된 코인들보다 더 좋은 코인이기 때문에 BTC 마켓에 잔류를 시킨 것인지 의구심이 생깁니다.

<MARO>

보유자 : 두나무앤파트너스

보유 디지털 자산 종류 : MARO (리브랜딩 이전 TTC)

거래소 상장 일자 : 2019-03-29

보유 디지털 자산의 수량 : 30,000,000

변동사항 및 누적 매도 물량 : 없음

보유 목적 : 투자 목적의 디지털 자산 보유

☆ TTC는 MARO로 2020년 9월 22일 리브랜딩 되었습니다.

이런 코인을 상장 폐지시키지 않고 거래소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번 상장폐지에 ‘읍참마속’ 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리브랜딩 시 방글라데시 여인의 사진을 올리고 리브랜딩 전에 퍼블리싱하면서 실제 인물인 것처럼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칠레 여인이었고 구글에 그냥 떠도는 사진이었습니다.

이번 조치를 통해서 이 거래소의 진면목과 경영철학, 투자자에 관한 생각 등을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피해에 따른 여러 가지 단체소송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 거래소는 한 분기에만 수수료 수익으로 5,500억 원을 벌어들인 거래소입니다. 소송이 일어난다 해도 별 신경을 쓰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은 이 사태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필자는 다음의 말로 이번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

감사합니다.

[필자=키웨스트]

★ 위 내용은 본지의 의견과 다를 수 있으며, 투자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니 신중한 투자를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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