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롤드컵' 결승전에 전국민 관심…아직 갈 길 멀지만 희망적

'2023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이 열린 지난 19일 서울 고척돔 경기장. 이 경기장을 가득 채운 1만8000여 명의 관중들은 우리나라 LCK 'T1'과 중국 LPL의 ‘웨이보 게이밍’이 맞 붙은 결승전을 지켜 보며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 들었다. 경기 결과는 우리 팀이 중국을 3 대 0의 압도적인 실력 차로 이기며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끝이 났다. 

이 경기를 지켜보며 필자는 20여년 전인 2004년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스카이 프로리그 2004 1라운드 결승전' 경기를 떠 올렸다. '스타크래프트' 종목으로 열린 이날 결승전은 한빛 스타즈와 SKT T1의 경기로 치러졌다. 같은 날 사직 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 관중이 1만 5000명 이었는데 이를 훨씬 압도하는 10만 관중이 몰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e스포츠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 경기 결과는 4 대 3으로 한빛 스타즈가 우승을 차지했다. 

공교롭게도 롤드컵 결승전이 열리던 19일은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한일 결승전이 열렸고 오히려 이 경기에 대한 관심 보다 롤드컵에 대한 관심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 열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달아 올랐다. 고척 스카이돔의 1만8000여 석은 이미 지난 8월 예매 시작 10분 만에 매진됐다.

이날 고척스카이돔 인근은 낮부터 입장을 준비하는 팬들로 일찍부터 붐볐는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도 국내외 e스포츠팬 수만명이 대거 운집해 응원전을 펼쳤다. 서울시는 이날 좌석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을 위해 광화문광장에 대형 화면을 설치해 경기를 생중계했다. e스포츠로 광화문광장에서 거리 응원전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그오브레전드(LoL)'는 2009년 글로벌 게임사 라이엇게임즈가 출시한 온라인 전투 게임으로 전 세계 월 이용자 수가 1억 명 이상이다. 리그오브레전드의 세계 대회는 월드컵 만큼 인기가 높아 ‘롤드컵’으로 불린다.

한국이 롤드컵을 개최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4년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8년에는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결승전이 각각 열렸다. 내년 롤드컵 결승전은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열린다.

KBS와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19일 저녁 황금시간대 뉴스를 통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롤드컵 경기 소식을 자세히 알렸다. e스포츠에 대해 이렇게 큰 관심을 보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20여년 전 프로리그 결승전을 지켜봤던 필자로서는 감회가 새로울 수 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e스포츠가 청소년들의 놀이문화로만 인식됐고 일부 국민들이 관심을 보였을 뿐이었지만 이제는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결승전이 끝난 다음날인 20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통해 “(T1의) 7년 만의 롤드컵 우승이자, 네 번째 롤드컵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우리나라의 명성을 다시 한번 세계에 알렸다“고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해 최우제, 문현준, 이민형, 류민석 등 T1 소속 선수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국민들과 전 세계인들에게 큰 즐거움과 감동을 줬다“고 썼다. 윤 대통령은 또 ”정부는 게임 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스포츠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일은 이 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는 역사상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국가의 명예를 걸고 쟁쟁국들과 겨루게 됐다. 이 대회 경기 결과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우리나라는 4개 종목에 출전해서 2개의 금메달과 함께 은메달, 동메달 한 개씩을 따 내며 e스포츠 최강국임을 증명해 보였다.

롤드컵 결승전과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e스포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본다면 e스포츠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분명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섰다.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 보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또 e스포츠를 주도하고 있는 게임 종목이 대부분 외국산 이라는 점도 아쉽다. 

20여년 전 '스트크래프트'가 e스포츠라는 새로운 스포츠 장르를 탄생시킨 이후 2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강산이 두번 바뀌는 세월 만큼 게임에 대한, e스포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환경도 많이 개선됐다. 

이제 남은 것은 게임이 청소년들 만의 것이 아니라 일반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중문화로 자리 잡는 것이다. 또 게임에 대한 편견을 벗어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장단점을 바라볼 수 있는 건강한 인식이 자리잡아야 하겠다. 

그리고 그렇게 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롤드컵' 결승전의 기분 좋은 여운이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더게임스데일리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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