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캠 우려에 국산 코인 상장엔 '뒷짐' ... 오로지 '버거 코인'에만 관심집중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원화 거래소의 외면으로 상장 대상에서 원천 배제되는 등 심각한 역차별을 받고 있다. 이들은 국산 코인의 시원찮은 경영 성적과 스캠 등으로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꾸준한 자정 노력으로 환경이 바뀌었음에도 이같이 등을 지고 있는 것이다.

클레이튼을 비롯해 테라, 위믹스 등 굵직 굵직한 국내 프로젝트들의 실망스런 행보역시 원화 거래소들의 태도 변화에 한 몫을 했다고 아니할 수 없겠지만, 좀 더 들여다 보면 꼭 그 이유만은 아닌 듯 하다. 대표 거래소인 업비트만 하더라도 김치코인에 대해 예전부터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물론 실체가 불분명한 프로젝트가 난립하고, 그로 인해 절벽같은 상황이 초래된 것은 맞다. 하지만 스캠이 꼭 김치코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가까이 있다 보니 부도덕하고 어설픈 행적이 쉽게 감지되고, '김치코인=스캠'이라는 착시현상까지 생기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고착화 된 듯 하다.

이런 조짐이 나타나면서 거래소의 문턱은 갈수록 높아졌고, 국내 기업에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김치코인'이라 부르며 평가절하 하는 거래소의 인식이 당분간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여 블록체인 종사자들을 절망케 하고 있다. 

압도적 1위 거래소인 업비트가 올해 신규 상장한 코인 중 국내 프로젝트는 단 한 건도 없다. 코인원 또한 지난 9월 한달 동안 12개의 신규 코인만을 상장했으며, 11월 현재까지도 적지 않은 상장이 이루어졌으나 국내 프로젝트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김치코인 기피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들이 과연 대한민국 거래소인지, 아니면 외국 기업을 위한 거래소인지 분간이 되질 않는다.

그렇다면 그들이 선호한다는 해외 프로젝트, 이른바 '버거코인'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버거코인도 스캠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빗썸이 글로벌 1위를 달리며 우리나라가 암호화폐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국내 거래소에 상장했거나 상장을 시도한 버거코인은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짧은 생을 마쳤고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김치코인만 유난히 스캠이 많았던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 5월 국내 5대 원화거래소는 페이스북 출신 개발자들이 만든 수이코인을 동시 상장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수이코인은 국내 상장 이후 70% 가량 하락했다. 수이코인 뿐 아니라 스테픈, 아발란체, 셀로, 아비트럼 등 상당수의 버거코인들은 국내 상장 후 최소 40%에서 90%가 넘는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원성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나라 암호화폐 거래소는 아직까지도 내국인만 가입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버거코인의 가격 하락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투자자들의 몫이라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버거코인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대응할 수도 없으며, 대응과정 또한 복잡할 수밖에 없다.  

거래소의 김치코인 기피현상은 국내 블록체인 산업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국내 상장이 쉽지 않은 탓에 적지 않은 상장피를 감당하며 해외 거래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국내 거래소에 김치코인의 인큐베이팅 역할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지는 이미 오래다.

굳이 애국심을 들먹이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거래소도 수익 실현이 목적인 만큼 간섭할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적어도 공정한 룰은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관성적으로 해외 프로젝트에게만 문을 열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국내 프로젝트에 빗장을 걸지 않고 간간이 상장을 하고 있는 거래소는 빗썸이다. 최근 수수료 제로 정책을 펼치고 있는 빗썸은 국내 프로젝트에 대해 차별없이 공정한 기회를 주는 정책을 펼칠 예정이라고 한다. 이같은 빗썸의 변화된 움직임을 과연 타 거래소에도 기대할 수 있을까?

같은 값이라면 국내 기업에 대해서도 동일한 기회를 주는 것이 마땅하다. 그것이 이 땅에서 사업하는 기업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거래소 가입 회원 100%가 이 나라 국민이고, 그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자금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라고 한다면 더 그렇다. 잘 해 주진 못 할 망정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해 문전박대는 하지 말자는 것이다.

[더게임스데일리 고상태 미디어신산업부 국장 qkek619@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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