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티ㆍ세가ㆍ소니 등 몸집 줄이며 선택과 집중에 주력 … e스포츠 산업계에도 슬림화 바람 거세다

렐릭엔터테인먼트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3'.
렐릭엔터테인먼트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3'.

 세계 경제가 경기 침체의 늪에서 점차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게임업계 만큼은 여전히 매서운 찬바람이 불고 있다.

게임 엔진 개발업체 유니티는 최근 1년간 벌써 세번째 정리해고를 실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225명에게 해고 통보를 내린 이후, 올해 1월에 284명을 추가로 감원했다. 그리고 이달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전체 직원의 8%에 해당하는 60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니티는 600명 이상의 대규모 감원에 대해 "회사 내 특정한 팀을 재구성할 계획이며, 정리해고를 통해 장기적이고 수익성 있는 성장을 도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유비소프트, 아마존 게임즈, 일렉트로닉 아츠(EA),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등 글로벌 게임업계 굴지의 대기업이 모두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밝힌 가운데, 유니티와 같이 이에 동참하는 회사가 하나 둘 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전략적 집중'을 구조조정의 가치로 내세우며 산하 게임 자회사 및 개발 스튜디오를 축소하고 핵심 타이틀에 자원을 몰아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가의 캐나다 자회사 렐릭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게임산업은 최근 도전의 시기를 맞았다. 우리는 핵심 프랜차이즈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조직 개편 과정에서 121명의 직원을 해고했다고 설명했다. 렐릭엔터테인먼트는 '워해머 40000'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시리즈 등 다수의 유명 실시간 전략 게임을 개발한 게임업체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도 산하 스튜디오 픽셀오푸스를 이달 폐쇄했다. 이 밖에도 ▲CD 프로젝트 레드(CDPR) ▲피닉스 랩스 ▲덱 나인 ▲데비에이션 게임즈 등 다수의 게임업체들이 이달 직원을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즈 클랜' 로고.
'페이즈 클랜' 로고.

e스포츠도 칼바람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코로나 팬더믹 기간 중 성장했던 게임업계와는 별개로, e스포츠 산업은 대회 취소 및 상금 규모 축소 등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최근에는 리오프닝으로 인해 e스포츠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줄어들며 산업 전반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글로벌 e스포츠 기업 페이즈 클랜(FaZe Clan)은 이달 전체 직원의 약 40%를 해고했다. 리 트링크 페이즈 클랜 CEO는 이달 사내 e메일을 통해 전 직원들에게 "점차 어려워지는 거시 경제에서 살아남고, 가능한 최고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페이즈 클랜은 'PUBG: 배틀그라운드' '콜 오브 듀티'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 다수의 FPS 종목 프로게임단을 운영 중인 기업이다. 세계 최고의 e스포츠 기업 중 하나이며, 지난해 회사의 가치를 인정받아 나스닥에 스팩(SPAC) 상장돼 7억 2500만달러(한화 약 9600억원)의 평가액이 책정됐다.

페이즈 클랜은 지난 2월에도 전체 직원의 약 20%를 해고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e스포츠를 대표하는 기업인 페이즈 클랜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산업 붕괴의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상장기업인 페이즈 클랜이 최근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5300만 달러의 손실을 거뒀다고 밝히며, 전문가들은 "페이즈 클랜의 부진한 실적은 현재 e스포츠 산업의 침체를 잘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북미를 대표하는 프로게임단 카운터 로직 게이밍(CLG) 또한 지난달 해체를 맞았다. 15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프로게임단이었지만 칼바람을 피하지는 못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종목의 북미 시드권 및 선수단, 인프라 구조를 NRG e스포츠에 매각했으며 나머지 인원은 전부 직업을 잃었다.

게임업계를 휩쓸고 있는 정리해고 물결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매주 새로운 게임업체와 개발 스튜디오가 감원 계획을 밝히며 개발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상민 기자 dltkdals@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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