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규제 강화로 아시아 국가 위상 급상승 ... 한국 거래소 경쟁력 제고 절실

KB증권은 최근 암호화폐 붐이 다시 일게 될 것이란 보고서를 냈다. 미국의 규제 강화와 중국 자본의 재 유입, 그리고 비트코인 반감기가 곧 도래한다는 것을 근거로 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와 암호화폐 투자회사 매트릭스포트도 비트코인의 상승을 예고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제로 암호화폐는 올들어 꾸준히 우상향 중이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4000만 원을 터치한 후 3,700~3,900만 원 대에서 움직이고 있고, 이에 영향을 받은 알트코인 역시 동조하는 모습이다.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차근차근 상승하며 바닥을 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암호화폐 산업의 새판 짜기가 본격화 됐다. 중국의 암호화폐 퇴출 이후 맹주의 위치를 다지고 있던 미국이 리플 소송전 이후 가혹한 규제를 남발하면서 그 무게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지는 모양새다.

시작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글로벌 거래소인 크라켄의 스테이킹 서비스에 대해 증권이라고 판단하면서부터다. 이후 크라켄은 서비스를 중단했고, 비트렉스도 미국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SEC의 서슬 퍼런 칼날에 미 암호화폐 산업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바뀌는 중이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는 이같은 규제로 인해 미국에 기반을 둔 암호화폐 기업들의 엑소더스가 봇물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급기야, 비트코인 가격이 20만 달러에 이르게 될 것으로 전망했던 벤처캐피털리스트 차머스 팔리하피티야는 "미국에서 암호화폐는 죽었다"며 극언을 서슴치 않았다. 

미국의 이같은 선택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 지 아직까지 정확히 내다 볼 순 없다. 그러나 자국우선주의에 함몰돼 우방들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정책을 서슴치 않고 있는 미국이, 거대 산업으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는 암호화폐 산업을 이처럼 내치고 있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홍콩 고등법원은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 주목을 끌었다. 이는 곧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무형의 자산이라는 것이다. 미국 SEC가 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알트코인을 증권이라고 우기는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더불어 홍콩은 연내 8개의 암호화폐 기업에 대해 라이선스를 허가할 것을 공식화 했다. 폴 찬 홍콩 재무장관는 "지금이 웹3 관련 정책을 추진할 적기라고 생각한다"며 7억 홍콩달러(한화 1,170억 원)를 암호화폐 산업에 투입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중국의 입김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홍콩의 이같은 결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발을 빼고 있던 중국 자본이 암호화폐 산업에 다시 유입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반응이 적지 않다.

바이비트를 비롯해 후오비, 비트겟, 오케이엑스 등 암호화폐 거래소와, 싱가포르 은행 DBS를 비롯한 80여 곳의 기업들이 홍콩 진출을 위한 라이선스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암호화폐 주력군들의 권력 이동이 뚜렷해 지고 있는 것이다. 

암호화폐 관련 글로벌 기업들의 아시아 진출 움직임은 단지 홍콩에만 국한되지 않고 점차 확장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비트코인 거래량 기준 글로벌 2위에 해당할 만큼 풍부한 유동성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 암호화폐 시장을 노리는 외국 기업들의 국내 시장 진출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해외 자본이 타깃으로 삼고 있는 대상은 ISMS 인증을 받은 코인마켓 거래소다. 오케이비트는 이미 홍콩계 거래소인 크립토닷컴에 넘어갔고, 부동의 1위인 바이낸스도 5대 원화 거래소 중 하나인 고팍스의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이외에도 중국계 자본을 중심으로 국내 중소형 거래소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우리 정부의 스탠스는 다소 어정쩡하다. 바이낸스가 고팍스 인수를 마치고 사업자 변경 신청을 했지만, 승인이 완료되기까지는 그 과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특정 금융정보법 시행으로 외국인의 암호화폐 거래를 막아 놓고 있는 국내에서 외국 자본에 의해 이루어진 국내 거래소 매각이 그리 좋아 보일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승인을 거부할 수도 없어 이래저래 모양만 우습게 됐다. 

이미 여러번 얘기했지만, 이참에 우리 거래소들도 글로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게 문호를 열어줬으면 하는 것이다. 외국 자본이 거침없이 밀려오는 판에 우리만 문을 잠가 놓고 있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각종 제 규정을 개정하는 등 양성화 하려는 노력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FTX는 이미 파산했고, 바이낸스도 이런저런 구설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거래소의 해외 문호 개방은 단기간에 급속한 성장을 이뤄내 이들을 뛰어 넘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트래블룰 등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시장 개방의 문을 열어놓는다 해도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이 벌이고 있는 패권경쟁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더군다나 피아를 가리지 않는 미국의 자국 중심의 무역 행태에 우리 경제는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반도체 산업 침체를 시작으로 전반적인 업황이 좋지 않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블록화 움직임도 눈여겨 봐야 한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하겠다.

암호화폐 산업은 한국 경제를 견인할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그 가능성을 이미 보여주기도 했다. 블록체인과 웹3, 인공지능의 결합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 산업으로 발전할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규제책이 아닌 진흥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망설이다 보면 기회는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더게임스데일리 고상태 미디어신산업부 국장 qkek619@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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