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거리뒀던 빅테크 및 게임 기업에 유화책 …우리는 실리 없는 규제책만 남발

지난 17일 베이징의 한 연회장에는 이른바 중국의 빅 테크 기업으로 불리는 텐센트와 바이두, 넷이즈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이 대거 한자리에 모였다.

그동안 사실상 은둔 생활에 가깝다 할 정도로 얼굴을 감춰온  마화텅 텐센트 CEO는 물론 로빈 리엔홍 바이두 대표, 레이 쥔 샤오미 대표, 윌리엄 딩레이 넷이즈 CEO 등이 연회장에 나타났다. 또 정부에선 비교적 고위급인 장윈밍 공업 정부기술부 부부장(차관급)이 참석했다. 지난해와 같은 정가 분위기라면 이처럼 민관이 함께 모여 연회를 갖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불과 몇 개월 사이,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빅 테크 기업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알리바바의 마윈은 괘씸죄에 걸려 지금도 기업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으나 조금씩 보폭이 넓어지고 있고, 디디추싱의 청웨이는 정부의 지침을 어기고 뉴욕 증시 상장을 추진했다는 이유로 내쳐진 느낌이었지만 이날 행사엔 참석했다. 중국판 우버를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덤벼든 디디추싱은 '항명죄'로 무려 80억2600만위안(1조50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당하는 등 죄값을  톡톡히 치러야 했다.

마화텅의 텐센트에는 판호를 아예 내 주지 않았다. 겨우 숨쉴 만큼만 그렇게 내줬다. 텐센트는 이후 사상 최악의 분기 매출을 기록하는 등 수모를 겪었다. 또 역성장의 가능성으로 회사가 크게 위축되는 등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마화텅은 고개를 숙인 채 빅테크 기업에 대한 억압책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려 왔다.

제로 코로나 시기에 게임 등 인터넷 기업들은 한마디로 숨을 죽이며 버텨 온 것이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이같은 냉랭한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화기애애한 느낌이 들 만큼 파티 분위기는  좋았다.

이같은 정세 전환은 시진핑 주석의 3기 연임 결정 이후 급격히 이뤄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3기 연임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시진핑 주석이 명분보다는 성과를 내다 보기 시작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실물 경제 부양에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나온 것이 그렇게 고집해 온 제로 코로나의 정책 포기와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유화책이다.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중국 경제가 크게 되살아 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중국 경제가 올해 적어도 전년의 두배에 달하는 7%대의 성장률은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게임의 경우 정부의 규제책들이 잇달아 철폐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게임 시간 규제 조치도 일부 완화되거나 폐지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볼 때 중국은 지금 실물 경제를 살리기 위해 빅테크 기업은 물론 다소 거리를 둬 온 게임에까지 손을 벌리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경제 살리기 위한 흑묘백묘론이 정치권과 재계에 재 등장할 판이다.

지난 1월말 대한민국 국회 문화체육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는 내용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사위와 본회의의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같은 법안은 명분에 앞섬으로써 게임 기업의 자율성을 해치고 이로인한 파장으로 판매 시장이 크게 위축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채산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게임계에 이용자를 위한 보호 위원회 설치 등을 의무화함으로써 또다른 규제의 틀이란 부담을 떠 안게 됐다.

때만 되면 등장하는 웹보드 게임에 대한 규제 움직임도 또다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보수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스톱, 포커 등이 주 메뉴인 웹보드 게임은 그간 업계에선 필요악처럼 불리워 왔다. 막말로 버려도 되지만 그렇게 할 순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무엇보다 성인게임을 쉽게 사장시켜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환금성이 없는 게임을 두고 그저 마녀 사냥하듯 제도권에서 퇴출시키려 하는 일부 단체의 움직임은 이젠 식상하다 못해 지겨울 뿐이다.

게임계에 적지않은 부담으로 다가오는 일은 또 있다.

그간 게임 질병코드 도입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온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논리 싸움도 국민 보건을 강조해 온 복지부의 일방 승리로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 진흥이란 현실론을 내세운 문화부의 주장이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연착륙이란 절차와 경과 없는 제도의 시행은 산업계에 큰 화를 불러올 게 분명하다. 질병 코드 도입과 관련, 현재 미국, 일본, 중국 등 경쟁국의 움직임은 그다지 포착된 게 없다.

중국은 빅 테크 기업을 내세워 인터넷 강국 및 디지털 중국경제를 실현하려 와신상담하고 있다. 숙청 또는 숙청 대상 기업까지 불러들여 경제 살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잘 나가고 있는 게임 등 인터넷 기업들에 대해 제동을 거는데 혈안이 돼 있다. 한쪽에선 명분보다는 실리를 좆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선 경제보단 자신들의 체면과 명분만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사회에서 명분이 뭔가. 그건 다름아닌 국리민복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와 산업을 뒤로하는 명분은 오로지 트집 잡기일 뿐이다. 대한민국 경제가 지금 위기에 빠져 있는 결정적인 이유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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