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어려움 극복하고 최고의 경지 도달…장인으로 인정받는 세상 되길

새해가 밝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기대와 희망 보다는 걱정과 우울함이 더 큰 듯 하다. 경제상황도 그렇고, 정치상황도 그렇고, 여러가지 사안들이 마음을 무겁게 내리 누르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금리로 경제는 꽁꽁 얼어붙었고 국내 정치상황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살얼음판을 걷는 듯 하다. 국제 정세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도 진취적인 새해 계획을 내 놓아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현상유지만 해도 선방하는 분위기다. 인력채용이나 공격적인 투자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2~3년 전 너도 나도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겠다며 몸 값을 올렸던 것이 무색하게 이제는 인건비가 기업들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부담으로 되돌아 오고 있다.

당시 4차 산업의 핵심으로 주목받았던 ICT 분야 개발자들의 몸 값은 갑자기 두배 가까이 뛰어 오르며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았다. 이 때 게임 개발자들의 몸 값도 덩달아 급상승 했고 결국 게임업체들에게 큰 부담을 주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게임 개발자들이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고 그렇게 돼야 한다. 그런데 경쟁적으로 벌어진 인재 스카우트현상으로 인해 실력도 없는 개발자들이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옥석을 가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스카우드 경쟁의 부작용이 하나둘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그리고 개발자에 대한 대우가 단순히 '얼마짜리 몸'이라는 식으로 평가되는 것에는 뭔가 아쉬움이 느껴진다. 그 이유는 아마도 기능인과 장인이라는 의미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는 게임 개발업체들에게도 일정 정도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비싼 임금을 주고 스카우트한 개발자에게 당장 돈 값을 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 창의적인 작품 보다는 검증된 작품을 흉내 내는 것이 더 쉽다. 결과물을 금방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작품은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 게임은 동일한 품질을 요구하는 공산품이 아니라 새롭고 특별함이 요구되는 창작품인 까닭이다. 지금의 게임 개발자들은 장인이 되기 보다는 기능인이 되려는 것은 아닐까.

장인이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는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그들 만의 작품성이 녹아 들어가 있다. 그런데 지금의 게임 시장에서 이러한 예술작품이 아니라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대중 상품들이 넘쳐 나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 보니 유저들의 눈에는 이것 저것 다 똑같아 보이고 금방 질려 버리게 된다. 

이제 우리 개발자들은 '몸 값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만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일 터로 가야 하지 않을까. 물론 게임을 좋아한다고 해서 개발하는 일도 즐거울 리는 없다. 그 과정은 오히려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장인이 되겠다고 한다면 그러한 고통도 인내하고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서 제대로 된 작품이 만들어 질 수 있고 이를 통해 존경도 받고 경제적으로 보상도 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게임을 바라보는 인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아직도 기성세대는 게임을 저급하고 부정적인 청소년들의 놀이로 치부하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게임을 질병의 하나로 규정해 버린 세계보건기구(WHO)의 결정이 이러한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게임을 문화의 한 장르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 최근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이 개정돼 문화산업의 범주에 게임이 포함된  것은 큰 변화라 할 수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었다고 할 수 있다. 법조문이 바뀐다고 해서 대중들의 인식이 순식간에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임 종주국 중 하나인 일본에서는 닌텐도를 세계적인 게임업체로 만들어 낸 미야모토 시게루, 또 애니메이션 거장인 지브리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하야오 등의 경우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명예와 부를 함께 이룬 장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에게도 그와 같은 인물들이 있다. 2000년대 초 황무지 같았던 게임시장을 힘겹게 일궈 왔던 게임 1세대 개발자들은 대부분 장인정신을 갖고 있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혼신을 다 했다. 김택진, 송재경, 권혁빈, 박관호 등 수 많은 이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냈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뤄내 성과였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존경이 뒤 따랐다.

이제는 그들의 뒤를 이어갈 2세대, 3세대 장인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 것이 우리 게임의 미래를 더욱 풍성하게 해 줄 것이니까. 올 한 해는 우리 게임업체에도 더 많은 장인들이 나와서 사회적으로도 인정받고 존경받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더게임스데일리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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