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업체들까지 블록체인 시장 개척에 나서며 격변의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태들이 잇따라 터지며 업체들이 점차 신중한 모습으로 사업을 재검토하는 시기를 보내야만 했다.

앞서 '미르4'를 통해 플레이 투 언(P2E) 게임 열풍을 불러일으킨 위메이드는 시장 선도 업체로 그 어느 때보다 이목을 끌었으나 이런 존재감 만큼이나 큰 굴곡을 겪게 됐다. 

위메이드 못지 않게 블록체인 게임 시장 진입에 서두른 컴투스 그룹과 네오위즈 외에도 그라비티가 실제 서비스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생태계 확대의 시작을 알렸다. 조이시티, 썸에이지 등의 업체들도 위믹스 기반의 신작을 출시하며 첫 도전의 결과물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업계를 대표하는 대형 업체들이 블록체인 게임 사업 도전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도 이목을 끌었다. 특히 넷마블은 마브렉스(MBX)로 상징되는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에 의욕적으로 나섰다.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는 자회사 및 관계사를 통해 블록체인 게임 신작 라인업을 늘려나갔다. 또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우 구체적인 서비스를 출시하진 않았으나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는 등 사실상 게임업계가 블록체인 게임에 대해 각각의 전략을 세우고 기회를 노리는 한해를 보냈다.

# '크립토 윈터' 칼바람 쌩쌩
그러나 올해는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과 맞물려 유가, 곡물, 원자재 등의 변동성이 커진 것을 비롯해 코로나19 충격 이후 인플레이션에 따른 글로벌 긴축 기조와 금리 인상 등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게 됐다. 이로인해 투자 시장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암호화폐 역시 타격을 입게 됐다.

뿐만 아니라 테라-루나 사태를 비롯해 FTX 파산, 그리고 위믹스의 거래 정지까지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 과정에서 암호화폐 거래나 가격이 감소하는 '크립토 윈터'의 시기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평이다.

블록체인 게임 열풍을 방증하는 암호화폐가 얼어붙기 시작함에 따라 이 같은 시장 개척 역시 우려를 사게 됐다. 암호화폐에 대한 의문이나 경계심이 커지며 비관론 역시 불가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사업을 전개해 나가겠다는 업체들도 적지 않은 편이다. 일부 계획을 수정하거나 가속 폐달에서 발을 떼며 속도 조절을 하지만, 당장 완전히 손을 놓지는 않겠다는 입장이 대세가 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위기가 시장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아직 미래 가능성이 크게 열려있는 만큼 도전을 멈추진 않겠다는 것이다.

# 연중무휴 롤러코스터 '위믹스'
위메이드는 당초 올해 100개의 작품을 위믹스 플랫폼에 입점시키며 플랫폼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이를 위한 게임 플랫폼 위믹스플레이의 기틀을 잡았으며 다수의 라인업을 선보이는데 힘써왔다.

특히 지난 3월 계열사 라이트컨이 개발한 '라이즈 오브 스타즈'를 출시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조이시티의 '건쉽배틀: 크립토 컨플릭트' ▲룽투코리아의 '열혈강호 글로벌' ▲위메이커넥트의 '다크에덴M'과 '에브리팜' ▲썸에이지의 '데카론 글로벌' ▲레드폭스게임즈의 '킹덤헌터' ▲투핸즈게임즈의 '챔피언 스트라이크: 크립토 아레나' ▲NS스튜디오의 '블랙스쿼드 로열로드' ▲오더리게이밍의 '아너 오브 에어' 등이 위믹스 플랫폼에 합류했다. 전략, RPG, 슈팅, 캐주얼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입점했다.

그러나 지난 10월말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이 소속된 디지털 자산 거래소 공동협의회 (DAXA)로부터 위믹스가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제출된 위믹스의 유통량 계획과 실제 유통량의 차이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위메이드는 이에 대한 소명에 충실히 응했다고 밝혔으나 닥사 측은 심사 기간을 두 차례 연장하는 등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다 결국 약 한달만에 위믹스의 거래 지원을 종료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 회사는 이에 국내 거래소 지닥에 위믹스를 추가 상장하며 활로 모색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또 250억원 규모 현금배당 및 위믹스 소각 정책을 발표했으며, 상폐 효력 정지의 가처분 신청 기각에 대한 항고 등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투명성 강화 및 신뢰 회복에도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코인마켓캡과 위믹스의 실시간 연동을 비롯해  크로스앵글과 위믹스 유통량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에 대한 협업을 체결했으며, 바이낸스 커스터디 이용 결정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관리 시스템 강화 행보에 나섰다.

위믹스의 글로벌 거래소 상장을 통한 유통망 확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위믹스 유의 종목 지정 기간 중 향후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 글로벌 거래소 상장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다.

위믹스 3.0을 통한 메인넷 론칭 여건을 충족한 것을 비롯해 구체적인 블록체인 사업 전개로 실제 성과를 만들어 낸 것을 위믹스 생태계의 장점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일각에선 위믹스 유통량 차이의 경우 닥사 측 결정과 달리 거래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위메이드는 또 위믹스플레이의 토큰 이코노미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위믹스플레이의 다양한 게임 토큰에 대해 위믹스플레이 전용 위믹스 달러로의 스왑을 지원키로 했다. 또 위믹스플레이에서의 합성 게임 토큰 '리플렉트(REFLECT)를 '위믹스파이'에 상장했다. 이를 통해 생태계 간 경제를 연결해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 첩첩산중 지나는 컴투스 그룹
컴투스 그룹도 블록체인 기반 웹3 생태계 시장 개척에 힘써온 만큼 급변에 따른 격랑을 힘겹게 헤쳐나가는 한해가 됐다. 

컴투스 그룹은 앞서 테라 메인넷을 기반으로 C2X 생태계의 확대에 나서왔다. 그러나 테라-루나 사태로 인해 서둘러 메인넷의 탈바꿈을 추진했다. 이에 새로운 메인넷 엑스플라(XPLA)를 공개하며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됐다. 기존 C2X 토큰을 소각하고 엑스플라로 재발행하는 등 사업 전개의 변수를 감내해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새롭게 엑스플라를 상장하게 된 FTX의 파산 사태까지 겹치면서 컴투스 그룹의 블록체인 사업은 난관의 연속을 극복하는 한해가 됐다. FTX 파산으로 인해 기존 C2X를 엑스플라로 전환하는 마이그레이션 과정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그러나 컴투스 그룹 측은 FTX에 투자하지 않아 손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 당시 엑스플라 코인 전체 유통 물량은 총 발행량 20억개의 4.26%에 해당하는 약 8523만개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특히 이 중 FTX 사태로 출금이 막힌 엑스플라는 1.6%에 해당하며, 이 중 개인투자자 물량은 1% 미만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엑스플라 초기 단계로서 거래 물량이 적고, 개인 투자자를 지원할 재원에 부족함이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입장이다.

컴투스홀딩스는 지난 4월 C2X 생태계를 통해 '크로매틱 소울: AFK 레이드'를 출시했다. 컴투스 역시 비슷한 시기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 웹3.0 버전을 선보였다. 이 외에도 '크리티카 글로벌' 및 '아이들 루카' '게임빌프로야구 슈퍼스타즈' 등이 C2X 생태계에 합류했다. 또 엑스플라 생태계로 전환 이후에는 '안녕 엘라'를 출시하며 컴투스 그룹은 블록체인 게임 사업 전개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위믹스에 따른 충격 이후 컴투스 그룹 역시 투명성 강화와 신뢰성 확보에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유통 물량의 실시간 수준 공개를 위한 투명성 보고서를 발행하며 공시 정책을 밝혔다.

# 첫술 뜨고 밥상 차리는 업체들
네오위즈도 블록체인 게임 사업 전개 업체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특히 네오위즈홀딩스의 자회사 네오플라이를 통한 네오핀(NPT) 생태계 첫 게임 '크립토 골프 임팩트'를 출시하며 시장 경쟁에 합류했다. 

또 기존 모바일게임 '브라운더스트'의 글로벌 버전 '브레이브 나인'에 블록체인 시스템이 적용된 서버 '테라'를 오픈했다.  

네오위즈는 이 외에도 폴리곤과 파트너십을 맺고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인텔라X(IX) 개발에 나섰다. 이를 통한 다양한 게임의 온보딩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라비티도 온버프 코인 기반의 P2E 시스템 및 NFT를 적용한 '라그나로크 라비린스 NFT'를 동남아시아 지역에 론칭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이 작품의 서비스 권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또 한편으론 다른 블록체인 게임 라인업 '라그나로크 포링 머지'의 출시 준비에 매진하며 새로운 가능성 개척에 나서고 있다.

# 대형 업체 합류 기대감 고조
올해는 시장 흐름을 관망하던 대형 업체들의 블록체인 게임 사업 본격화로도 기대가 모아지기도 했다. 특히 넷마블이 가장 빠르게 신작을 출시,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넷마블은 기존 'A3: 스틸 얼라이브'에 블록체인 기반 콘텐츠를 선보였다. 이어 첫 신규 IP 블록체인 게임 '골든 브로스'를 출시했다. 또 '제2의나라: 크로스 월드'의 글로벌 버전을 통해 블록체인 게임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넷마블은 이후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마브렉스를 통해 MBX 2.0 생태계를 오픈하며 확장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 토큰 스왑, NFT 거래 등의 지원을 강화했다. 또 '킹 오브 파이터 아레나'를 출시하는 등 블록체인 게임 사업 전개를 이어가는 중이다.

그 외 업체들은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를 밝히며 주목을 받긴 했으나 실제 서비스를 내놓진 못하며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IP를 활용한 블록체인 생태계를 예고했다.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며 이를 아우르는 NFT 중심 생태계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엔씨소프트는 앞서 ‘리니지W’ 북미·유럽 등 2권역 출시와 맞물려 NFT 등 블록체인 기능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만, 기존 P2E 게임과는 다른 방향성으로 준비 중에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 전반적으로 신작 일정이 미뤄짐에 따라 당장 이렇다 할 서비스를 기대하긴 어렵게 됐다는 평이다.

크래프톤은 웹 3.0 시대의 ‘크리에이트 투 언(C2E)’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또 블록체인 게임 서비스 브랜드 '컴피츠'를 내세워 다양한 시도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자회사 라이징윙스를 통해 '솔리테어 포 컴피츠'의 사전예약 신청을 접수하는 등 시장 진출을 타진하기도 했으나,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진 못해 당장의 존재감은 희미한 시기를 보내게 됐다.

# 카카오게임즈 보라(BORA) 플랫폼 시동
이와 비교하면 카카오게임즈는 계열사를 통해 블록체인 게임 사업을 구체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보라네트워크는 보라(BORA) 플랫폼을 통해 '아키월드'를 선보였다.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 기반 MMORPG로, 오픈월드 속 토지 NFT와 토크노믹스 경제 생태계를 접목했다.

또 한편으론 메타보라가 개발한 '버디샷'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는 기존 '프렌즈샷: 누구나골프'의 블록체인 게임 버전으로, 카카오프렌즈 IP를 활용한 캐주얼 골프게임이다.

이 외에도 크래프톤의 자회사 라이징윙스와 협업을 통한 '컴피츠'의 보라 플랫폼 합류 등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생태계 확대를 위한 '크로스 체인' 환경 구축을 향후 사업 전략으로 내세웠다.

한편 라인게임즈의 경우 너디스타와 협력해 NFT 중심의 웹3 기반 게임을 선보이고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모바일게임 '엑소스 히어로즈'를 활용한 NFT 프로젝트를 타진하고 있다. 또 라인의 자회사 라인넥스트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NFT 퍼블리싱 플랫폼 '도시(DOSI)'를 활용해 함께 NFT 생태계 확대를 모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는 당초 주요 업체들의 신작 출시 예고와 함께 블록체인 게임 시장 급변이 예상됐으나 암호화폐 시장 전체의 신뢰에 타격을 주는 사태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이 같은 업체들의 공세가 다소 퇴색될 수밖에 없었다는 평이다. 

또 시장이 급변함에 따라 업체들도 기반 사업을 비롯해 신작 라인업에 대한 수정과 보완이 불가피했고, 온전히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이 가운데 혹시나 싶은 국내에서의 블록체인 게임 사업은 사행성 및 환금성 등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지 않으며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않는 역시나가 됐다.  

이에따라 올해는 '크립토 윈터'의 찬바람으로 인해 블록체인 게임 시대의 개화가 늦춰지며 내년의 봄을 기다리는 한해가 됐다. 다수의 업체들이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신중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으나, 위기가 내실을 다지는 기반이 되며 미래의 가능성이 크게 열린 시장에 대한 도전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주환 기자 ejohn@tg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