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하면 백약이 무효…제도적 장치 중요하지만 업계와의 진정성 있는 대화 절실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때 아니게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기관 성격상 사회 전면에 드러나는 일이 그렇게 긍정적일 순 없다. 여론을 살피고, 규범의 잣대를 만들어야 하는 기관에서 여론의 질책을 받고 있다면 체면이 말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같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각종 구설에 휩싸일 수 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잣대라는 것이 다소 상대성의 물건이기 때문에 고무줄 잣대라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해 위원회가 원치 않게 여론의 중심에 서게 된다는 논리다.

솔직히, 게임위가 그다지 녹록한 기관은 아니다. 가위 하나로 생사 여탈권을 쥐고 흔들던 과거 공연윤리위원회 시절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편치 않은 곳이 바로 이 곳이다. 윤리라는 거대한 담론을 지우고 심의라는 표현으로 완화된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뒤이어 생겨났지만 그마저도 권위적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게임위가 출범하면서 기관의 문턱은 크게 낮아졌다. 심의기관에서 서비스라는 거창한 구호가 등장했고, 게임물등급위원회라는 기관명 조차 등급 심의에 대한 거부감을 줄 수 있다며 이를 뺀 게임물관리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하지만 옷을 바꿔 입는다고 몸통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또 그런 목적으로 기관을 정부 산하기관으로 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게임 심의가 핵심인 까닭이다. 그런 기관에서 심의 문제가 불거졌다면 그다지 새롭다 할 수 없겠다. 자주 있을 법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어제 결정한 등급을 오늘 다시 뒤집는다면 그건 심의 기준에 흠집을 내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최근 자주 생겨난 것이다. 또 그 대상작이 한 두 작품이 아니었다. 게임위는 이에 대해 절차적인 문제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이 15세 이용가에서 청소년 이용 불가로 이용 등급 기준이 한 단계씩 상향 조정됐다. 이유는 선정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어제는 괜찮았는데, 오늘은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심의를 받는 이의 입장에서 보면 꽤 복잡한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한 두 작품이 아니라 여러 작품이 등급 재분류 결정이 난데 대해 게임위의 그렇게 됐다는 입장은 아주 궁색해 보인다. 더구나 선정적이라는 지적도 관점에 따라 달라져 보일 수 있고, 어찌보면 꽤 주관적이고 현상적으로 나타난 한쪽 표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납득키 어렵다. 그래도 게임에 관한한, 우리 사회의 마지막의 여과기능을 담당하는 곳이 어디인가. 다름아닌 게임위다. 심의 과정의 문제점과 이에 따른 잇단 구설은 세련되지 못한 절차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치자. 하지만 그와 거리가 있는 통합 관리시스템에 대한 부실운영은 또 뭐라 설명할 것인가.

이 시스템은 무려 30억원의 자금이 투여된 게임위의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완전한 자율규제로 가기 위한 시스템 통합사업의 축이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같은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도 외부에서 지적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기대했던 모니터링단 업무시스템 및 표준 온라인 업무처리 시스템은 흉내만 낼 정도로 굴러간다고 한다. 굳이 문제 제기가 이뤄지지 않았어도, 그리고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시스템 통합사업은 계획대로 반드시 이뤄졌을 것이라는 게임위의 설명은 이해할 수 없는 궤변이다.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고,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았다. 담당 부서가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형식적인 절차에만 매달렸다. 통합관리시스템의 부실운영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럼에도 책임지는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고, 공허한 사후 대책만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종합해서 볼 때 게임위의 본연의 업무 수행 능력에  문제점을  드러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심의 결과에 대한 긍극적인 책임은 게임위에 귀결된다. 따라서 어떠한 심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심의 신청인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전문가들에 의한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을 하고 있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게임위의 정체성에 금이 생긴 게 더 결정적인 이유가 아닌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게임위가 관리위원회로 명칭 변경을 단행한 이후 등급 심의기관인지, 아니면 등급 분류기관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게 됐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게임위 9명의 게임위원들은 게임을 분류하기 위한 위원인가 아니면 게임을 심의하기 위한 위원인가. 관계 법률에 따르면 게임위는 분류 기관이 아니라 심의기관이다. 그렇다면 등급 분류가 아니라 등급 심의라고 해야 옳다. 그럼에도 굳이 심의라는 단어를 피하려고 하고 있다. 검열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그 어느 나라에도 콘텐츠를 거르지 않는 곳이 없다. 여기서부터 사달이 생겼다고 본다.

결국엔 이도 저도 아닌 게임위가 됐다. 등급 심의도, 심의 결과에 따른 관리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 아주 우스꽝스러운 기관이 된 것이다.

언필칭, 게임위의 재정비가 절실하다 하겠다. 돌만 던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게임위에서 자신들의 약칭에 대해 게임위라고 불러 달라고 그렇게 얘기를 해도 게등위, 게관위라고 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도대체 게등위가 게관위가 뭔가. 게임위에선 어감이 좋지않다며 그런 약칭을 피해 달라 해도 굳이 그렇게 부르는 국회의원도 있다.

그러다 보니 게임위를 할퀴고 헐뜯는 게 마치 일상이 된 느낌이다. 조금이라도 약점을 보이면 놔두질 않는다. 자신들에게 엄격했으니까 너희도 그만큼 당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보상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들은 게임위의 위상을 바로 쌓지 않으면 해결해 나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몸가짐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데 맥 빠지는 사건들이  게임위 내부에서 터져 나오거나, 위원장의 가벼운 처신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된다면 참으로 고약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일들을 책임지고 해결해 나가야 할 사람은 다름아닌 김 규철 위원장이다. 하지만 그는 부산지역 등에선 마당발로 통하지만 산업계에선 다소 생소한 인물이다. 게임계에 30여년을 봉직해 온 필자에게 조차 낯선 이름이다. 그렇다면 업계와의 소통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그 것이 별게 아닐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가랑비에 옷 젖는 것이다.  기관의 공정성 확보 및 신뢰회복은 제도적 장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민원인과의 진정성 있는 대화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게임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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