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 혁파, 글로벌 규범에 맞추는 노력 절실 ... 중앙 정부의 정책 지원 필요

지난 달 말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블록체인 인 부산'에는 후오비를 비롯해 FTX, 게이트아이오 등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및 외국 블록체인 기업들이 대거 참가,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같은 움직임은 우리나라의 역동적인 시장 상황과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정부의 잇단 규제에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암호화폐 투자 활성화는 글로벌 기업들의 구미에 딱 맞는 입지 조건이라 할 수 있겠다.

이들은 부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자산 거래소 설립을 시작으로, 블록체인 분야의 협력을 다짐하는 협약을 맺기도 했다. 궁극적으로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계획이 차질없이 추진된다면 부산은 블록체인 클러스터로 거듭남은 물론, 향후 글로벌 리더 도시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맡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뛰어 넘어야할 산은 적지않다.

외국 기업을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아무리 부산시가 발 벗고 나서도 중앙 기관의 정책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대표적인 규제로 꼽히는 트레블룰을 비롯해 시장을 옥죄고 있는 각종 규제책들은 부산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가로 막는 절대적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디지털 자산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오갈 수 없는 지금과 같은 시장 환경에서는 부산 디지털 자산 거래소가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국내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거래소나 기업들이 사업에 참여해도 그다지 득될 게 없다는 얘기다. 

이번에 부산시와 블록체인 클러스터 조성 사업 추진을 위한 협약을 맺은 후오비, FTX, 게이트아이오 등 외국기업들도 한국시장 진출을 완전히 결정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투자 환경이 자유로운 두바이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현지 비즈니스를 검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한국 내 움직임은 만의 하나를 대비한 보험용이 아니냐는 관측도 적지 않다.

비즈니스는 냉정하다. 우리 정부의 정책이 그들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면 언제든 짐을 싸서 떠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에 부산시와 협약을 맺은 기업 중 일부는 원활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과 업무 진척 부진으로 벌써부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냉정히 얘기하면 크립토 비즈니스에서 우리는 결코 '갑'이 아니다. 통상적인 국제 기준에 맞는 정책이 우선돼야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비즈니스에서 일방적인 관계란 없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도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크립토 비즈니스는 구한말 쇄국정책과 닮아 있다.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우리끼리만 지지고 볶는 형국이다. 세계 무역 규모 10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크립토 비즈니스에서는 후진국이나 다름없다. 

일례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업비트는 하루 거래액이 조 단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글로벌 거래소 순위에서는 이름조차 찾기 힘들다. 각종 규제로 인해 외국인들의 경우 우리나라 거래소에 회원으로 가입 조차 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립토 비즈니스는 글로벌 마케팅이 기본이다. 바이낸스, 후오비 등 몇몇 거래소를 제외하고는 국내 거래소와 암호화폐를 주고 받을 수도 없다. 한 때 성행했던 외국 거래소의 한국어 서비스도 우리 정부의 압박으로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국내에 법인이 없으면 국내에서의 홍보조차 제한돼 있다. 시장 환경은 급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우물 안에서 바라보는 하늘이 전부인 양,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부산시의 블록체인 특구 조성은 중앙 정부와 손발을 맞춰 상식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또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닫아 건 빗장들을 푸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부산 블록체인 특구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지금도 늦었다고 생각한다.

[더게임스데일리 고상태 미디어신산업부 국장 qkek619@tgs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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