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갈수록 더 통제 정책으로 짓누를 듯…산업 역성장 불을 보듯 뻔해

1999, 미국 무역대표부(USTR) 샬린 바셰프스키 대표와 중국의 스광성(石歷生) 대외무역경제합작부장이 모처에서 만나 의미있는 합의서를 주고 받는다. 길고 길었던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문제를 매듭지은 것이다. 바셰프스키는 중국 당국의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중국의 WTO 가입을 촉구하며 시기를 늦추면 늦출수록 중국이 손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여기에 화답이라도 하듯 덩샤우핑(鄧小平) 주석은 도광양회(鞱光養晦)란 지침을 내리며 WTO 가입 절차를 마무리할 것을 스광성에게 지시한다. 마침내 중국은 2001년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 국가들이 요구하는 모든 시장 개방 조건을 수용한다며 WTO 가입협정서에 서명한다. 중국이 공산 경제 체제에서 국제 시장 경제에 본격 참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WTO 가입을 계기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게 된 중국과 이들을 국제 규범에 맞춘 모범국가로 이끌어 보려한 미국의 셈법은 크게 달랐다. 미국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중국시장을 바탕으로 자국에서 빚어지고 있는 인플레이션 현상을 극복하려 한 반면 중국은 미국의 소비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을 이끌어 전체 인구 중 60%에 달하는 빈곤층 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했다. 또 중국은 섬유 의류 신발 산업 뿐 아니라 때가 되면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세계질서를 논의하겠다는, 보다 고차원적인 전략을 짜가며 WTO 가입을 추진했다.

결과를 놓고 보면 중국은 지금 그 길을 걸어가고 있고, 미국은 마치 닭쫒던 개가 지붕 쳐다 보는 격으로 분을 삭이고 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체제에 들어서면서 중국은 대국 굴기(大國堀起) 선언에 이어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으로 최강국 대열의 야망을 키워가고 있는 반면, 미국은 잠시 잠깐, 호경기를 이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면서 주저 앉고 말았고, 지금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아주 잘해 왔고, 미국은 제대로 못했기 때문일까. 2017년 트럼프 행정부 당시 대외 통상 정책을 담당한 로버트 하이저 변호사는 그렇지 않다며 중국의 삐뚫어진 대외무역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한마디로 중국이 약속한대로 시장 개방을 하지도 않았으며, 시장 경쟁 자체도 공정치가 않은 반칙을 주로 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이저 변호사는 그러면서 미국의 대외정책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패착은 중국의 WTO 가입을 미국이 주도한 것이라며 당시 협상을 이끈 클린턴 정부를 힐난했다.

이같은 중국의 반칙주의는 세계 게임시장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국시장은 철저히 닫아 놓고 해외시장은 끊임없이 열어달라고 요구해 온  것이다. 올들어 중국 정부로부터 게임 서비스를 위해 판호를 획득한 작품은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다. 특히 자국 게임이 아니라 외국 작품의 판호 획득은 거의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에 목을 메는 이유는 한마디로 시장규모 자체가 여타 경쟁국에 비해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게임시장 규모는 29651300만 위안(한화 약 553560억원)으로 전세계 시장의 20%를 점유하고 있다.

이미 일본 시장을 뛰어 넘었을 뿐 아니라, 미국 시장 규모를 넘보고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지정학적으로 진출이 쉽고, 교두보 마련이 어렵지 않다. 정서적으로 중국 유저들과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도 이점이다. 눈높이 역시 비슷하다는 것도 시장 개척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걸림돌은 중국이 성장하면 할수록 시장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식적으론 아니다고 하지만, 최근의 미-중 갈등은 결국 이같은 문제로 인해 빚어진 현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 도광양회 지침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대국 굴기 결과가 구체화된다면 중국은 WTO 규범을 무시한 자신들만의 시장 경제를 만들어 이끌어 나갈 가능성이 크다. 그 땐 아마도 미국과 척을 지는 것 또한 두려워 하지 않을지 모른다.

문제는 그같은 움직임에 대한 반사현상이다. 과연 시장반응이 그렇게 잔잔하게 나타날까 하는 점이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이미 벌써 그런 조짐이 이쪽저쪽에서 일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시장 역성장이다.

2022년 중국은 경제 성장률 뿐 아니라 게임 시장 마저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 여파로 보기에는 사안의 긴요성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 게임의 경우 일각에선 각종 게임 규제책 때문이라고 하지만 근본적인 요인이라고 볼 수 없다. 미국의 마크 우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중국은 대국이 될수록 통제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출범한 3기 시진핑 체제의 모습이 이와 유사하다.

올 중국 게임시장 3분기 실적이 집계됐다. 추계 결과에 의하면 전년동기대비 19.1% 감소한 5973000만 위안(한화 약 116500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잘 나간다는 모바일 게임 장르는 무려 24.9%나 감소했다. 안타까운 점은 이같은 침체 현상이 올해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게임에 대한 규제 수준이 아니라 통제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WTO 출범이후 세계 시장에서 가장 큰 수혜를 누린 중국이 지금 엉뚱한 짓으로 갈길 바쁜  세계 게임산업계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 게임계는 고민 정도가 아니라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모습인 것이다. 

하지만 중국 게임 시장이 저 지경이라면 더이상 미루지 말고 용단을 내려야 한다. 중국 게임시장을 일단 그 상태에서 그대로 둔 채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상대는 전혀 생각치도 않는데  우리만 목을 내놓은 채 기대감을 표시하는 것은  보기 흉한 모습이다.

늦었다 싶은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생각한다. 중국시장만 기대며 바라보다간 패가망신의 수모를 당할 수 있다. 지금 미국의 처지가 딱 그렇치 않던가. 말 그대로 죽 쒀서 개 준꼴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지금 발을 동동거리며 반도체 등 첨단 제품에 대한 중국 수출을 억제하겠다고 야단법썩을 떨고 있으나 그들은 표정도 바꾸지 않은 채 그 길을 가려 하고 있다.

더이상 중국시장에 대한 미련을 갖지 말자. 왜냐고? 그들은 WTO 우산속에서도 자신들만의 규범으로 시장의 규칙을 지키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불공정 무역 등 반칙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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