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저급한 놀이문화로 치부…종합예술ㆍ미래산업으로 인식해야

올해도 어김 없이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올해는 각종 정치적 이슈로 경제와 민생문제에 대한 관심이 바닥에 떨어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부처와 관련 산업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는 진행되고 있다. 게임산업의 경우 매년 국감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보여주기 위한' 연례행사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알맹이도 없고 재탕, 삼탕의 이슈들이 자주 등장한다. 

게임산업은 문화와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된 고도로 복잡한 산업이다. 단순하게 기계적으로 찍어내는 산업들과는 맥을 달리 한다는 의미다. 그 때문에 게임산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다. 문화의 트렌드도 읽어야 하고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그래픽, 애니메이션, 인공지능 등 이해 해야 할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산업이라고 하기 보다는 오히려 종합 예술과 첨단 과학이 접목된 분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또 실시간으로 유저들과 소통하면서 변화 발전한다는 점에서 커뮤니케이션의 노하우가 핵심으로 꼽힌다. 

이처럼 복잡하고 섬세하며 고도의 기술을 함께 어우르고 있는 산업은 아마도 게임이 유일할 것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메타버스 분야도 어떻게 보면 게임에서 파생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분야와 연계되어 발전해 나갈 것인지 그 발전가능성이 무궁구진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국정감사장에 들어서면 게임은 마치 어린애들의 순진한 마음을 유혹하는 저급한 3류 산업으로 치부되고 만다. 동네의 작은 문방구 앞에 놓여있던 오락기와 똑 같은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게임산업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초등학생 수준에 머물고 있다.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임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의원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는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 산하 사비게임스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총 54조원을 투자해 자국을 게임과 e스포츠의 글로벌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오일머니로 벌어들인 자금을 미래를 위해 게임산업 육성에 쏟아 붓겠다는 것이다. 

사우디가 어떤 나라인가. 오일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자원에만 의존해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오일을 대신할 수 있는 먹거리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마침내 게임을 미래의 전략산업으로 낙점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아직도 게임을 유치하고 저질적인 기피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가. 특히 정치인들의 인식은 보통 사람들 보다 한참 더 무지하고 단순하다고 볼 수 있다. 

류호정 의원(정의당)은 최근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메타버스 서비스에 대해 질의하면서 게임이 서비스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이 '제페토'라는 서비스에서 활용되고 있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국감장에서는 뒤 이어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제기됐다. 유저들이 이 문제로 인해 시위에 나서는 등 사회적 이슈가 됐던 때문이다. 이 문제 역시 오래 전부터 이슈가 됐었고 업계의 자율적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는 사안이었다. 과거 국감장에서도 수차례 거론됐던 문제가 올해도 어김 없이 재등장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사람들의 인식은 기술의 발전을 따라 잡지 못한다. 때문에 자신들이 검증하지 못한 기술을 허용하기 보다는 금지시키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는 지금까지 모든 산업에서 그랬다. 100여년 전 영화가 등장하자 수많은 예술인들이 저급한 문화라며 손가락질 하고 등을 돌렸다. 하지만 지금은 영화가 수많은 예술 분야 중에서도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국회의원들이 게임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홍익표 문광위 위원장은 국감장에서 "국회도 게임을 사행성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미래전략산업의 하나로 인식을 바꿔가고 있다"면서 "이제 일부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관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우리 게임산업계가 지금 상당히 어렵고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업계의 발목을 잡기 보다는 더 빠르고 더 넓게 뛰어나갈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줘야 한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글로벌 시장이 됐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수많은 국가들이 게임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며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제발 우리 정치인들, 그리고 국민들이 이러한 냉혹한 현실을 제대로 봐 주었으면 좋겠다. 

[더게임스데일리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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