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자들이 직접 결정하고 통제 … 블록체인 기반 아래 모든 걸 투명하게 다뤄

올해 초, 국내 대표적인 미술관인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국보 2점을 경매에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미술관 운영 자금 마련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는 하지만, 국가보물이 경매에 나온 초유의 사건이었다. 

논란 끝에 해당 경매는 유찰됐다. 하지만 이후 '헤리티지 다오'라는 디지털 가상자산 투자 조직이 국보 73호인 '금동삼존불감'을 25억 원에 사들였다. 헤리티지 다오는 그러면서 소유권의 51%를 간송미술재단에 기부하고 관리와 보관까지 맡김으로써 국보 문화재의 외부 반출 우려를 씻어냈다. 

"다오가 도대체 뭐야?" 

이 일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다오'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탈중앙화자율조직)는 NFT를 접목한 커뮤니티 조직이다. 금융, 투자, 사회 공헌활동 등 전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 시스템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웹 3.0 시대의 최적화된 비즈니스 모델로 부상하고 있는 '다오'는 조직 운영과 관련한 모든 것을 참여자들 스스로 정할 수 있다. 정해진 규칙은 스마트 컨트랙트로 구현된다. 모든 사항이 블록체인에 기록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특정 세력의 전횡과 독단을 원천적으로 배제함으로써  미래형 조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다오는 역시 돈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기존의 클라우드 펀딩이 프로젝트 주체가 전체를 이끌어 가는 것에 비해, 다오는 참여자가 직접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탈중앙화의 장점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직 운영과 관련 자금은 토큰으로 조달된다. 이더리움을 비롯한 기존 토큰은 물론, 새로운 토큰을 발행하기도 한다. 참여를 원하는 개인은 국적에 관계없이 회사의 주식을 구매하듯 해당 다오가 지정한 NFT를 구매하는 것만으로 참여할 수 있고, 언제든 빠져 나갈 수있다.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조직인 것이다.

'금동삼존불상'을 낙찰받은 헤리티지 다오 참여자들은 간송미술재단에 기부하고 남은 49%의 소유권을 지분만큼 NFT 형태로 분산 소유하고 있다. 수익이 발생한다면 언제든 시장에서 매매가 가능하다. 

작년 11월에는 소더비 경매에 올라온 미국 헌법 초판본을 낙찰받기 위해 조직된 다오가 있었다. 아쉽게 낙찰엔 실패했지만 당시 470억 원에 달하는 이더리움을 일주일 여만에 모으는 저력을 발휘하면서 다오의 이름을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주목해야 될 것은, 헌법 초판본 매수에 실패해 청산됐음에도 절반 가량의 투자자들은 투자금 반환 대신 이 프로젝트에서 발행한 '피플'이라는 토큰을 보유했다. 밈 코인인 피플 토큰은 아무런 비즈니스 성과도 없었지만, 도지 코인 처럼 상당한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사회 공헌활동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비영리재단이 다오 형태로 운영된다면 대내외적 신인도가 상당히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가장 문제가 되는 자금 흐름에서 부터 의사 결정까지의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에 기부문화 확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다오 시스템의 도입을 추진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몇몇 상층부의 사람과 지도부의 결정으로 당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정당 운영에 다오를 접목한다면, 정당인의 기본 의무인 당비 납부에서 부터 말썽 많은 공천 및 지도부 결성, 당 운영까지 당원이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당원 중심의 정당이 될 게 분명하다 하겠다. 특히 정치권에서 블록체인을 도입했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어 블록체인에 대한 제도권의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을 주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다오에 대한 법률적 지위 부재 및  개인정보 제공과 관련한 문제, 과세, 운영 주체 부재로 인한 혼선 등의 이유로 제도권 도입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이견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나 시스템이 제도권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시도조차 마다할 필요는 없다 하겠다.  

이제 막 출발한 다오는 그 영역을 어디까지 넓힐 수 있을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최소한 암호 화폐 분야에서는 단기간에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오는 이미 벤처 캐피탈, 미디어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 그 준거다.

국가 조직까지 블록체인 위에서 움직이는 세상이 될 날이 그리 머지 않았다고 한다면 너무 앞선 예단이라고 할까.

[더게임스데일리 고상태 미디어신산업부 국장 qkek619@tgs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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