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상' 수상은 시대 조류 변화를 반영한 것…콘솔 시장도 그렇게 변할 가능성

지난 9월13일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미국 방송계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이 작품에서 열연한 배우 이 정재에게 남우 주연상을 안겨줬다. 이날 황 동혁 감독과 이 정재는 현장에서 열광하는 팬들과 수상의 감격을 만끽했다. ‘에미상’은 자국 언어로 제작된 작품 외에는 거의 거들떠 보지 않기로 유명한 어워드로 잘 알려져 있다. 그 때문인지 그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에미’상을 수상한 작품 및 배우는 하나도 없다.

‘에미상’의 언어 텃세가 그만큼 심하고  배타적이며, 자국 중심의 어워드의 성격 탓이다.

그같은 자세를 견지해 온 ‘에미상’ 조직위원회가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꿔 머나먼 이국땅인 한국의 낯선 드라마에 눈길을 줬을까. 한마디로 그만큼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 뿐만 아니라 게임, 영화, 음악  등 한국 콘텐츠들이 그간 꾸준히 미국 콘텐츠 시장을 노크해 왔으며, 나름 성공을 거둬 왔다. 특히 한국의 신예 BTS의 활약은 현지인들에게 한국 음악 뿐 아니라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사실, BTS에 해외 무대 장치를 마련해 준 것은 다름아닌 그들의 대선배 싸이였다. 그의 ‘강남 스타일’은 해외에 한국 대중 가요를 알리는 기폭제가 됐으며, 신기루와 같은 매력적인 존재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BTS와 싸이의 공통점은 딱 한가지다. 영어가 된다는 것이다. 국내 대중 음악계는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면 세계 대중 음악 시장의 주류인 미 팝계에 진출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해 왔다.

1970년대 ‘청년 문화’의 기수로 불리우며, 미국 시장 진출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을 들어온 가수 송 창식은 그같은 문제로 중도 포기했고, 위대한 탄생과 함께 가요계에 돌풍을 일으킨 조 용필도 언어 문제로 꿈을 접었다. 그런데 그 언어 장벽을 극복한 가수가 바로 싸이였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영어로 제작된 작품이 아니다. 자막만 영어로 입혔을 뿐이다. 비영어권에 대해 그렇게 배타적이며 자국 중심의 작품에 상을 주어온 '에미상' 조직위가 이처럼 태도를 180도로 바꾸게 된 것은 더 이상 같은 ‘인자’ 끼리의 결합으로는 시장을 발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글로벌 콘텐츠 트렌드에 손을 들고 만 것으로 봐야한다.

미국 대중문화계는 영화, 음악 게임 등 모든 장르에서 전 세계 시장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해 왔다.

게임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 세계 게임시장을 노크하기 위해선 미국 시장부터 먼저 뚫어야 하는 등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 일본 게임계가 엄청난 콘솔 타이틀을 쏟아 내면서 자국 시장도 그렇지만 미국 게임계의 흐름을 먼저 살펴보고 작품을 기획하게 된 배경도 미국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자국에서도 어렵다는 판단을 한 때문이다. 그만큼 미국 콘솔 시장 비중이 크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사정이 여유롭지가 못하게 됐다. 전 세계 게임시장에서 콘솔 장르가 모바일 게임 장르에 밀려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같은 인자끼리의 결합으로 콘솔 타이틀이 예전만 못해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실제로 콘솔 타이틀을 보면 닌텐도 아님 소니가 자사의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판권(IP)활용 작품이 대부분일 정도다.

또 타이틀 제작 역시 매우 배타적이어서 자신들의 서드파티(협력사)에 지정되지 않으면 개발을 할 수 없도록 엄격히 제한해 왔다. 더욱이 최고의 콘솔 타이틀업체로 불리는 닌텐도의 경우는 심하다 못해 벼랑끝을 달려 극혐의 기업으로 불리기도 했다.

콘솔 수요가 때 아니게 줄어든 때문인지, 아님 글로벌 트렌드를 읽어낸 까닭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들 콘솔 타이틀 업체들의 배타적인 태도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시장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한국 게임업체들이 그같은 공간을 파고 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콘솔시장의 커다란 변화의 기류를 읽어 낼 수 있다 할 수 있다.

이 시장은 한국 게임업체들엔 마치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아서 힘 한번 기울이지 못해 왔다. 그런데 최근들어 아주 유 의미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평자들의 지적이다. 잘하면 한국 게임업체에서 만든 콘솔작들이 히트작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게임업체들이 콘솔 타이틀을 앞세워 ‘오징어 게임’ 에 이어 빅뉴스를 만들어 내는 셈이 되는데, 과연 그런 기대를 거두지 않아도 될까 싶다. 워낙 변동폭이 크고 시장 흐름도가 빨라 히트 반열에 오르기가 쉽지 않은 곳이 콘솔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기대를 끝까지 놓고 싶지 않은 것은 ‘오징어 게임’이 해 냈는데 우리 한국 게임업체들이 그 까짓거 하나 못해 낼까 싶은 것이다. 그렇다. ‘온라인 게임’의 위상을 세우고 e스포츠의 본산(本山)까지 세운 대한민국 게임계가 아니던가. 

대한민국 게임업체들이 힘을 냈으면 한다. 한국의 콘솔 게임이 세계 시장을 누비는 그 날을 반드시 보고 싶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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