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 재도약 발판 마련해 … '미르2' 이후 20년 만에 빅히트

어느 게임업체나 그 회사를 대표하는 게임이 하나 정도는 있기 마련이다. 운이 좋으면 하나 이상의 게임이 대표작으로 알려지겠지만 한 작품 만으로도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세운 업체들도 많다. 

블리자드 하면 생각나는 게임은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워크래프트' 등이 있고, 라이엇게임즈는 '리그오브레전드' 등을 떠올리게 된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블레이드앤소울' '아이온', 넥슨의 '바람의 나라'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엠게임의 '열혈강호온라인',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업체는 대표작의 빅히트로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에서도 위상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 오늘은 수 많은 작품 중에서도 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한다. 최근 '미르4'가 글로벌 서비스 1주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 짧은 시간에 이 작품은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시킨 첫 성공사례로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했다. 비록 국내에서는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큰 인기를 끌며 주목을 받고 있다. 

'미르4' 이전에 위메이드를 탄탄한 반석 위에 올려놓은 작품은 '미르의 전설2'였다. 이 작품은 지난 2001년 중국시장에 진출해 온라인게임 붐을 일으키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성공으로 중국 게임시장이 급성장했으며 이후 수 많은 한국산 온라인게임들이 중국 시장에서 빛을 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위메이드는 '미르의 전설' 타이틀 하나에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며, 후속작들의 연속된 부진으로 점차 게임 유저와 투자자들로 부터 외면을 받았다. 비록 중국에서 들어오는 로열티 수입으로 재정은 탄탄했지만 불투명한 미래로 인해 걱정 어린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시킨 '미르4'가 등장하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8월 26일 블록체인 기술을 탑재한 버전을 글로벌 시장에 론칭해 전세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위믹스(WEMIX)' 플랫폼을 기반으로 대체불가능토큰(NFT) 서비스를 적용하고, 게임 내 핵심 재화인 '흑철'을 가상자산인 '드레이코(DRACO)'로 교환할 수 있는 토큰 경제를 도입한 것이다.

이 작품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개발자와 경영진들이 절치부심하며 노력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의 성공을 계기로 위메이드의 창업자이자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박관호 이사회 의장과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다시 한번 주목 받고 있다. 

박 의장은 '미르의 전설'을 직접 만든 개발자 출신으로 경영에 직접 나서기 보다는 전문경영인을 전면에 내세우고 자신은 뒤를 받쳐 주는 역할을 해 왔다. 이러한 경영 스타일로 인해 여러 명의 전문경영인이 위메이드를 거쳐갔다. 그들은 각자의 역량을 발휘해 위메이드를 위해 일하다 떠나갔고 2014년 장 대표가 위메이드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영입됐다.

필자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그가 네오위즈에서 일하고 있을 때 였다. 당시 그는 게임부문이 아닌 타 분야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합리적이고 꼼꼼하게 일을 처리 한다는 인상을 주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그를 다시 만났을 때는 위메이드의 신임 대표로 기자들과 함께 간담회를 하는 자리였다. 세월의 흔적은 조금 묻어났지만 첫 인상과 다름 없이 합리적이고 진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시에는 게임업계에 처음 등장한 그가 과연 관련 업무를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는 게임 그 자체 보다는 변화하고 있는 게임시장의 환경에 주목한 듯 하다. 그는 위메이드가 가야할 방향을 새롭게 정립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중국에서 '미르의 전설'을 모방한 수많은 아류작들을 원천봉쇄하는 것이었다. 이는 불법복제가 판을 치고, 당연시 되고 있던 중국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를 뚝심 있게 밀어 붙이며 제 자리를 잡도록 만들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게 됐다.

그러더니 어느 날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시킨 '미르4'를 시장에 내놨다.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는 대신 미지의 분야에 과감히 도전장을 낸 것이다. 이러한 도전은 주변의 우려와 달리 멋지게 성공했다. 이 작품 하나로 위메이드는 한 때 잘 나갔지만 별 볼일 없는 게임업체란 저평가에서 벗어나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업체로 부상하게 됐다. 

'미르4'의 성공이 장 대표 한 사람 만의 공으로 이뤄지진 않았을 것이다. 박 의장은 그를 믿고 맡겨 주었고 개발자들과 마케터들은 혼신을 다해 역량을 발휘했다. 이러한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모든 직원들이 한 번 해 보자는 각오로 총력전을 펼쳤기에 '미르4'는 빛을 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위메이드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부터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지만 수많은 경쟁자들이 뛰어들고 있다. 쟁쟁한 그들의 견제를 받으면서 롱런하기 위해서는 더 재미있는 게임성과 더 탄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유저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지난 1년 간 열심히 달려온 '미르4'는 이제 첫 단추를 끼운 것이라 할 수 있다. '리니지'나 '바람의 나라' 등 20년 넘은 온라인게임들이 적지 않다. 앞으로도 갈 길이 먼 것이다. 1주년을 축하하며 오래도록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게임으로 남아 주길 기대한다. 

[더게임스데일리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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