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게임업계에선 보수정권의 탄생으로 게임산업이 홀대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취임 3개월도 지나기 전에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게임 관련 사항은 일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반면 영화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  K팝 등은 콘텐츠 산업의 성장의 축으로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전 정부에서는 출범 초기부터 게임산업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고, 이러한 관심에 보답이라도 하듯 게임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며 K콘텐츠의 위상을 과시해 왔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게임에 대한 인식이 180도로 달라진 것이다. 

 이같은 온도 변화는 무엇보다 윤 대통령 주변에 게임 전문가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란 지적이 우세하다. 정부 내에도 마찬가지다. 현재 문화부의 진용을 보면 산업계를 아는 전문적 관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 정권을 의식한 회전문 인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간 문화부가 산업 마인드를 갖고 있는 관리들을 중용하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장관까지 산업에 대한 인식과 거리가 있는 인물을 발탁했다.    

게임은 K콘텐츠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성과를 올리고 있는 산업이다. 방송과 K팝이 주가를 올리고 있는 것 같아도, 실제 수출액을 따져 보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문화콘텐츠산업을 총괄하는 장관이 첫 업무보고 자리에서 게임을 쏙 빼놓았다는 것은 무관심인지, 아니면 실수였는지 알수 없다.  그런데 게임이 전 정권의 위대한 유산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라면 대단히 우려스런 발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게임은 어느 정권에 의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며, 어느 대통령에 의해 큰 재미를 본 일 조차 없다. 게임계 만큼 업계 자생력에 의해 만들어지고 키워진 산업은 많지 않다. 

박보균 문화장관은 지난 주초 게임계와의 간담회에서 “K콘텐츠라면 방탄소년단이나 ‘오징어 게임’ 등을 떠올리는데, 글로벌 장악력으로 따지면 단연 게임이 맨 앞에 서 있다”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칭찬은 단순한 립 서비스에 불과한 것이 됐다.

이렇게 게임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는 장관에게 미래의 대한민국 문화산업의 비전을 맡긴다는 게 상당히 우려스럽다. 늘 하는 얘기지만 게임은 게임일 뿐이다.  혹, 게임계에 색깔을 입히고 있었다면 당장 그 것을 걷어 치우기 바란다.  문화부의 추가적인 업무보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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