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적 관점의 비전보다는 우선 순위부터…절박함의 그 무엇을 내놓아야 할 때

다소 고전적인 느낌을 주긴 하지만 '원 스톱 서비스(One Stop Service)'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시스템이다. 민원인의 복잡한 여러 업무를 일괄 처리해 주는 이 서비스는 과거엔 가히 생각치도 못했던 방식이다. 그러나 1998년 IMF 외환 위기를 맞이하면서 정부가 절실해진 투자 유치를 위해 꺼내 든 비장의 카드가 바로 원 스톱 서비스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투자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더라도, 무엇부터 먼저 시작해야 하는 것인지,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에 대해 전혀 알 길이 없었던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 관청의 눈높이에 투털대기 일쑤였다. 그래서 달러 유치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는데, 그 것이 다름 아닌 '원 스톱 서비스'였다. 이 시스템은 이후 바로 민간 기업에도 적용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보편적인 민원 서비스로 자리하게 됐다.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이전에는 이와 유사한 서비스가 없었냐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아주 절실하니까 골방에 처 박혀 있는 것 까지  끄집어 낸 것이고, 이를 제도권에 적용한 것이다.

글로벌 경제가 때 아닌 석유 파동과 고물가로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경제가 기침을 하게 되면 한국경제는 몸살을 앓는 구조다. 고물가에다 소비가 위축되는 스테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경기는 위축되고 저 성장률이 불가피해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 정도의 위기 상황이라면 정부가 긴급 처방전이라도 내놓아야 하는 데, 지난 정부의 못된 정치만을 청산하겠다며 딴 짓거리만 벌이고 있다. 상당히 우려스런 조짐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적어도 프레임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우선 순위를 정해 각종 프로젝트를 입체적으로 진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내각을 지휘하는 국무총리가 있지만, 그가 경제와 사회 분야를 모두 아우를 순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업종별 컨트롤 타워라도 세워 그를 통해 시장을 주도하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다.

문화산업계의 입장에서 보면 K팝 K드라마 등 K컬처에 취해 콘텐츠 경제를 이끌기 위한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CNN 방송이 우리나라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 발매 10주년을 맞이한 특집기사를 통해 ‘강남 스타일’이 없었으면 ‘BTS’도 ‘블랙핑크’도 없었다며 K팝 보급의 촉매제로 그의 ‘강남 스타일’이 지대한 역할을 했음을 지적했다. 예컨대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강남 스타일’을 통해 K팝을 알게 됐고, 이를 통해 ‘BTS’와 ‘블랙핑크’의 음악을 접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노래 이전, 이미 K-게임이 그들 사이에 노출되고 있었으며, 잠재돼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K팝 이전에 이미 K- 게임이 있었고, 뛰어난 문화 할인율을 바탕으로 세계 콘텐츠 시장을 누비고 있었던 것이다.

글로벌 경제는 사실상 콘텐츠 경제로 변화하고 있다. 선진 각국마다 콘텐츠 육성책을 만들어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부가가치가 뛰어나고 지식산업인데다 무엇보다 공해 문제가 따르지 않는 잇점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한 전략적인 방책이 없다면 적어도 우선순위와 후순위를 정해 진행해야 한다. 또 그렇게 야무진 뜻과 의지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규제는 풀고 시장은 확대하는 이분법적 붐업 방식이라도 고민해 봐야 한다. 왜냐하면 글로벌 경제가 위중한 상황이고 때를 놓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게 콘텐츠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선 순위는 정해진 셈이다. 규제와 관련된 것은 대폭적으로 후순위로 돌리고, 투자와 육성에 관한 부문은 우선순위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자꾸 순서가 어긋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먼저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야 할 일들이 섞여 있거나 아주 엉켜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게임질병 코드 도입을 위한 민관협의체 가동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민간 협의를 거쳐 오는 2026년 한국 표준 질병 사인코드(KCD)를 개정해 게임을 질병으로 정해 관리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쟁국인 미국과 일본은 원칙론만 확인하고 있을 뿐 더 이상의 움직임은 없다. 이들은 국제보건기구(WHO)에서 하라면 하겠지만 그 시점이 언제라고 말해줄 순 없다는 식이다. 자신들에겐 그 것이 우선 순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민간에서 요청하는 민원은 전혀 반영이 안되고 있다. 블록체인과 관련한 게임규제 완화책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말도 없다. 신 시장으로 불리고 있는 메타버스에 대해서도 이전 정책과 다르지 않는 요지부동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런 식으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오늘도 어제처럼 해서는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아주 절박함에서 나온 ‘원 스톱 서비스’ 처럼 뭔가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관리하겠다는 태도를 버리고 민간에게 맡겨도 된다는 다소 넉넉함으로 다가서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여전히 누리고자 하는 '포지티브' 방식의 정책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할 것이다.

[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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