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게임산업 상반기 결산 / e스포츠

상반기 e스포츠는 본격적으로 엔데믹이 찾아오며 움츠렸던 업계가 다시금 활기를 찾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각지의 e스포츠 대회가 오프라인 유관중으로 전환하며 관중 입장 및 대규모 이벤트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는 수도권과 부산에서 각각 약 3000명의 대규모 관중과 함께 행사를 개최하며 부활을 알렸다. LoL 프로게임단 T1은 만원 관중 앞에서 리그 프랜차이즈 제도 전환 이후 첫 무패 우승을 달성하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후 국제 대회에서 준우승까지 차지하는 등 멋진 활약을 선보였다.

PUBG: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또한 3년 만에 국가 대항전인 ‘네이션스 컵’을 개최해 대회 기간 동안 글로벌에서 큰 화제 몰이를 했다. 오버워치 e스포츠는 오는 10월 론칭 예정인 ‘오버워치2’로 리그를 운영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고, 팬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중이다. 발로란트 e스포츠 역시 올해 본격적으로 개화하고 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중국의 팬더믹 추이가 그치질 않으며 e스포츠가 최초로 정식 종목이 된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이 취소가 된 것. 대회 개막이 무기한으로 연기되며 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던 선수와, 대회를 기다려왔던 팬들은 다소 허탈함을 느끼고 있다. 또한 아시안 게임을 계기로 e스포츠의 큰 도약을 노렸던 업계 관계자들 역시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다.

# e스포츠 오프라인 유관중 대회, 본격 스타트

지난 2020년부터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코로나 팬더믹은, 올해 초를 기점으로 점차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팬더믹의 종식을 뜻하는 이른바 ‘엔데믹(Endemic)’이 사회적인 유행어로 떠올랐으며 이에 따라 최근 3년간 진행하지 못했던 다양한 외부 활동 및 글로벌 행사가 전개되고 있다.

e스포츠도 엔데믹을 맞아 다시금 기지개를 펴고 있다. e스포츠는 팬더믹 기간 동안 비대면 스포츠라는 이점을 살려 피해를 최소화했으나, 대회 상금 규모가 축소되고 일부 행사는 취소되는 등 다소 아쉬움이 존재했다. 이로 인해 글로벌 e스포츠 산업은 지난 2020년 역대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팬더믹이 가져온 피해는 상당히 컸다.

최근 반년간 엔데믹이 시대가 열리며 e스포츠는 관중 입장을 허용하고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국내 리그 오브 레전드(LoL) 리그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 2022’는 지난 4월 대회 결승전을 경기도 고양시 CJ ENM 스튜디오에서 개최했다. 약 30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행사장에 만원 관중이 들어차며 여전한 저력을 과시했고, 선수들 역시 오랜만에 대규모 관중 앞에서 멋진 경기를 선보이며 응원에 화답했다.

LoL e스포츠는 더 나아가 지난 5월 한 달간 부산시에서 글로벌 e스포츠 대회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2022’까지 유관중 행사로 개최하며 정상화 속도를 더욱 높였다. 경기가 열린 부산e스포츠경기장과 벡스코는 연일 만원 관중을 이뤘으며 글로벌 각지에서 이슈 몰이를 했다. 라이엇은 대회 기간 중 게임 음악회 ‘LoL: 디 오케스트라’를 부산에서 개최하는 등 e스포츠와 문화를 연계해 축제 분위기를 살리고 보다 멋진 대회를 만들었다.

PUBG e스포츠는 지난 6월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배틀그라운드 월드컵 ‘PUBG 네이션스 컵(PNC) 2022’를 태국의 방콕에서 오프라인 유관중 행사로 개최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브라질, 일본 등 4개 권역 16개국의 총 64명이 각 국의 명예를 걸고 생존 경쟁을 펼쳤으며, 글로벌 팬들에게 PUBG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한국 국가 대표팀은 이 대회를 4위로 마무리하며 아쉽게 입상에는 실패했으나 여전한 경쟁력을 입증했다.

특히 대회 기간 중 태국 현지에서 관심이 매우 뜨거웠다. 경기장인 방콕 아이콘시암 몰에는 4일간 총 2만명이 넘는 관객들이 몰렸으며, 팬들은 경기 전 선수들과 만나 함께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받는 등 직접 교류하며 즐거운 추억을 남겼다. PNC 2022는 4개 권역에서 12개 언어로 동시 생중계됐으며, 중국을 제외한 하루 최고 동시 시청자 수가 51만 6000여명에 달하는 등 기록적인 흥행을 달성했다.

이 밖에도 대규모 유관중 행사 ‘홈 스탠드’를 개최 중인 ‘오버워치 리그’, 플레이오프를 유관중으로 전환한 ‘카트라이더 리그’ 등 다수의 글로벌 e스포츠가 팬더믹의 영향권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가 끝나기 전 e스포츠가 팬더믹 이전으로 다시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유관중 전환 이후 e스포츠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도 업계의 큰 관심사 중 하나다.

# T1, LCK 리그제 최초의 전승 우승 위업

LoL 프로게임단 T1은 지난 상반기에 펼쳐진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스플릿에서 대기록을 작성했다. 리그제 전환 이후 최초의 전승 우승을 달성하며 국내 팬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T1은 지난 1월 LCK 스프링 스플릿 개막 전부터 유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져 왔다. 1월 12일 광동 프릭스와의 개막전을 2대0으로 완승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이후 젠지, DRX, 담원 기아 등의 난적을 차례로 꺾으며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T1은 지난 2월 18일 KT 롤스터와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달성하며 1라운드 9경기 전승을 거뒀고, 다음 경기인 농심 레드포스 역시 잡아내며 3년 만의 개막 10연승을 질주했다. 그리고 DRX와의 2라운드 최종전마저 2대0으로 승리해 정규 시즌 18전 전승의 위업을 이룩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T1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광동 프릭스와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 경기를 3대0으로 완승하며 정규 시즌과 다름없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지난 4월 2일 열린 젠지와의 결승전에서는 3대1로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마침내 전승 우승이라는 역사를 썼다. 전승 우승은 지난 2015년 LCK가 리그제로 전환한 이후 최초로 쓰여진 기록이다.

T1이 전승 가도를 달리는 동안 LCK 역시 흥행 가도를 달렸다. 한 경기 평균 최고 동시 접속자 수는 89만명에 달했으며, 전년 대비 42% 늘었다. 하루 평균 순 시청자 수 400만명, 분당 평균 시청자 수 41만 5000여명 등 이전 흥행 기록을 모두 경신했다. 특히 T1이 전승 우승을 달성한 LCK 스프링 스플릿 결승전의 경우, 517만명의 최고 동시 시청자 수를 기록하며 이전 최고 기록인 350만명을 무려 160만명 이상 경신하기도 했다.

T1은 이후 글로벌 e스포츠 대회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해 준우승을 기록하는 등 LCK의 위상을 드높였다. 또한 지난달부터 개최 중인 LCK 서머에서 개막 4연승을 내달리며 광동 프릭스에 연승 기록이 중단되기까지 총 24연승으로 LCK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을 새롭게 작성했다.

# 항저우 아시안 게임, 무기한 연기되다

상반기에 좋은 소식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중국은 상반기 중 대도시 상하이에 봉쇄 조치를 내릴 정도로 극심한 팬더믹 쇼크를 앓았다. 글로벌 e스포츠 행사에서도 중국 선수들은 출국하지 못해 숙소에서 대회를 진행했으며, 이 밖에도 다양한 중국에서 펼쳐질 모든 이벤트가 개최에 차질을 빚었다.

결국 중국은 올해 9월 항저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대회를 연기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으나,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한 도시 봉쇄령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대회 재개 일정 또한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관련해 모든 것이 오리무중인 상태다.

대회를 위해 노력해 온 e스포츠 업계는 다소 허탈감에 빠졌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지난해부터 의욕적으로 대회를 준비해 왔다. 국가 대표팀 선발에서부터 훈련, 관리까지 담당하는 ‘경기력 향상 위원회’와 산하 소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부분에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3월에는 8개 종목 중 5개 종목 출전을 확정하고, 각 종목의 지도자를 선임해 본격적으로 선수단 구성에 나서기도 했다.

e스포츠가 올림픽 지역 대회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만큼,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을 계기로 e스포츠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급등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정치권에서도 e스포츠가 대선 후보들의 주요 공약으로 떠올랐으며, e스포츠를 정식 스포츠로 인정하고 e스포츠 선수들의 군 입대를 위한 상무팀 또는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대회 개최가 무기한 연기되며 다소 추진력을 잃은 가운데 이후를 지켜봐야 하게 됐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상민 기자 dltkdals@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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