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공세에 흔들리는 넥슨게임즈 … ‘히트2’ 등 신작 흥행으로 명예회복해야

옛말에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말이 있다. 이는 자식들이 잘났든 못났든 상관없이 모두를 고루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을 표현한 속담이다. 자식을 키워 본 입장에서 이 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유독 아픈 손가락이 있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국내 1위 게임업체인 넥슨도 예외일 수 없다. 국내외에서 수 많은 자회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게임 대기업 넥슨에게도 아픈 손가락이 있다. 박용현 사단이 이끄는 넥슨게임즈다. 좀 더 정확히 짚어본다면 넥슨게임즈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넷게임즈 얘기다. 최근 수 년간 넷게임즈는 넥슨 그룹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다. 넥슨에게 있어 아픈 손가락처럼 보였다. 

그래서 일까. 넥슨은 넷게임즈에 무한 애정을 쏟고 있다. 먼저 넷게임즈와 넥슨지티의 합병을 단행한 것이다. 온라인과 모바일 부문에서 각각 개발력을 인정받고 있는 두 회사의 결합을 통해 개발 및 운영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것이 넥슨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적자 회사인 넷게임즈를 구하기 위해 넥슨지티를 희생시켰다는 불만이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거져 나왔다. 넥슨지티와 투자자들 입장에선 그룹내 잘 나가는 네오플과의 합병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겠지만, 그 상대가 넷게임즈라면 그야말로 혹을 하나 더 얻은 셈이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지난 3월 31일 넷게임즈와 넥슨지티의 합병으로 넥슨게임즈가 정식 출범했다. 넥슨코리아가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초대 대표는 박용현 전 넷게임즈 대표가 맡았다. 임직원 1000여 명의 대형 게임 개발사로 새 출범한 넥슨게임즈는 단숨에 시가총액 1조5000원을 상회하는 중견 게임회사로 발돋음했다. 합병 효과 덕분에 한 때 주가가 1년전 보다 배 이상 껑충 뛰었고 시가총액도 2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합병 효과에 자신감을 얻어서인지 몰라도 넥슨 그룹은 박용현 대표에게 또 한번 힘을 실어줬다. 지난달 31일 넥슨게임즈가 합병 출범 이후 첫 개최한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박 대표에게 보통주 100만주에 대한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했다. 박 대표의 책임경영 및 동기부여를 강화하기 위함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행사가격은 2만 2800원이다. 행사 기간은 2026년 6월 1일부터 2030년 5월 31일까지다.

하지만 지금상황에선 박 대표가 스톡옵션으로 소위 대박을 터뜨리는 길은 요원해 보인다. 박 대표의 능력을 의심하거나 폄혜해서가 아니다. 그럴 수도 없는 것이 박 대표의 커리어를 살펴보면 누구나 수긍할 것이다. 그는 흥행 불패의 성과를 거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과거 개발에 참여한 '리니지2'와 '테라'를 비롯해 넷게임즈 대표로서 선보인 '히트'와 'V4'를 포함해 게임대상을 무려 4회나 수상했다. 다만 지금은 박 대표와 넥슨게임즈를 둘러싼 시장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넘어야 할 수 많은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당장 넥슨게임즈의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공매도 세력과 맞서야하며 그 싸움에서 이기려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코스닥150에 편입된 넥슨게임즈는 이렇다 할 악재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매도 세력의 물량공세로 연일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10일 코스닥150에 편입되기 이전까지 약 2만5000원대를 유지했으나 이후 계속 내리막 길을 달려 21일 현재 1만5000원대에서 겨우 버티고 있다. 공매도 물량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최근 며칠동안 주가는 무려 40% 이상 하락하며 체면을 구겼다.

넥슨게임즈의 이런 주가 흐름은 ‘넥슨’ 타이틀을 단 회사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이 실적 부진과 증시 악화로 1년새 주가가 반토막 난 반면에 일본 증시에 상장돼 있는 넥슨은 홀로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지난 주에는 52주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그 배경으로 넥슨 지배구조 변경 가능성을 계속해서 제기하고 있지만 그 보다는 탄탄한 경영실적과 신작 기대감을 꼽는 전문가들이 대다수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무려 2조원 이상을 투입해 넥슨(일본법인)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추가 매입하는 것도 넥슨의 지속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3월 출시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흥행 성공은 넥슨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으며, 향후 출시될 다수의 기대작 역시 하반기 이후 넥슨의 고공행진을 이끄는데 일조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넥슨이 올해 출시 예정인 기대작 중에는 넥슨게임즈가 개발을 맡고 있는 두 편의 작품도 있다. 오는 30일부터 사전예약에 돌입하는 모바일 MMORPG '히트2'는 합병후 첫 선을 보이는 작품이다. 히트의 IP를 계승한 후속작인 히트2는 그간 개발 노하우가 집약된 그래픽과 기술력으로 MMORPG 장르로 변신을 꾀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박 대표의 자존심이 걸린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달들어 스팀 글로벌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온라인 TPS(슈팅) 게임 '베일드 엑스퍼트' 역시 하반기 출격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은 개성 있는 9명의 요원을 조합해 5대 5로 나눠 싸우는 3인칭 슈팅 게임으로, 벌써부터 흥행 예감을 높여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잔뜩 움추린 게임시장과 게임 증시의 분위기를 전환시킬 '키 메이커'로 넥슨을 꼽고 있다. 넥슨이 ‘던파 모바일’에 이어 ‘히트2’와 ‘베일드 엑스퍼스’ 등 후속작을 연이어 흥행시킨다면 침체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또 한편에선 넥슨의 향후 미래는 ‘던파 모바일’을 성공시킨 네오플과 신작 두 편을 준비중인 넥슨게임즈에 달려 있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들려온다. 

이러한 안팎의 기대감 탓에 박 대표와 넥슨게임즈 임직원들의 어깨가 그 어느때보다도 무겁게 느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픈 손가락’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비밀병기’로 거듭나기 위해선 첫번째도, 두번째도 흥행 성공 뿐이라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또한 그것만이 새 출발한 박용현 사단의 실패에 베팅한 공매도 세력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임을 간과하지 않길 기대해 본다. 

[더게임스데일리 김종윤 뉴스2 에디터 jykim@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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