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물에 그 밥 '식상코드'… 청소년 층 아닌 잠재 수요를 위한 다양한 게임개발 바람직

게임업계가 올들어 악전고투하고 있다. 올 상반기 실적도 그렇게 긍정적이지 못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성급한 전망일 수 있겠으나, 코로나 펜데믹에 재미를 본 게임업계가 긴장의 끈을 너무 일찍 푼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없지 않다.

새 작품 출시가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원인이다. 미국 등 선진 외국의 경우 작품 출시 일 만큼은 지상의 명제로 생각하고, 이를 엄격히 지키려 하는 데 반해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별다른 생각이 없다. 하지만 작품 출시일이 미뤄지게 되면 개발사는 개발사대로, 유저는 유저대로, 부담감과 거북함으로 상호 작용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화제작으로 꼽혀온 A사의 B 작품은 출시 예정일보다 무려 6개월이 지연된 끝에 올해 발표됐다. 예정보다 늦게 출시됐지만 작품의 지명도에 따라 시장에선 나름 선방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선두 작품들과 견주지도 못한 채 랭킹 순위에서 밀려 나고 말았다.

최종적인 흥행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주변에선 의외의 결과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작품 출시일을 어긴 괘씸죄가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으나, 단순히 그렇게만 볼 수 없는 요인들도 있다는 점에서 패인 분석이 복잡해 졌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B 작품이 화제작 치고는  너무 초라한 성적표를 쥐고 말았다는 것이다.

시장이 위축되면 산업 역시 움츠리게 돼 있다. 내수 뿐 아니라 수출 역시 위축되고 있다. 원인은 한마디로 막혀버린 중국 시장 때문이다. 시장 다각화의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는데, 국내 게임업계가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이다.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 당국은 가뭄에 콩나듯, 선심성 판호만을 내 줄 생각일 뿐, 과거 그 때 처럼 그렇게 판호를 남발하는 등 시장을 부양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중국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리커창(李克强)총리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리 총리는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실업률이 폭증하자, 최근 시진핑 국가 주석과는 다소 다른 내수 진작책 마련에 고민하고 있다. 그는 특히 잘 나가던 자국의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주가가 거의 폭락 수준으로 떨어져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경기 부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리 총리의 내수 진작책의 골자가 이른바 ITC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될 경우 게임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로 막을 수는 없게 된다. 자칫 시진핑 주석과의 노선 대립이 예상되지만 치솟는 물가와 실업률 등을 고민한다면 중국의 경기 부양을 위한 선택 폭은 좁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수출 시장이 회복된다 하더라도 내수가 튼실하지 않으면 업계의 체감 온도는 그렇게 달라지지 않는다. 예컨대 냉온탕을 오갈 가능성이 크고, 결국엔 수출전선에까지 먹구름이 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유저들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가고 있고, 새로운 장르와 작품에 대한 갈망 도 높아지고 있는 데 반해 게임업계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는 점이다. 여전히 특정 장르에 묶여 있으며, 특정 나잇대에 고정돼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게임놀이의 나잇대를 게임업계에서는 과연 어떤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같은 업계 궁금증을 풀어주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도 영임 교수팀과 연세대 이 병주 교수팀 등이 완성한 ‘세대를 연결하는 게임 디자인 가이드’란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은 이미 나잇대를 관통, 모든 세대들이 즐기는 놀이 문화 가운데 하나로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 연구보고서는 ‘50대 이상 게임이용자를 중심으로’란 부제가 달려있긴 하지만  연구 보고서 내용 대로 50~60대 세대들의 게임 이용실태를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이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50대의 57%가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60~65세 나잇대에서도 약 37.15%가 게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게임머니와 아이템 구매율에 있어 젊은 이용자 등 다른 경쟁 세대와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비율을 나타내며 이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이 스스로 앱 설치 방법을 알고 있으며, 게임을 통해 자기만족을 실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게임을 통해 자녀와의 갈등을 해소했다고 밝히고, 필요하다면 아이템 구매 및 게임 유료 사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이 연구 보고서의 책임을 맡고 있는 도 영임 교수는 “ 게임 인터페이스의 접근성을 높이고 게임의 진입 장벽을 낮춘다면 이들 중장년층을 다양한 장르의 영역으로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게임 수요층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해와 달리 올들어 게임업계가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잠재수요 발굴을 기대했던 P2E 게임 및 블록체인 게임들이 정부의 규제 조치로 옴짝 달싹 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기대를 모아온 작품들은 시장에서 대거 패퇴하고 있다. 하반기에 들어서면 조금 나아질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지만, 이 때 즈음이면 정부의 규제책들이 대거 쏟아질 전망이다. 그나마 위안이라고 삼을 수 있는 것은 그동안 감춰져  온 50~60 세대의 새로운 수요층으로의 부상 가능성이다. 그렇다면 코로나 엔데믹 시대가 다가오는 이 시점에 새로운 게임세대(?)를 위한 게임 장르 개발에 힘을 기울이면 어떻겠느냐 하는 것이다.

다양한 소재의 게임 개발로 수요층을 다각화한다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어려울수록 시장 주변을 잘 살펴봐야 한다. 그래서 등잔 밑이 어둡다 하지 않던가. 올해를 다양한 수요층 개발을 위한 업계의 원년으로 삼아 준비한다면 내일의 좋은 열매로 결실이 맺어지지 않을까. 지금처럼 해선 절대로 안된다. 외부의 세력에 견딜 힘은 건실한 내수와 수요층에 달려있다 할 것이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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