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타래처럼 얼키고 설킨 과제들 '수두룩'…신임 박 장관의 수완 지켜볼 일

새로 출범한 윤 석열 정부의 핵심 키워드는 자유와 공정, 상식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단순하게 보면 이전 문 재인 정부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행간을 자세히 살펴보면 핵심 키워드로 꼽은 단어들의 뜻과 의미가 이전 정부와는 크게 다름을 발견하게 된다. 역설적으로, 이전 정부에선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는 것이며, 공정을 그렇게 외쳤지만 불공정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읽혀진다.

무엇보다 대통령 취임사를 통해 자유라는 단어를 수차례 반복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새삼스럽다고 할 만큼 그 것이 필요하고, 이전 정부와는 그게 아주 다르다는 점에 대척점을 두고 일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키워드를 다시 읽어보면 시장 경제를 지향하지만, 균형감각을 잃지 않고 상식적인 정책을 입안하고 실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할 듯 하다. 예컨대 대한민국이란 그릇이 어떤 것 임을 확실하게 함은 물론 그 그릇에 담아내는 과정과 내용물역시 공정함과 상식선에서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일련의 프레임은 아주 쉬운 듯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정부의 문화정책의 경우 더 그렇다. 문 재인 정부의 문화정책은 상당히 방임에 가까웠다. 일부 독소조항이라고 하는 것까지 포함해 여러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풀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컸으나 이같은 문제 조항에 대한 논의는 말 그대로 논외에 두고 말았다.

게임의 경우 다행스럽게도 운이 따랐는지 비대면에 의한 수요 증가로 활황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다소 분위기가 가라 앉으면서 멈칫거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우선 정책과제를 내놓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다. 적어도 정권 임기 전반기에 주력할 분야를 추려내야 하는 데  아무 소식이 없는 것이다.

과거 DJ 정부 시절엔 국제 통화기금(IMF) 여파 때문인지 문화산업 육성에 방점이 찍혀 있었고, 노 무현 정부는 대중 문화 발전에 더 역점을 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명박 정부 때에는 이도 저도 아닌 다소 애매한 모양새였고, 박 근혜 정부 때는 문화와 문화산업이 블랙리스트 파동으로 참혹하게 붕괴됐다.

때마침, 새 정부의 문화정책 방향을 가늠해 보기라도 하듯, 문화산업계, 특히 게임계의 핫한 현안들이 잇달아 시험대에 오르며 주목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놓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에 대한 완전 공개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시장 경제에 반한  퇴행적인 조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반면, 유저들은 정부의 정보 공개 방침에 대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부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P2E 및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에 대한 정부의 견해도 아직까지 애매모호한 상태다. 정부 일각에선 게임성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P2E 게임에 대해서는 그렇다 하겠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은 이제 제도권으로 편입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런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게임기업의 모럴 헤저드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의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는 덩치만 키웠지, 세금 납부 외 아무런 사회적 의무를 치르지 않고 있는 기업들을 두고 하는 말인데, 여기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한 두 업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일각에선 정부의 공정과 상식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차원의 선그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자유주의 정신에 어긋나는,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이 문제는 다소 논점이 비껴간 것이긴 하지만, 일본계 게임기업인 SNK가 최근 코스닥 상장 폐지를 단행하면서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게임업체들의 기업 규모가 과거와는 다르게 확대되고 있는 데 반해 시장 정서에 반한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그 뒤끝엔 먹튀 논란까지 빚어지면서 이를 더이상 간과했다간 산업이 바로 서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넥슨 매각 문제도 그렇다. 정부는 이를 사적인 영역에 두고 그냥 두고만 보고 있을 것인지, 아니면 정부가 게임 산업 보호 차원에서 시장개입 등을 고민해야 하는 지에 대해  어떤 입장도 취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좀더 두고 보겠다는 뜻인 것 같다. 이같은 태도는 당사자인 NXC측에서 매각 수순은 없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란 설도 있지만, 정부가 확실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더 우세하다.

이같은 산업 현안의 해결사로 박 보균 문화 장관이 임명됐다. 이젠 그에 의해 정권 초기의 문화 및 문화산업 정책 방향이 그려질 전망이다. 그러나 그는 30여년간 언론계에 몸 담았던 인물이다. 문화계 인사가 아니라고 할 수 없지만 솔직히 정치인에 더 가깝다. 그의  칼럼 역시 대부분 정치 칼럼이다.

그렇다면, 그릇에 담아내는 역할보다는 체제 수호라는 다소 시대와 동떨어진 목소리 내기에  더 주력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없지 않다.

최근 국정원장에서 퇴임한 박 지원 전 문화장관은 발탁되기 무섭게 언론에선 DJ 나팔수가 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한마디로 DJ 그릇 만들기에 주력할 것이란 것이다. 그런데, 그같은 예상은 아주 빗나갔다. 철저히 콘텐츠를 만들고 그 것을 담아내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필요하다고 하는 곳이면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다.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결과는 달랐다. 그는 그런 식으로 DJ의 그릇을 만들어 갔다.  그리고 그는 역대 최고의 문화 장관이라는 평판을 듣게 됐다.

박 장관, 그의 솜씨를 지켜보고자 한다. 그릇 채색에만 주력할 것인가 아니면 그 그릇에 숱한 재료를 담을 것인가. 아니면 오로지 한 그릇 지키기에만 힘을 기울일 것인가. 

선택은 순전히 그의 뜻에 달려있다 할 것이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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