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째 매각인가, 아님 부분 매각인가…제3의 길을 걸을 가능성도 배제 못해

넥슨 그룹의 새 총수에  故 김 정주 회장의 부인인 유 정현 NXC 감사가 지정됐다. 넥슨은 현재 재계 순위 39위다. 기업 규모를 보면 약 13조원에 가깝다. 정부는 5조 원 이상의 대기업과 그룹에 대해 총수를 지정해 왔는데, 넥슨이 이 집단에 해당됨에 따라 이번에 유 감사를 그룹 총수로 지정한 것이다.

유 회장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다만 그가 김 회장과 넥슨 창업 이후 공동으로 회사를 경영하기도 했다는 점, 그리고 두 자녀의 어머니라는 점, 넥슨의 최상위 회사인 NXC에서 실질적인 감사역을 수행하는 등 임원으로 일해 왔다는 점이 전부다.

하지만 그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상당히 합리적이고, 외견으로 비춰지는 모습과는 달리 따뜻한 성품의 인물로 기억하고 있다. 넥슨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자신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 김 회장 뒤에서 그를 내조해 왔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따라서 유 회장이 넥슨의 전면에 나선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는 게 주변 안팎의 분석이다. 정부의 기업집단 관리를 위해 이번에 유 회장이 총수로 지정됐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넥슨의 최근의 상황을 놓고 보면 그의 전면 등장에 대해 단순히 해석할 처지에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이미 기업 인수 합병(M&A) 시장에선 넥슨이 매물로 나온 지 꽤 오래된데다, 김 전 회장이 남긴 유산 및 상속세 처리 결과에 따라 넥슨의 경영권 향배가 바뀔 수 있는 , 가히 예측불허의 게임이 전개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 회장의 맘먹기에 따라 주사위의 향배 역시 크게 바뀔 게 확실하다 하겠다.

금융시장에서는 유 회장의 전면 부상에 따라 넥슨의 매각 절차가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그 탄도의 무게 중심은 상속세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과 유 회장, 그리고 자녀 지분을 포함한 NXC의 지분율은 거의 100%에 가깝다. 두 자녀가 5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와이즈키즈의 NXC 지분(1.72%)은 따로 있다. 이를 놓고 계산하게 되면 상속세는 약 8 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 금액은 일시불이 아닌 분납도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보면 일시불은 기업 매각이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분납할 수 밖에 없는데, 과연 유 회장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이란 위험 부담을 안고 기업을 승계하겠느냐는 것이 금융시장 쪽의 시각이다. 매각할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또 이같은 주장에는 넥슨을 이끌고 있는 현 스텝 상당수가 김 전 회장이 2019년 넥슨 매각이란 화두를 던지며 영입한 인물들이란 점이다. 즉, 이들에 의해 매각 규모가 정해지고 성사될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유 회장을 그렇게 쉽게 봐선 곤란하다는 이들도 있다. 이를테면 그가 예상밖으로 넥슨 경영을 도맡아 변화를 꾀할 수도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대한 근거는 이렇다. 오늘날의 넥슨이 있기까지 유 회장의 조언이 크게 작용해 왔다는 점, 넥슨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강하다는 점, 최근 모 인사와의 만남에서도 넥슨에 대한 발전 가능성을 타진 했다는 점이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게임 비즈니스에 걸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넥슨의 운명과 경영 향배의 주사위는 순전히 유 회장의 손에 달려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유 회장이 연착륙에 의한 매각 수순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없지 않다. 예컨대 상속세를 분납하는 조건으로 해서 계열 일부를 M&A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렇게 될 경우 넥슨 계열사 가운데 그룹과의 물리적 결합 관계에서 거리가 있는, 그러면서도 시장에선 몸값을 유지하는 우량 기업이 우선 매각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같은 시도는 자칫 통째 매각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결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는 별개로 업계 일각에선 김 전 회장과 유 회장이 그간 사회 공익재단에 큰 관심을 보여 왔고, 김 전 회장의 유언과 유지에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는 내용들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예상밖의 결과도 나올 수 있다는 게 주변사람들의 견해이다.

이를테면 유 회장이 이번에 전면에 나선 까닭이 넥슨 매각이란 카드를 사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김 전 회장의 뜻에 따라 넥슨을 공익재단에 기부하기 위해 회장 수락에 응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히든카드가 따로 있다는 뜻이다.  

유 회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분명한 것은 게임업계의 모든 시선이 베일에 가려진 유 회장의 동선에 쏠려 있음엔 틀림없다 하겠다. 넥슨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