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XC측 장고에 여러 인수설 '분분'…외국기업에 매각되는 건 막아야

최근 삼성전자가 때 아니게 게임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논란은 그다지 새롭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모바일 게임 플렛폼 시대를 열어 가는 게임계의 입장이라면 하드웨어 업체인 삼성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른 것 같다. 게임계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이번엔 삼성의 반향을 조심스럽게 살펴보는 , 다소 긴장하는 듯한 그런 모습이다.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그럴만도 하다. 삼성이 게임을 통해 콘텐츠 산업계에 교두보를 마련하느냐 마느냐 하는 긴요한 문제가 걸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답을 줘야 할 삼성은 아무 말이 없다.  당사자에게 묻지 않았는데, 굳이 이에대한 답을 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넥슨의 경영권 향배를 둘러싼 여러 얘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주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객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꼴이다. 그럼에도 설왕설래는 멈추지 않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 펀드인 PIF가 넥슨 재팬의 지분율을 높이고 있는 점이 비등점이다. 사우디측은 마음만 먹으면 지분율을 더 높일 수 있다는 태도다. 일각에선 이러다가 넥슨을 사우디에 헌납하게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넥슨 재팬의 지주사인 NXC 측은  말이 없다. 그러나 유산 상속세만도 약 7조원에 달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 쪼개서 내면 되겠지만 그렇다고 그같은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더욱이 계열사들이 거의 일관체제 가깝게 묶여 있어 이를 분리해 매각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NXC의 움직임은 그렇게 드러나는 것이 없다. 말이 없는 게 아니라 장고 중인 것은 분명하다.  게임계가 꼭 집어 삼성을 꺼내 든 배경도 이같은 NXC의 무언의 입장 표명과도 무관하지 않다. 수위는 올라가는 데 당사자측에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그럴 만도 한 것이다. 이같은 배경엔  넥슨을 외국기업에 절대 넘길 수 없다는 애정과 절박함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ITC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공룡기업군으로 재편돼 왔다. 애플은 말할 것도 없고,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등 하드웨어와 콘텐츠를 동시에 공급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면 이들의 행보가 하나같이 게임 쪽에 쏠려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MS가 게임계의 전설로 알려진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전격적으로 인수할 것이란 것을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MS는 무려 687억달러(81조9000억)를 주고 이를 관철시켰다. 이 와중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들의 주가가 이로 인해 크게 흔들림을 목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거침없이 밀어 붙였다.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오버 워치’ 등 PC 게임의 명작을 쏟아낸 곳이다. 주변의 비난 등을 무릅쓰고 MS가 고집을 부리듯 블리자드를 인수한 배경은 한마디로 메타버스 등 미래시장을 내다본 것이다.

소니도 마찬가지다. 최근 비디오게임전문업체인 ‘번지’를 36억달러(약 4조3600억)에 인수했다. ‘헤일로’ ‘데스티니’ 등 슈팅게임으로 잘 알려진 이 회사는 게임 마니아 사이에서는 완성도를 크게 평가받는 업체다. ‘번지’는 이를 계기로 다양한 장르의 게임 개발에 참여, 소니의 메타버스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넥슨에 대해 게임계가 기다렸다는 듯이 삼성이란 카드를 들고 나선 것은 이같은 글로벌 ITC 기업들의 움직임과 삼성이 과거 게임 등 콘텐츠 비즈니스를 해 본 경험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다. 삼성그룹에는 영상사업단이 있었다. 지난 1999년 해체된 국내 유일의 콘텐츠 개발 집단이다. 이곳에는 삼성의 최고의 엘리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각 계열사에서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참여해 만들었기에 그룹의 기대감 역시 적지 않았다.

사업단 대표는 이 중구 사장이 맡았고, 살림은 이 동걸 상무와 조 대식 팀장이 관리했다. 그리고 박 춘호, 최 환, 최 홍성 이사가 장르별 팀장을 맡았다. 게임은 정문경 팀장이 총괄했다. 삼성의 콘텐츠 개발 집단이 첫 출범한 것이다, 사업 목표에는 게임, 영화, 케이블, 음악, 뮤지컬 등이 망라됐다.

또 무엇보다 주먹구구식 제작 관행이 철폐됐다. 영상사업단은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을 개발, 현업에 적용시켜 나갔다. ‘그 섬에 가고 싶다’ ‘결혼 이야기’ ‘쉬리’ 등이 이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졌다. ‘서태지’의 컴백 앨범은 글로벌 스텐다드에 맞게 제작한다는 방침아래 기획된 작품이었다. 돈보다는 작품, 관행보다는 과학적이고도 합리적인 시스템 개발에 더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지고, 대기업 구조조정이란 여파로 인해 1999년 삼성 영상사업단이 해체되는 운명에 처하게 됐다. 이렇게 되자 이쪽 저쪽에서 해체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삼성전자의 ITC사업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영상사업단은 삼성전자의 자금동결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많은 아쉬움을 주는 대목이다. 만의 하나, 영상사업단이 해체되지 않고 지금까지 존속해 있었다면 과연 그 결과는 어땠을까. 한국콘텐츠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넷플릭스와 겨루는 용장이 돼 있지 않았을까. 당시 넥플릭스는 미국의 어느 한적한 곳에서 DVD 주문이 들어오면 이를 포장해 배달하는 업체에 불과했다. 

게임계가 삼성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이번 만큼은 하드웨어 업체로서 뿐 아니라 ITC업체로서 일정 역할을 해 주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글로벌 ITC기업들이 합종연횡의 횡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삼성이 넥슨을 인수한다면 새로운 판에 도전해 볼 수 있다. 또 외국 기업에 넘기는 사례를 만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같은 일이 현실화 될까. 언필칭, 넥슨의 독자 생존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국내 ITC 기업과의 연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NXC측의 고민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