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추 보면 그럴 듯 하지만 과연 그럴까…본질적인 문제서 답을 찾아야

게임계가 전반적으로 답보 상태에 빠져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되레 뒷걸음질을 치는 그런 모습이다.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내수 시장이 휘청거릴 때, 비대면의 수요를 찾아 쾌속 질주한 곳은 다름 아닌 게임계였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다. 더 이상 치닫지 못하고 제동이 걸린 것이다. 그나마 찾아낸 것이 블록체인 장르이다. 이 것도 돈이 된다 하니까 달려든 것이긴 하지만 숱한 난관만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제도권 뿐 아니라 정부의 표정 역시 그다지 곱지 않다. 업계는 새로 출범하는 윤 석열 정부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는 듯한 눈치이지만 그 전망이란 게 그다지 밝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의 매출실적은 어닝 쇼크 수준은 아니었지만, 대단히 실망스런 성적을 거뒀다. 이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때문일 수 있겠으나 간극이 예상보다 컸다. 이렇게 되자 시장에선 기다렸다는 듯, 게임계에 대한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가장 빨리 반응한 곳은 증시다. 지금처럼 해선 곤란하고, 새로운 답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계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게임계가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다른 곳에 기웃거리지 말고 본질적인 문제인 게임만을 놓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 보라는 것이다.

월트 디즈니가 말 그대로 파산 직전 단계까지 가는 등 막장 경험을 통해 재기에 성공했지만,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 파동은 피해 가지 못했다.

2020년 1분기 순이익을 보면 가히 최악이었다. 전년동기대비 90% 이상 감소한 4억7500만 달러에 그친 것이다. 이는 지난해 동기대비 거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 뿐만 아니다. 영업 이익도 전년동기대비 37% 감소한 24억달러에 그쳤다. 돈은 돈대로 쓰면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뜻이다.

예상치 못한 성적표를 쥐게 되자, 시장에선 월트 디즈니가 재기에 성공한 나머지 자만심에 취해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라고 비아냥 댔다. 일각에선 ‘어닝 쇼크’라며 매우 우려스런 견해를 나타내기도 헸다.

밥 차펙 월트디즈니 CEO는 그러나 침착하게 동요하는 시장과 직원들을 향해 우리가 잘 하는 것으로 활로를 모색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보수화된 글로벌 전략을 수정하는 등 이 부문에 대한 역량을 더 강화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즉, 로컬 라이즈(현지화)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저조한 분기 실적을 가지고 이처럼 소란을 피우는 것은 미국적인 정서를 반영한 것이긴 하지만, 다소 심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왜냐하면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테마파크가 잇달아 폐쇄되고, 극장 문이 닫힘에 따라 개봉작들을  제대로 선을 보이지 못한 때문이다. 또 경쟁사인 넥플릭스와 같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전담하는 업체도 없었던 처지를 감안하면 실적에 대한 일각의 우려는 조금  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월트디즈니가 뒤늦게 OTT전문업체인 디즈니플러스를 론칭한 것은 시장 안팎의 과한 지적에 대한 즉각적인 응답이었다. 그러자 월트디즈니의 주가는 폭등했다. 한마디로 아주 잘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다매체 다채널 시대다. 콘텐츠가 생산 되자마자 소비되는 시대이고 대량 소비가 미덕인 시대에 살고 있다. 밥 차펙의 전략은 그래서 로컬라이즈를 굳이 자신들의 눈 높이에 묶어 가두지 말고 풀자는 것이며, 시대에 따라 맞는 콘텐츠를 발굴해 선보이는 등 적합성(Relevance)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해 승부하자는 것이었다. 또 원 소스 멀티 유즈 (One Source Multi Use)를 더욱 더 활성화해 다양한 수요처에 공급하자는 게 그의 성장 전략이었다.

얼추보면 그렇게 비상한 전략이라고 할 수 없는 얘기다. 그간 이같은 움직임은 충분히 있어 왔고, 해 왔던 것들이기에 그렇게 새롭다 할 수 없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너무 범상하기에 쉽게 놓친 것이다. 일례로 로컬 라이즈를 허용하는 월트디즈니에서 포스터 한 장을 제작하는 데 한 달이 넘게 걸린다면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전개돼 왔다. 예컨대 본사의 지침대로 정확히 제작이 이뤄지지 않으면 현지에서 포스터를 쓸 수 없도록 돼 있다.

적합성 여부를 묻는 콘텐츠 항목을 게임계에 치환하면 이렇게 된다. 게임계는 오로지 MMORPG 제작에만 함몰돼 있다. 이른바 시대와 걸맞은 게임과는 거리가 있어도 MMORPG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나 유저 입장에선 그렇지가 않다. 또 그 장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게임 기획자 입장에선 그게 돈이 되기 때문에 그냥 밀어 붙인다. 유저들은 못마땅해도 어쩔 수 없이 그 게임에 다시 매달린다. 그러나 그 게임은 산 게임이 아니라 죽은 게임이 되는 것이다.

게임업체와 유저들간 사이가 벌어지면 시장은 냉각된다. 과거 그 관계가 일방형이었다면 지금은 양방향에 다 채널이다. 찰나를 놓치면 그대로 사장될 만큼 속도 역시 빠르다. 이른바 블록화란 장벽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렇다면 답보상태에 빠져있는 게임계의 답은 확실하다. 시대에 맞아 떨어지는, 그러면서 돈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살아있는 게임을 만들라는 것이다. 월트디즈니는 거기서 돌파구를 찾았다. 그리고 다시 시장에 올라탔다.

게임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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