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색채에 게임업계 긴장…결국엔 그 것도 우리의 몫으로

지난 2007년 12월19일 치러진 17대 대선은 예상외로 싱겁게 끝이 났다. 개표 초반부터 앞서 달리기 시작한 이 명박 후보 (한나라당)가 개표 종반부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여당의 정 동영 후보(민주신당)는 한번도 힘을 쓰지 못한 채 끌려 다녔다. 

마침내 1140여만표를 얻은 이 명박 후보가 617여만표 득표에 그친 정 동영 후보를 무려 530여만표 차이로 승리했다. 선거 전문가들의 당초 예상은 팽팽한 접전이었다. 무소속으로 나선 이 회창 후보가 있었기 때문에 정치적 기반이 약한 정 후보가 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가 않았다. 이 명박 후보가  호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고른 득표를 올려 쾌승을 거둔 것이다.

이 명박 후보가 당선되자, 한나라당 당사에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10년만에 잃어버린 정권을 되찾아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날 이후 한나라당 당사에는 이같은 함성이 다시는 울려 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명박 대통령을 시종일관 지지하고 성원을 아끼지 않은 곳은 한나라당 지지자들도, 당직자들도 아니었다. 오로지 특정 종파 인사들과 건설업 종사자들 뿐이었다. 편을 가르기 위해 그렇게 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렇게 됐다. 나중, 그 것이 부메랑이 되어 그들의 죄아닌 죄가 돼 버렸지만, 결국 국민 앞에선 진영이란 것도, 지지도란 것도 부질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윤 석열(국민의 힘) 후보가 신승을 거둔 21대 대선 이후 산업계의 기상도를 예상하는 기사들이 적잖게 등장하고 있다. 그의 정치적 성향을 두고 예상한  그림인데, 한편에선 그의 짧은 정치 이력을 가지고 그렇게 산업 전망을 예측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없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진보진영 쪽으로 쏠린 정책을 보수진영쪽으로 끌어 당길 것은 확실해 보인다.

게임계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이 바로 이 부문이다. 게임계가 진영간 구분을 두고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관계자들이 진보적인 색깔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수 진영측은 바라보고 있다.

실제로 대선을 앞두고 게임학회 등 일부 단체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나서는 등 스스로 진영 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알려진 진영 색과 게임계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다.

다소 엉뚱한 비유같지만, 의상만으로 보면 진보 같지만. 체형으로 보면 보수적이고 수구적이다. 이데올로기에 관한 한은 쏠림과 편을 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장에선 솔직히 이런 반응도 있다. 과거의 경험으로 비춰보면 게임에 대한 규제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것이다. 예컨대 비대면 수요 발굴로 깜짝 재미를 보긴 했지만, 게임시장이 그렇게 녹록치 않음에도 불구, 여러 규제들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동시에 진행될 것이란 우려다.

이같은 전망은 윤 석열 당선인 진영측에서 선거공약으로 내놓은 데서 일부 근거를 찾아볼 수 있는데, 그러나 이같은 공약들이 바로 정책과 연결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다소 섣부른 판단이라고 보여진다.

특히 윤 당선인 측이 공약한 확률형 아이템 정보에 대한 완전 공개 및 권익보호위원회 설치 등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그간 중기적 과제로 연구하고 고민해 왔다는 점에서 그렇게 새롭다 할 수 없다. 오히려 여성가족부 폐지에 따른 반사이익이 게임계에 상대적으로 더 크게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단지, 업계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P2E’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이다. 일각에선 코인의 현금화에 대해 아주 비관적으로 보고 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될 경우 전반적인 미래 사업들이 슬로우 템포에 빠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업계의 또 다른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는 노동정책 분야는 차기 정부에서 유연성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사측 입장에선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정부와 노조 간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새 여당으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국민의 힘 당내에 게임계를 잘 아는 친 게임계 인사들이 부족하다는 점은 치명적인 약점이자 산업계엔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게임계가 때 아니게 좌측 진영으로 분리되는 것도, 어찌보면 우파 진영에 지인들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겠다.

대선이 끝난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 그렇다면 이젠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만 남아있다 할 것이다. 진보진영이든 보수진영이든 그것은 정치인들이 찾고 싶은 색깔 논리일 뿐이다. 그런 색들이 게임시장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우파 정권 때 게임시장은 오히려 더 활발했다.

이 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건설업계가 호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희색이 만면했다. 정말, 잠시 그런 듯 했다. 하지만 그같은 재미는 말 그대로 찰나였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자 그 것이 원죄가 되어 건설업계를 괴롭혔다.

 진영이 바뀌고 정권이 바뀐들, 뭐가 달라지겠는가. 그다지 크게 기대하지 말자. 그냥 처음 시장 열 때 그때 처럼  게임인, 우리가 하면 될 일이다.  보수든 진보든 그 어떤 정권이든 그들 덕에 기대어 재미볼 일 없는 업종이기에 하는 말이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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