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고갈된 국내 게임시장의 '물줄기'…어항 수위 조절 기능에 긍정적 작용

중동이라고 불리는 지역은 지중해 동부에서 페르시아만에 이르는 광활한 땅이다. 20세기 무렵 유럽 열강들이 자국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동양을 근동(近東)과 중동(中東) 극동(極東)으로 구분해서 사용한 것이 뿌리가 됐다. 이 지역은 또 이슬람권으로도 불리기도 하는 데, 이는 종교적 개념으로 쓰일 때 사용되고, 언어 문화적 관점에서 이해를 도울 때에는 아랍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단순히 보면 복잡한 지역으로 보여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실타래처럼 엉키어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3대 종교의 성지가 다 모여 있고, 인종과 언어 또한 다양하지만, 습관적이다고 할 만큼 잘 어우어져 산다. 과거, 세계 열강들이 다소 어지럽게 해석하고, 그 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과실로 인해 복잡해 보일 뿐이다. 

중동의 맹주는 사우디아라비아로, 세계 최대 석유 산업국이다.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25% 이상을 갖고 있으며, 물보다 석유가 싸다는 나라로 알려져 있는 곳이 바로 사우디아라비아다. 지난해 국민 총 생산규모(GDP)는 약 8000억 달러에 달하고, 1인당 GDP는 4만8000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제염 등 1차 산업과 석유산업에 편중돼 있다고 할 만큼 경제구조가 취약하다. 나라에 돈은 있지만 마땅히 쓸 곳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또 그 국부 구조 역시 왕족이라고 하는 사람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이번에 한국 게임업체 넥슨과 엔씨소프트에 투자한 사우디 국부펀드(PIF) 역시 표면적인 모습은 공공 펀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인 모하메드 빈살만에 의해 운영되는 왕족 펀드다.

자금 규모가 8억 달러에 이르지만,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굳이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원칙아래 자금을 운영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최근 PIF의 투자 종목은 종전과 다르게 정보통신, 디지털 콘텐츠 등 ICT 종목으로 다양화되고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미 알려진대로 PIF는 일본의 게임업체인 캡콤과 미국의 블리자드 ,EA ,테이크 투 인터렉티브 등에 투자를 한데 이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C)소속의 뉴캐슬 유나이티드 구단을 3억5000만달러(한화 약 4952억원)에 사들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PIF의 투자 내역을 살펴보면  괜찮다고 판단되면 업종과 장르를 굳이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PIF에서 사들인 넥슨의 지분은 5% 수준이고 엔씨소프트의 지분은 6.69%다. 엔씨소프트의 지분 146만8845주는 장내에서, 넥슨 지분 5%는 일본 주식시장에서 사들였다. 규모면으로 보면 적지않은 물량이다. 그런 까닭인지 일각에선 PIF에서 시시콜콜 훈수를 두려 하지 않겠냐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예컨대 그 정도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단순 투자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이들은  주주로서 기본 권리, 즉 투자 이익에만 목적이 있지, 그 이상의 뜻은 가지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심은 끄는 대목은 사우디 국부펀드인 PIF에서만 한국게임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동의 또 다른 석유 부국인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 귀족들도  게임 등 한국 엔터테인먼트에 매력을 느끼고 투자 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과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기업들이 철수하면서 국내 게임 시장은 투자 선순환 구조가 사실상 와해됐다. 이를 힘겹게  재건한 것은 금융권의 투자 펀드였다. 하지만 이들도 그렇게 오래 가지 못했다. 하나 둘씩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중소 벤처, 스타트업들은 창업 및 개발 자금 고갈로 인해  갈 길을 잃은 채 헤매고 말았다.

그 틈바구니를 메워준 것은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 게임업체들의 투자 자금이었다. 현지에서 돈이 되니까 사전에 자금을 대준 것이다. 이를테면 선급금을 미리 지불하고 게임 판권을 얻어가는 방식이었는데, 게임 플렛폼의  변화와 모바일 게임 판세로 수요 전환이 이뤄지자 이같은 자금도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쏠쏠했던 차이나 머니가 슬그머니 시장에서 사라진 것이다.

어항이 좋으면 어족이 풍부하다고 한다. 물이 좋으면 물고기들이 달려든다는 것이다. 산업계 또한 다르지 않다. 미래가 보이고 먹을 것이 많은 시장에는 자금줄의 통로가 열려있게 마련이다. 잔비가 강물을 이룬다 하지 않던가.

‘만수르’ 라는 이름이 한때 한국에서 적잖게 회자된 적이 있다. 거부(巨富)를 상징하는 중동 남자의 대명사처럼 불리우기도 했다. 하지만 ‘만수르’란 실제 이름의 기원은 아랍어 ‘나스르’(nasr)에서 나온 것으로, 승리의 뜻을 담은 아랍권 남성들의 대표적인 이름이다. 그러니까 이집 저집 아들들은 대부분 ‘만수르'인 셈이다.

어항의 수위를 높이고 자원을 풍요롭게 한다면 텐센트면 어떻고 ‘ 만수르’면 어떻겠는가.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미 개방된지 한참이 됐다.  따라서 어족만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면 그 어떤 물의 유입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할 것이다. 월트디즈니가 '쫄망' 직전 재기에 성공하고, DVD 배달을 통해 콘텐츠 제국을 이룩한 넷플릭스도 어항의 수위를  제대로 관리했기 때문에 쓰여진 신화들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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