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게임단 T1 소속의 ‘페이커’ 이상혁이 지난 18일 펼쳐진 KT 롤스터와의 LCK 경기에서 개인 통산 1000번째 경기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상혁은 이날 치러진 1000번째 경기에서도 팀을 승리로 이끄는 맹활약을 펼쳤다.

지난 2013년 만 16세의 나이에 프로 선수로 데뷔한 이상혁은 지금까지 LoL 월드 챔피언십 3회 우승,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2회 우승, LCK 9회 우승 등 불멸의 커리어를 작성하고 있다. 통산 2000킬, 3500어시스트 등 개인 기록 면에서도 화려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가 벌써 데뷔한 지 9년째라는 것이며, 슬럼프 등의 풍파를 겪었을 지 몰라도 여전히 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라는 것이다.

이상혁과 데뷔 동기인 DRX의 ‘데프트’ 김혁규 역시 리그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베테랑 중 한 명이다. 지난해 LoL 월드 챔피언십 진출에 이어, 올해는 최하위 팀이었던 DRX로 이적해 4위까지 올려놓는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친정팀 한화생명e스포츠를 상대로 데뷔 9주년과 통산 3000어시스트라는 겹경사를 맞기도 했다.

중국에서도 베테랑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18일 중국 LoL 리그 LPL에서는 레전드 ‘우지’ 지안 즈하오가 소속 팀 비리비리 게이밍에서 복귀전을 가졌다. 지난 2012년 데뷔 이래 중국이 낳은 최고의 선수로 불렸으며, 2020년 건강 상의 이유로 은퇴를 선언할 때까지 맹활약을 펼쳤다. 은퇴 후 약 2년 간의 공백기를 가졌지만 이날 복귀전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는 등 팬들의 찬사를 불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발간한 ‘2021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91명의 프로 선수들의 평균 경력은 3.4년이다. 특히 경력이 6년 이상인 선수들은 이중 18.7%에 그쳤다.

이들은 본인이 향후 e스포츠 선수로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에 대해 4.5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즉, e스포츠 선수의 평균 기대 활동 수명은 약 8년에 불과한 것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10대의 나이로 프로로 활동하는 것을 감안하면 평균적으로 20대 초반에 선수 활동을 마감하고 있다.

선수 생활을 일찍 마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꼽히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체와 심리 등 건강 상의 이유라고 답변한 비율이 41.8%로 가장 높았다. 실제로 외신 워싱턴포스트는 한 의료 전문가와의 인터뷰에서 “만 25세부터는 눈과 손의 협응력이 떨어진다”고 밝힌 바 있다.

e스포츠 선수 생활을 고민하게 하는 요소에는 건강 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군 복무로 인한 경력 단절, 불투명한 향후 진로, 적은 보수 역시 높은 응답 비율을 차지했다. 많은 선수들이 은퇴 이후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이른 시기에 선수 생활을 접고 제2의 삶을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요인이 겹치며 e스포츠 선수들이 커리어를 길게 이어 나가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상혁, 김혁규 선수 등 베테랑들이 2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경쟁력을 지니고 활동하는 것이 매우 반갑다. 앞으로도 현재의 기량을 유지한 채 멋진 플레이를 팬들에게 보여줬으면 한다. 그리고 e스포츠 선수들이 20대 중반을 넘어서 더욱 길게 활약할 수 있도록 정책 등의 제반 환경이 갖춰졌으면 한다. 선수들이 현실적인 고민 없이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이 e스포츠 팬들의 바람이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상민 기자 dltkdals@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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