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블록체인이 능사는 아냐 ... 게임의 본질에 충실해야 '성공'

요즘 플레이 투 언(P2E) 게임을 두고 말들이 많다. 국내 서비스를 두고 게임업체와 정부의 갈등이 급기야 법적 공방으로 치달으면서 갈수록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다. 

사행성을 막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게임산업을 키우겠다는 기업의 노력은 외면한 채, 규제만 남발하는 정부의 태도에 질책의 목소리가 높다. 

P2E 게임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스카이피플이 2020년 7월에 신청했던 블록체인 게임 '파이브스타즈'의 등급 거부 사태 이후 아직까지도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이같은 장르의 게임 규제에 대해 새삼스럽다면서 호들갑을 떨기도 싫다. 

하지만 글로벌 게임시장이 블록체인 게임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정부도 결국 국내 서비스를 허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점이다. 그렇다면 뒷북을 치는 후발주자로 나서기 보다는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맞다. 더 늦기 전에 외연 확장을 위한 제도적 입지를 다져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몫이다.

그렇다면 P2E 게임을 출시하는 기업에는 문제가 없을까?

게임의 본질은 누가 뭐래도 즐기는 것이다. 재미있는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게임이 갖고 있는 본질이다. 그런 점을 무시한 채 시류에 편승, 질이 떨어지는 과거의 게임을 '돈버는 게임'으로 포장해 마구잡이로 출시하는 것 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내외 게임 유저들의 P2E 게임에 대한 평가는 "재미가 없다"라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재미는 모르겠고,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P2E 게임의 유저 분포도를 살펴보면 상당수가 개발도상국 게이머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P2E 게임만으로 한 달 봉급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게임의 재미는 외면한 채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놀이에 몰두하는 것이다. '즐기는' 것이 아닌 '노동'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 현재의 P2E 게임이 갖고 있는 현실이다.

지금껏 게임을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수준 낮은 P2E 게임의 등장 이후 '즐기는' 것에서 '노동'으로 전환된 것이 확연해졌다. 게임이 게임답지 않게 되고 있는 것이 우려된다. 오죽하면 밥벌이 게임을 칭하는 '쌀먹게임'이라는 유쾌하지 않은 별칭이 생겼을까?

이제 막 붐을 일으키고 있는, 어쩌면 게임시장의 판도를 바꿀 가능성이 큰 P2E 게임에 대해 일방적으로 매도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 아이템을 열심히 키워 NFT 마켓에서 판매하거나, 퀘스트를 달성해 받은 토큰을 현금화 해 돈을 버는 게임이 꼭 나쁘다고 얘기하는 것 역시 아니다. 단지 게임은 게임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단물 다 빠진 게임에 토큰이나 NFT를 접목해 마치 새로운 게임인 양 출시하거나, 재미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는 함량미달의 P2E 게임은 내놓지 말자는 것이다.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면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돈을 쓰는 게임이 아닌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이라면 그것이 블록체인 게임이든, P2E 게임이든 관계 없다.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재미'가 쏙 빠진 채 돈벌이에만 몰두하게 하는 게임은 더 이상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전환 시대를 맞은 국내 게임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너나 할 것 없이 P2E 게임 콘텐츠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모 대형 기업은 올해 안에 100여 종의 P2E 게임을 출시할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규제와는 관계없이 향후 시장을 지배할 블록체인과 P2E 게임의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그들의 계획을 지지하고 잘 되기를 바란다. 어차피 우리만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단지 걱정이 있다면 유행이 지난 게임들을 과도하게 리바이벌 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또 이같은 구태의연한 전략은 시장 선점을 위한 초기단계에 그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리 복고가 유행이라고 하지만 이미 단물 다 빠진 게임을 P2E 게임으로 둔갑시키는 것으로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블록체인은 만능이 아니다. 토큰이나 NFT를 접목한다고 해서 죽은 게임이 다시 살아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게임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그 게임이 얼마나 재미 있으며, 얼마나 또하고 싶은 매력이 과연 있느냐의 여부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블록체인은 단지 거드는 툴일 뿐이다.

착각하지 말자. 쉽게 가기 위한 선택이 과연 우리가 글로벌 리더로 가는 길은 아니라고 본다. 조금 힘들더라도 시대에 맞는, 유저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막 시작된 P2E 게임의 미래를 섣부르게 예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본질을 훼손해선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에 실 매어 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세계 3대 게임 강국 실현에 여념이 없는 게임기업들을 적극 지지한다. 특히 재편되고 있는 시장 흐름에 현명하게 대처해 글로벌 경쟁에서도 선진 기업들에 밀리지 않고 당당히 어깨를 겨뤘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하겠다. 

[더게임스데일리 고상태 미디어신사업국 국장 qkek619@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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