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원 한국미래문화연구소 상임연구원 인터뷰 …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분류 ICD-11 발효ㆍ현행법 게임에 모순적 태도

정정원 한국미래문화연구소 상임연구원(대구가톨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산학협력 교수)
정정원 한국미래문화연구소 상임연구원(대구가톨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산학협력 교수)

“’게임중독’이나 ‘게임 과몰입’이라는 표현들은 일상적으로 쉽게 사용돼서는 안 되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그럼에도 법령이나 언론 보도에서 대수롭지 않게 언급되는 것은 이면에 게임 및 이용행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잡고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습니다.” 

14일 정정원 한국미래문화연구소 상임연구원(대구가톨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산학협력 교수)는 게임중독, 게임과몰입이라는 단어가 쉽게 사용되는 현상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정 교수는 법학 분야의 연구자로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법령과 정책 등을 탐구했다. 특히 오랜 기간 게임, 게임 이용행위, 게임과 관련한 여러 법령과 정책 분야 등에 깊은 과심을 가지고 연구해 왔다.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이 발효돼 게임과 이용행위를 어떻게 정의 및 규범할 것인가가 특히 중요해진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정정원 교수와 질의응답을 나눠보았다.

<일문일답>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ICD-11 발효됐다. 향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내용이 반영되면 어떤 변화가 있을지?

정정원 교수 : ‘게임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ICD-11은 2019년 5월 WHO 제72차 총회 B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 2022년 1월 발효됐습니다. 게임이용 장애의 명칭 아래 게임 이용행위를 질병적으로 취급하는 내용이 향후 KCD의 개정에 있어 반영되는 경우 거리낌 없이 사용되고 있는 게임 혹은 게임 이용행위를 질병적으로 취급하는 태도가 사회 보편적으로 수용되고 일정 수준의 정당성을 획득하게 될 것이라 여겨집니다. 즉 현재에도 과학적 근거 부족과 그 적정성에 대한 많은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령에서 사용되고 있는 게임중독, 게임 과몰입 등의 표현들이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이해되게 될 것이고, 게임과 게임의 이용행위를 치료와 치유의 대상으로 이해하는 제도와 정책에 있어서는 국가적‧사회적 정당성이 부여되게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게임이용과 중독·질병간의 명확한 상관관계가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국가적 법령을 비롯해 대중적으로 게임중독이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정 교수: 어떠한 의문 없이 게임중독이라는 표현이 관행적 혹은 습관적으로 꽤 오랜 기간 동안 사회 전반에 걸쳐 사용되고 있는 현상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몇몇 법령에서는 오래 전부터 게임중독의 표현을 어떠한 규범적 개념 정의를 내리지도 않은 채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게임중독이라는 표현은 게임 그 자체가 마약이나 알코올처럼 중독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거나 혹은 게임의 이용행위가 도박행위처럼 행위중독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그 개념상 내포하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현재까지 게임이나 게임의 이용행위가 정신보건의학상 중독의 원인으로 명확하게 작동한다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형태의 의학적 증명이 이루어진 바는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입법부와 행정부가 그리고 사회 전반에 걸쳐 ‘게임중독’이라는 표현이 당연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은 반드시 자제되어야만 한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은 주무부처와 관련 법령에 따라 게임과 게임산업 그리고 게임 이용행위를 바라보는 시각에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즉 어떤 지점에서는 산업 발전을 독려하는 동시에 문화 진흥의 대상으로 장려하고, 어떤 지점에서는 질병의 원인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은 동일한 객체에 대하여 현행의 법과 제도가 어떠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나 기준 없이 모순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에서는 게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매년 수 백억원 가량의 자금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정부에서 스스로 게임중독, 과몰입을 규범하고 있는 상황에서 큰 효과를 누리기 어려울 것 같다. 게임인식을 제고시키기 위한 올바른 정책방향은?

정 교수: 무엇보다도 법령에서 게임과 게임의 이용행위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을 전제로 하는 게임중독 게임 과몰입의 표현을 사용함과 동시에 게임과 게임의 이용행위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인식을 제고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어떠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모순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게임과 게임의 이용행위에 대한 인식은 계속하여 발전적으로 변화하여 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대통령선거 후보자들에게서도 게임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 공약들이 발표되고 있는 것을 보면 사회적 인식의 변화는 확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게임은 종합예술의 영역으로 포섭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내 음악, 시각효과 등을 생각해보면 게임의 예술적 완성도는 날로 높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은 단순히 산업의 영역에 제한되지 않고 문화예술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주류 문화의 한 영역으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게임과 게임의 이용행위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다양한 사업들은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충실한 내용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전국에서 게임과몰입힐링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향후 게임과 관련한 의학적 연구는 어떤 방향에서 추진되면 좋을지?

정 교수: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과몰입과 중독의 표현을 구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동 법률에서 각각의 개념에 대하여 그 구체적 개념과 내용을 밝히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양자의 개념은 달리 바라보고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게임 과몰입과 게임중독의 표현은 통상 부정적인 결과나 현상으로 받아들여지는 어떠한 것에 대해 게임이나 게임의 이용행위가 그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부정적 결과나 현상의 원인을 게임과 게임의 이용행위로만 파악하는 시각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

물론 저는 정신의학이나 뇌과학 등의 분야에 대하여는 문외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게임과 게임의 이용행위가 어떤 형태로 인간의 심리나 행동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에 대한 해당 연구들은 검증 가능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진행되어야만 할 것이고 막연한 형태의 추론적 방식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됨은 명백하다고 할 것입니다.

-중독에 대해 깊이 몰입한 상태를 비유하는 표현으로 여겨 '게임중독’이라는 단어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 교수: 현행 법령들은 ‘중독’과 ‘과몰입’이 각각 구분되는 개념임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과몰입’이란 사전적으로는 ‘지나치게 깊이 파고들거나 빠짐. 또는 그런 상태’를 의미하는데, 이것은 판단기준이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그 함의 역시 부정적인 것으로만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사용되고 있는 ‘게임 과몰입’의 표현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오로지 부정적인 의미로만 이해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중독’은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질병의 한 유형으로 이해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게임중독의 표현은 그 불명확성 및 관련된 과학적 연구의 불충분에도 불구하고 질병의 일종으로 단언적으로 취급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게임중독이나 게임 과몰입이라는 표현들은 일상적으로 쉽게 사용되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게임에 대한 규범 및 인식과 관련해 강조하시고 싶은 점은 무엇인지?

정 교수: 향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ICD-11의 KCD 반영과 관련한 문제의 논의에 있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게임이용 장애에 있어 게임의 개념은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점이 선결문제로서 명확하여야 할 것입니다. ICD-11이 게임의 유형 등과 무관하게 모든 (인터넷) 게임의 이용행위가 게임이용 장애를 야기하는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게임이용 장애”의 판단기준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합리적인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가의 문제도 논의되어야만 합니다.

게임이용 장애를 긍정하는 경우 그 효과가 미치는 범위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도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질병 유관부처는 이미 게임이용 장애’의 전면적 수용을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WHO가 전 세계를 아우르는 국제기구라 하더라도 권고사항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는 ICD-11의 무비판적인 전면적 국내 수용을 아무런 사회적 협의 없이 선제적으로 예정하고 있는 것이 과연 적정하다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게임스데일리 강인석 기자 kang12@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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