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건희 씨 허위경력 논란 ' 불똥 '…끄떡함 업계 흔드는 이유가 뭔가

윤 석렬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 건희 씨의 허위경력 논란으로 인한 불똥이 최근 게임계의 앞마당까지 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김 건희 씨 자신이 과거 한국 게임산업협회 기획이사를 역임했다는 것인데,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김 씨가 주장하는 2002년도에는 협회가 존재하지도 않았다. 협회 출범은 2004년도이다. 기억 착오일 수 있겠다 하겠지만, 그 당시 협회의 살림이란 건 말 그대로 단출했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

하지만 김 건희 씨 측에서는 재임 기간은 착오일 수 있지만, 기획이사를 역임한 것은 틀림없다고 맞서고 있다.

국제 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져 나온 이후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운, 지렛대 역할을 한 곳은 다름 아닌 벤처기업들이었다. 특히 이들 가운데 게임기업들은 시장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할 만큼 독보적인 활약을 보였다. 수출의 최선봉에 섰고, 내수 시장의 새로운 업태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시장은 하루가 다르다 할 정도로 번창 해 갔다. 오죽하면 청와대에서 조차 미래 먹거리 산업을 발견했다며 게임업에 대한 애찬론을 펼쳤을까.

하지만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데 반해 업계 구심점 역할을 하는 단체는 전무했다. 통일된 업계의 목소리가 나와야 하는 데 갈라져 나왔고, 이해 관계에 따라 끼리끼리 분파되는 모습을 드러냈다. 유저들의 민원 해결 뿐 아니라 새로운 로드맵을 준비하려는 정부도 답답해 하긴 매 한가지였다. 대 정부 창구를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급한 일이 됐다.

김 범수 전 NHN 대표(현 카카오 의장)가 딱 1년만 맡기로 하면서 협회 설립은 급물살을 탔다. 당시 해외시장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던 김 대표는 계속 머뭇거렸다. 회장직을 맡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김 대표가 맡아야 일이 성사된다고 주장했다. 그러고선 1년 회장이란 조건부 승낙이 떨어졌다.

2004년 6월 협회가 창립식을 갖고 출범했다. 그러나 업계의 각종 설들은 끊임없이 터져 나왔고, 협회는 그 소문의 뒤치닥거리하는 데 힘을 소모해야 했다. 이듬해 김 영만 회장(전 한빛소프트 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협회 위상에 변화를 가져왔다. 그는 회사 일보다 협회 일에 더 주력하는 등 열정적으로 매달렸다. 일각에선 그가 정치 쪽에 뜻을 두고 그런 게 아니냐고 했지만 그는 일언지하 그런 뜻이 전혀 없다고 했다.

협회가 17년의 성상을 쌓아오면서 정치권과 연을 맺은 건 딱 두 번이다. 남 경필 전의원이 김 기영 회장에 이어 협회장직을 맡은 것과 김 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의 국회 진출이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게임계에서 그다지 얼굴을 드러내며 활동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게임 비즈니스 쪽보다는 게임개발 및 서비스에 주력한, 이선에 있는 개발자였기 때문이다.

남 경필 회장의 게임계 입문은 다소 의외였다.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 힘) 의원으로 있던 남 회장은 의외로 협회장직을 수락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뒤에 알려진 얘기로는 전 병헌 전 의원(더불어민주당)의 강권에 의해 발을 내딛게 됐다고 한다.

그런 그의 정치이력은 한마디로 화려했다. 5선의 중진 의원에다 끄떡하면 대못을 치는 새누리당 출신의 정치인이란 점에서 업계의 기대치는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경력과는 달리 게임계를 위한 활동 반경은 의외로 좁았다. 업계에 있어 그의 이력은 그저 잘 다려진 연미복 정도 였을 뿐이다.

이후 정치권과 특별한 연을 맺은 것이라곤 없다. 지난 19대 대선 때 게임학회 등 일부 인사들이 특정 후보 지지선언을 한 것이 고작이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정치권의 구설에 오른 곳이 게임계다. 아이돌 문화의 대표적인 장터인데다 사회적 기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산업적인 가치 또한 그 무엇보다 남다르다는 점에서 그럴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좋지 못한 풍설에, 그 것도 때 아니게 여론의 도마위에 올라 뭇매를 맞는 경우가 허다했다는 것이다. 김 건희 씨의 사례는 그 대표적이다. 그렇잖아도 말을 만들어 내는 풍토 때문에 게임계의 움직임은 아주 신중한 편이다. 다른 업종에 반해 기업 스캔들이 거의 없는 이유다. 최근의 일은 원치 않게 호떡집에 불이 난 격이 된 셈이다.

이런 생각이 문뜩 들었다. 혹 게임업계가 정치권의 동네북이자, 아주 만만한 집단으로 그들에게 비춰진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정말 그런 것이라면 작심하고 고민을 해 봐야 한다. 거짓도 천 번을 말하면 진실로 보여진다고 한다. 이른바 정치권이란 곳에서 " 우리가 어떤 행동 하든지 너희들은 그냥 입만 다물고 있는거야. 그럼 너그럽게 봐 줄게 ” 하면서 게임계를 직간접적으로 겁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잠시 그런 생각에 까지 미치다 보니 마치 끔찍한 공포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다.

협회 설립 연도 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면서 보직을 맡아 왔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속셈은 무엇일까. 그들 주장대로 단순 착오로 인한 해프닝이면 좋겠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아 보인다. 셈법이 복잡한 모양이다.

게임계는 그럼 뭔가.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