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교역서 끄떡함 반칙 일삼아…눈엔 눈으로 맞대응해야 옳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 게임전시회 지스타가 지난 21일 가까스로 마무리됐다. 돌이켜보면 지난해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온라인으로만 행사가 개최됐다. 그래도 올해엔 전시회 규모를 축소하긴 했지만 오프라인 행사도 열리게 됐다. 굳이 ‘가까스로’란 부사적 표현을 빌어온 것은 올해 전시회 만큼 힘겨웠던 때가 과연 있었을까 하는 반어적 물음이다.

주최 측의 노고를 새삼 언급하고 싶은 것은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지스타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벼랑 끝에 몰린 절박함의 심정으로 대회를 개최했다는 점이다. 유저들과의 직면만 피했을 뿐,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무리없이 전시회를 진행한 것은 경륜 뿐 아니라 그만큼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뜻일 것이다.

또 전시회를 위해 흔쾌히 손을 잡아준 카카오게임즈의 협업 노력은 큰 힘이 됐을 터이다.  잘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한 게 아니냐는 다소 엉뚱한 해석을 하는 이들도 있겠으나, 카카오의 메인 스폰서 자임은 그렇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알고 있다. 남궁 훈, 조 계현 대표가 오랜만에 큰 일을 합작했다.

어쨌든 게임계의 한해 농사의 끝자락으로 일컬어지는 지스타가 큰 무리없이 마무리 됐다. 이젠 내수와 수출인데, 지난해와는 다소 괴리가 있는 수치가 부담이다. 특히 내수 실적은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잘 나가는 작품이 없었다. 기대했던 작품들은 하나같이 흥행시장에서 패퇴했다. 그 덕에 중국게임만 쾌재를 불렀다. 이전에 보여줬던 중국 게임들이 이젠 아닌 것이다. 무장을 해도 아주 중무장을 했다고 보면 맞다.

그 때문이었을까. 올해 오픈 마켓은 중국게임들의 잔칫상과도 같은 한해였다. 이 정도면 중국게임과 한국게임의 전면적 대결에서도 결과를 예측키 어렵다 할 것이다. 그나마  아직까지 양측이 그런 상황은 서로 피하고자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처럼 조심스럽게 피해 간다고 해서 해결될 일일까. 지금 대한민국 모바일 게임시장은 중국게임이 분명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 형국이다. 솔직히 이를 저지하기 위한 국내 제반 툴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오로지, 유저의, 유저를 위한, 유저만의 게임을 만들어 그들을 밀어낼 방법밖에는 없는 것이다.

이렇게 된 까닭에는 무엇보다 우리 게임업계의 안일한 작품 의식과 게임 개발력, 그리고 하고자 하는 의지 부족 등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지만, 또다른 이면엔 중국 당국의 교묘한 반칙이 숨어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겠다.

미국과 중국이 끄떡하면 무역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미국 보다는 중국의 예상치 못한 반칙들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국제 자유 무역을 수호한다고 외치면서, 한편으론 철저히 자국 이익 중심의 보호무역을 신봉하고 있다. 요소 수출입 통제로 우리나라가 때 아니게 요산수 부족 사태를 겪은 것도 실은 중국 당국의 엉뚱한 수출 통제 방침 때문이다. 아무리 톱다운 방식에 익숙한 사회주의 국가라고 하지만 수출 면장이 떨어진 물량에 대해 선적을 미루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일에 아주 익숙해 있는 것이다.

중국이 그 잘난 판호를 가지고 한국기업에 대한 은전이니, 배려이니 하는 것도 아주 괘씸한 발언이다. 이같은 발언은 언제든지 맘만 먹으면 한국게임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우월적 지위에서 나온 일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국제 규범에 따르면 이는 반칙이다. 자신들은 경쟁국 시장에서 맘대로 터를 잡고 휘두르면서, 자신들의 시장에 대해선 다시 심사를 받고 장사하란 것과 똑같다. 그러면서 띄엄띄엄, 그것도 한국 게임에 대해서는 가뭄에 콩나듯 한두 작품에 대해 판호를 내주고 있다. 한쪽은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선 드러내 놓고 반칙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국내 게임시장이 그 허접한 중국 게임에 흔들리는 이유다.

중국은 지난 7월, 한국게임에 판호를 찔끔 내 주고, 지금까지 한번도 판호를 내 준 적이 없다. 우리 정부가 이같은 판호 발급 문제점을 제기하며 개선해 줄 것을 요청하면 그들은 일언지하 입을 다문다. 그 잘난 말은 이렇다. 내치에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도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수 시장에 이어 수출시장까지 중국 게임에 내줄 개연성이 적지 않다. 우리의 대작 중심의 제작 행태를 보면 더욱 더 그렇다 할 수 있다.

홍콩의 느와르 영화가 한 때 미국시장까지 넘 볼 때가 있었다. 1980년대 중반 즈음이다. 소자본으로 만든 영화들이 인기를 끌면서 점차 제작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내수만으로는 대규모의 제작비를 조달하기 어렵게 되자 그들은 한국 기업들로부터 비디오 판권을 담보로 자금을 끌여 들여 영화를 제작했다. 하지만 타성에 젖은 홍콩영화계는 관객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 느와르 영화만 찍어댔다. 하지만 젖과 꿀로 여겨져 온 한국 비디오 시장은 어느새 한국영화 중심으로 수요 판도가 바뀌었고, 자금 조달의 길이 막히게 된 홍콩영화계는 불과 몇 년을 버티지 못한 채 몰락하고 말았다. 국내 대작 게임은 내수도 그 것이지만 중국 수요까지 계산해 만든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판호발급 지연으로 인해 그 수요가 막혀 있는 것이다.

정부가 강력히 항의를 해야 한다고 본다. 아니면 정책적, 제도적 툴을 우리 정부도 만들어서 대응해야 한다. 이를테면 눈엔 눈으로 갚아 주는 게 맞다. 국가간 교역은 상호 호혜주의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홍콩 느와르 영화의 몰락이 한국게임업계의 반면교사의 교훈으로 다가오고 있다면 정말 큰 일이 아니겠는가.

중국을  믿어선 절대 안된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1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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