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히트 판권(IP)에만 의지하며 '유유자적 '…실험적인 도전이 절실하다

절박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때가 가까이 닥쳐서 몹시 급해짐을 뜻하는 단어다. 작금의 게임계의 현실을 굳이 절박하다는 뜻의 형용사를 가져다 비교한 것은 게임계에 그렇게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처럼 유유자적하는 것은 그래도 내수 시장의 수요로 버틸 수 있다는, 다소 허황된 믿음이 앞서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가롭게 딴 짓이나 하고 있거나,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잘 만들어 놓은 판권(IP)하나로 그냥 버텨보고자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러한 넉넉함(?)을 결단코 놓치지 않고 지켜보는 이들이 바로 소비자(유저)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 국내 신작 게임들이 내수시장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 원인을 두고 이러한 나태함에 근거하고 있다며 단순화해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유저들이 바라고 기대하는 그 무엇인가를 확실히 놓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 것이 시나리오가 됐든, 아니면 캐릭터가 됐든 분명치는 않지만,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유저들의 신작 게임에 대한 평가와 지적은 맞지않다고 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아주 날림공사를 통해 만들어진게 아니냐는 어설픈 중국게임에 대한 인식조차 달라지고 있으며, 중국게임의 재발견이란 새로운 조류마저 형성되고 있다.

중국게임에 대한 솔직한 평가는 과거와는 좀 달리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장르 뿐 아니라 시나리오, 그래픽 수준을 보면 한국 게임에 버금 가거나 앞서갈 정도다. 여기에다 게임 내용까지 참신하다는 소리까지 듣고 있으니 한국 게임과 해 봄직한 것이다. 그 까닭일까.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인 작품들은 하나같이 한국시장에서 승전고를 울리고 있다. 과거엔 한국 퍼블리셔를 두고 공급해 왔으나, 지금은 더 큰 수익을 위해 하나같이 직배에 나서고 있다.

중국게임에 대한 반응이 이처럼 달라진 것은 과거,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게임기획과 개발에서 마치 벼랑에 몰린 사나운 늑대처럼 고민하며 무섭게 달려 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게임공장(?)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한국 게임산업을 벤치마킹할 때 즈음이다.

중국의 각 주요 성에서는 이를 위해 게임 인재 양성에 나섰고, 이들을 집적화해 게임개발을 독려했다. 게임공장이란 얘기가 나온 연유가 이 때문이다. 이들은 이를 통해 치열하게 학습하며 공부했다. 그러면서 놓치지 않은 건 미래시장에 대한 전망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이들은 한국게임업체들이 주도하는 온라임게임 시장을 버려둔 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모바일 게임시장을 선택하고 개발 및 학습에 집중한 것이다.

일련의 중국게임들이 한국 시장에서 예상 외로 승승장구하는 것을 단순히 볼 수 없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체력이 되고 기술이 되는 상황에서 승부를  가를 수 있는 힘은 정신력이다. 이들은  내수시장만을 바라 보고서는 절대 버텨내지 못할 것이란 걸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 판단되자 '중화주의'를 앞세우며 해외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거침없이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이처럼 무섭게 달려드는 이들에게 확률형 아이템이나 주렁주렁 달아놓고 한가하게 시장 향배만을 지켜보는 한국게임업체들은 이미 상대가 되지 못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자존심 상하는 지적이긴 하지만, 최근 국내 게임시장의 흐름과 현상을 놓고 보면 그다지 부인할 수만은 없다는 게 또다른 현실적 고민이자 과제다.

연속적인 히트작 시리즈물이 효자 상품인 건 분명하다. 그러나 이같은 상품은 소비자들에게 안주한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선 더 그렇다. 팬들 사이에서 또 후속 작이냐는 식의 반응은 식상하다는 말의 동의어로 읽어야 한다.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거센 논란도 어찌보면 시리즈물로 인해 식상하다 못해 짜증나는 일로 비화됨으로써 문제가 더 확대된 측면이 없지 않다.

더 늦기 전에 실험적 도전에 나서야 한다. 그렇게 해야 학습 효과가 나타나고 미래시장을 준비할 수 있다. 특히 대기업 중심의 국내 게임산업은 스타트 업을 통해 끊임없이 실험하고 도전에 나서야 한다. 매일같이 만들 때마다 흥행작, 예술작을 양산할 수는 없지만 준비하고 학습할 수는 있지 않겠나. 다행스럽게도 재정적인 여력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삼성영상사업단의 얘기다. 삼성에서 영화시장에 진출했다고 하니까 모두 예술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과 압박이 컸다. 시험적으로 여러 작품을 만들어 개봉했다. 하지만 예술성도 흥행성도 평가받지 못했다. 회사내 분위기는 가히 절박했다.

그래서 필자가 훈수를 뒀다. 예술작을 만들려 하지 말고 흥행작을 만들어 보라고. 그러다 보면 흥행작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예술작을 만들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또 대중이 많이 본 작품이 곧 예술작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논리를 폈다. 이후 제작된 작품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한석규 주연의 ‘쉬리’였다.

절박에서 이겨 내려는 게임계의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자칫, 넋을 놓고 샴페인만 즐기다가 믿지 못할 중국의 게임계에도 처질 판이기에 하는 말이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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