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메타버스 예산 1602억원, 24.8% 증액 … "수확 없는 열풍 경계해야"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환경을 상징하는 ‘언택트’에 이어 올해는 일상과 가상세계 경계를 허무는 ‘메타버스’가 관통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가 메타버스 관련 내년도 예산을 확대 배정키로 해 기대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년 메타버스 관련 사업에 책정한 예산은 1602억원이다. 이 같은 예산은 올해 대비 24.8% 증가한 것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로 주목되고 있다.

메타버스 관련 예산은 과기부가 1447억원, 문화부가 155억원을 각각 배정받았다. 과기부는 당초 메타버스 예산으로 2497억원을 배정받으려고 했으나 기획재정부에서 정리되는 단계에서 대폭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향후 국회 심의 단계에서 해당 예산이 더 증액될 수도 있어 메타버스를 향한 업계의 관심 역시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메타버스의 가치가 고평가되고 너나할 것 없이 뛰어드는 양상이 펼쳐지며 열풍은 더욱 거세지는 추세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확대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을 방증한다는 평이다.

또 새로운 미래 먹거리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절실하다는 것에는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업계의 실질적인 양분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제도권을 위한 전시적 성과에 집중하는 등 제대로 내실을 쌓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며 오히려 업계 발전을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이는 앞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에 대한 정부의 행보가 비교 사례로 꼽히고 있다.

메타버스에 앞서 수년 전에는 VR·AR이 미래 시대 킬러 콘텐츠의 핵심으로 여겨져 왔다. 정부 기관의 지원과 더불어 전시회 및 투자 설명회 등이 활발히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초기의 기대감이 오래가지 못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로 변경키로 했다.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로 변경키로 했다.

VR 업계 일각에선 대형 어트랙션 및 오프라인 전시 업체 투자가 우선되는 경향 등에 아쉬움을 나타내왔다는 것. 미국이나 중국 등과 같이 인구가 많고 오프라인 어뮤즈먼트에 대한 수요가 뒷받침되는 환경에서도 운영이 어려운 실정인데, 이 같은 여건이 되지 않는 국내에서는 더욱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결과론적 이야기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사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 같은 VR 투자 방향성이 더욱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런 상황들이 맞물리면서 VR에 대한 투자도 한때의 열풍으로 여겨지게 됐다.

때문에 최근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 역시 이 같은 지나가는 바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하고 해석도 제각각이라는 점에서 투자 방향 역시 더욱 갈피를 잡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선 한국을 비롯해 일부 국가에서만 유독 메타버스에 주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과도한 띄우기로 인해 마케팅 용어화가 됐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반면 VR·AR이 수익성 측면에서 큰 약점을 보였던 반면 메타버스는 이를 쉽게 극복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메타버스에서는 현실사회와 같은 경제 활동이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블록체인 기술과 접목을 통한 대체 불가 토큰(NFT) 등의 가상자산 거래 가능성까지도 제시되는 중이다.

또 이 같은 메타버스의 경제 활동 및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게임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게임업계가 이미 온라인 환경에서의 가상세계를 구축하고 현금과 가상자산의 가치 교환 등에서도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에서다.

최근 넷마블이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를 통해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이를 통해 가상현실 플랫폼 개발 및 버추얼 아이돌 매니지먼트 등 게임과 연계된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메타휴먼 기술 및 엔터테인먼트 시너지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도 했다.

넷마블은 손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넷마블은 손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컴투스는 올해에만 위지윅스튜디오, 데브시스터즈, 정글스튜디오, 케이뱅크 등 게임∙영상콘텐츠∙미디어∙웹툰∙인터넷은행 등 메타버스와 연계된 콘텐츠 밸류체인 구축을 위한 유망기업에 약 3500억원을 투자했다. 자체 콘텐츠 밸류체인을 통한 메타버스 구축과 더불어 가상경제 ‘메타노믹스’까지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미래 메타버스 생태계 핵심 구성 요소가 될 VR을 위한 전문 업체 컴투스로카도 설립했다.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자회사 위메이드트리와 합병하며 게임과 블록체인을 연계하는 메타버스 사업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자사 게임뿐만 아니라 모든 게임이 ‘플레이 투 언(P2E)’으로 변환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또 최근 NHN과 이 같은 위믹스 생태계에 대한 협력 관계를 맺기도 했다.

최근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며 메타버스 업체로서의 도약을 예고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때문에 이 같은 흐름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 또 한편으론 한때의 열풍에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 역시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주환 기자 ejohn@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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