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다시 부는 게임 한류 (6) 동남아시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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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시대에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뉴노멀 등 우리는 미래 시대로의 급격한 변화를 전망해왔다. 이 같은 새로운 환경으로의 전환에서 게임이 빼놓을 수 없는 핵심으로도 꼽히고 있다.

게임이 미래 일상에 당연한 것이 되고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 과정에서 게임업계 역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우리 업체들이 활로를 개척하기 위한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북미‧유럽, 중국, 일본 등 빅마켓뿐만 아니라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의 성장 가능성에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향해 각지에서 뛰고 있다. 그러나 그간 우리 업체들의 수출 비중이 큰 중국 시장이 판호 발급 지연 등으로 가로막히게 되면서 활로 모색에 분주한 상황이다.

중국을 제외하면 북미‧유럽이나 일본 같은 빅마켓에 대한 도전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 현실이기도 하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 경험을 쌓아온 업체들도 고민이 깊어지는 만큼 중소업체들은 더욱 큰 장벽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 가운데 동남아 시장은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할 기회가 더 많은 것으로 여겨지며 우리 업체들이 주목하게 됐다는 평이다. 그러나 이는 글로벌 업체들 역시 마찬가지인 상황으로 이들과의 경쟁 역시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동남아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선점 효과 역시 크게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우리 업체들이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고삐를 늦춰선 안 된다는 조언이다.

포인트 블랭크
포인트 블랭크

# 인니‧태국‧말레이시아 등 빅6 주목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수출 비중으로 대만‧홍콩이 14.5%, 동남아가 11.2% 등을 차지했다. 이는 중국(40.6%)의 뒤를 잇는 규모다.

이를 보면, 우리 업체들은 이미 중국 다음으로 동남아 지역을 우선하며 공을 들여왔음을 알 수 있다. 과거 온라인게임 시절부터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며 수출 성과를 거둬왔다는 것이다.

동남아 시장은 지난 2019년 기준 전년 대비 17% 성장한 30억 달러(한화 약 3조 5685억원) 규모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모바일게임이 69.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게임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모바일게임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에도 주목할 만한 편이다.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이 빅6로 꼽히는 국가들의 인프라가 고도화되면서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인도네시아 게임산업 현황’에 따르면, 올해 인도네시아 게임 시장은 10억 5000만 달러(1조 1707억원)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스마트폰 보급이 늘면서 모바일게임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모바일게임은 급성장세를 보인 반면 PC방 중심의 온라인게임은 전국적으로 시행된 봉쇄 명령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또 디지털 결제 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이 증가하고 있으며 2024년까지 매년 10% 이상의 성장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인구는 2억 7600만명 이상으로, 세계 4위에 해당한다. 동남아 최대 게임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현지 개발 스튜디오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평이다. 연간 매출이 20억 루피아(1억 5600만원)를 넘는 업체가 1.4%에 불과하며 비교적 적은 인력으로 개발 가능한 캐주얼 게임이 중심인 것으로 조사됐다.

e스포츠가 MZ세대에서 인기를 얻고 있으며 비대면 전환에 따른 온라인 인플루언서 및 스트리밍 플랫폼 등 관련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는 일찍부터 중국 업체들이 대거 진출해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얻는 게임을 중심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인터넷 미디어를 비롯한 각종 서비스 플랫폼에서도 중국 사업자들이 두각을 드러내는 중이다. 이들의 협력으로 중국 게임의 진출과 시장 장악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의 제페토가 선보인 ‘포인트 블랭크’가 6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국민 게임으로 불리고 있다. 또 ‘로스트사가’ ‘아틀란티카’ ‘아요댄스’ 등의 한국 온라인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중국 모바일게임 중심으로 상위권 매출 순위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 안드로이드 앱 마켓에서 ‘프리파이어’ ‘모바일레전드’ 등이 선두권을 차지해왔으며 최근 ‘원신’도 인기를 끌고 있다. 매출 순위 상위 10개 중 절반 이상이 중국 게임이며 ‘펍지 모바일’을 제외하고는 한국 게임은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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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의 주요 게임국가 중 하나로 꼽히는 태국은 7000만명에 가까운 인구를 보유한 가운데 40% 이상이 게임인구에 해당한다.

코트라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태국 게임시장 규모는 세계 19위, 아시아 6위 수준이며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인도네시아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매년 두 자리 수의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기준 태국 게임 시장은 약 270억 밧(8200억원) 규모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16.6% 증가한 수치로, 아시아태평양지역 평균 게임 매출 증감률 7.6% 대비 두 배 이상 높다는 것이다.

태국 시장 역시 모바일게임이 71%의 비중을 차지, 성장률은 19.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현재 ‘프리파이어’ ‘가레나 ROV’ 등이 마켓 매출 순위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라그나로크X’가 상위 10위 내 진입하며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게 특징으로 꼽을 만하다. 그 외에도 ‘열혈강호’ ‘미르4’ ‘모두의 마블’ ‘뮤 아크엔젤’ 등의 한국 온라인게임 판권(IP) 기반 게임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라그나로크 X
라그나로크 X

# 중국 시장 대안 최우선 지역
말레이시아는 태국, 인도네시아와 함께 동남아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시장 규모는 5억 1600만 달러(575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0년 전후로 모바일게임이 온라인게임 시장을 추월한 이후 그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모바일게임 이용자 ARPU는 31달러(3만 4564원)를 기록하는 등 구매력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편으론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콘솔 게임 시장이 활성화됐다는 것도 특징이다.

모바일게임 시장에는 중국 게임들이 활발하게 진출해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 하고 있다. 특히 중국 게임은 말레이시아 내 중국계 커뮤니티에 별도의 현지화 작업 없이 즉시 출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현지 개발 게임들이 전체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중국 모바일 게임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매출 순위 전체에 고루 포진해 앞으로 오랫동안 시장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초창기에는 한국 게임들이 큰 인기를 누렸으나. 최근 중국 게임들이 활발하게 진출하면서 경쟁이 심화됐다는 평이다. 2018년 배틀로얄 장르가 출시된 이후 ‘배틀 그라운드’와 ‘프리 파이어’가 매출 순위를 다투고 있다. 이 게임들은 오랜 기간 인기를 얻어 온 MOBA 장르의 ‘모바일 레전드’ 등과 함께 전체 게임 시장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초창기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려왔던 한국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시리즈가 출시할 때마다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라그나로크X’은 선두권에 진입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싱가포르의 가레나가 유일하게 말레이시아에서 게임 퍼블리싱을 하고 현지 e스포츠 대회 개최와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 게임들의 경우 현지 에이전트를 운영하며 커뮤니티 관리와 마케팅 대행 등을 하는 중이다. 말레이시아 중국계 커뮤니티를 타깃으로 중국어 게임을 그대로 출시하는 경우도 많이 있으며 소셜 카지노 장르 게임들은 수년 동안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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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온라인게임 IP 선전
필리핀 역시 앞서 동남아 주요 국가들과 비슷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약 4억 5000만 달러(5300억원)에 이르며, 이 중 모바일게임이 절반을 넘는 2억 6100만 달러(3070억원)를 차지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필리핀 시장은 2015년부터 이미 모바일게임이 온라인게임 시장의 규모를 앞서기 시작했다. 시장 성숙 및 유저 증가와 함께 밀레니엄 세대를 중심으로 ‘관람하는 게임’을 내세운 e스포츠 시장도 커져왔다는 분석이다.

필리핀 게임 시장에서는 초창기 한국 게임들이 선점 효과를 누리면서 오랫동안 인기를 누려왔으나 최근 중국 게임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게임 퍼블리셔 가레나는 중국 텐센트의 대규모 투자를 받고 사업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이를 통해 온라인게임뿐만 아니라 모바일게임 상위 절반을 차지하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라그나로크’를 비롯해 ‘뮤’ ‘검은사막’ 등의 온라인게임 IP 기반 한국 게임들이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동남아 주요 국가 중 싱가포르도 업계가 주목하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동남아 중심부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 때문에 글로벌 게임 업체 다수가 진출한 상황이다.

이를 통해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임 업체들이 싱가포르는 영어권 국가이고 구매력이 좋아 진출하기 쉬운 국가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으나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섞여 있는 곳이기에, 하나의 전략이 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지리적인 이점과 모범적인 코로나19 방역을 앞세워 다양한 국제 e스포츠 행사를 유치하고 있다. 4억명에 달하는 동남아 인터넷 인구의 게임 소비가 활발해질수록 산업 허브로서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주환 기자 ejohn@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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