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함께 승승장구하는 K드라마 … 과감한 도전이 필요한 게임업계

"어느새 한류에 빠져버렸다. 죄송하다." 얼마전 일본의 대표적 혐한 작가인 하쿠타 나오키가 K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빠졌다고 고백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일본의 유명 소설가인 그는 방송에 출연해 혐한 발언을 일삼은 작자중 하나다. 그는 2년전 DHC가 운영하는 혐한방송 'DHC테레비'의 뉴스프로그램에 출연해 "강제징용이란 단어 자체가 잘못됐다. 본인들이 원해서 간 것"이라고 망언하며 한국의 일본상품 불매운동을 조롱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느닷없이 한류 드라마에 빠졌다고 고백했으니 일본 열도가 뒤집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쿠나 처럼 낮에는 혐한을 외치고 밤에는 K드라마를 보며 덕질하는 것이 일본에선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지금 일본에선 4차 한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와 손잡은 K드라마는 이전보다 더욱 강력하게 일본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사랑의 불시착’을 비롯해 ‘이태원 클라스’ ‘킹덤’ 등 수많은 K드라마가 세계 최대 OTT업체인 넷플릭스의 플랫폼을 통해 일본은 물론이고 글로벌 전 지역에서 방영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혐한 작가 마저 무장해제시킨 K드라마는 넷플릭스의 최대 무기다. 엄청난 자본력과 콘텐츠로 무장한 아마존과 디즈니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넷플릭스의 선택은 한국이었다.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5년간 약 7700억원을 투자한 넷플릭스는 올해만 약 5500억원을 투자키로 하는 등 한국에 거의 몰빵했다. 정작 K드라마와 사랑에 빠진 것은 넷플릭스였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리고 넷플릭스의 이러한 선택과 집중은 적중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의 역사를 바꾼 ‘오징어 게임’이 이를 증명했다. 지난 달 17일 첫방을 시작한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전 지역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킬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다.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전 세계 83개국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더니 지난 주에는 ‘브리저튼’이 보유한 역대 최고 시청 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웠다. 이 덕분에 넷플릭스 가입자는 연일 급증했으며,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간 ‘브리저튼’이 보유한 기록(첫 방이후 28일 동안의 시청 집계)은 8200만 계정이였다. 한동안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은 불과 23일만에 이 기록을 넘어 1억3200만 계정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그것도 자막이나 더빙으로 시청해야하는 비영어권 드라마가 넷플릭스 시리즈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는 사실에 세계 언론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심지어 영화의 본고장인 헐리우드가 K드라마의 약진에 긴강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 성공은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사회현상을 야기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가릴 것이 사람들이 모였다하면 드라마 속 추억의 놀이인 ‘무궁화 꽃이 피였습니다’ ‘달고나 뽑기’ ‘딱지 치기’ 등을 신기해하며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드라마 속 의상과 가면은 이미 다가오는 할로윈 축제의 최대 인기 코스튬으로 자리매김했으며, 달고나 세트와 츄리닝 등 각종 굿즈 상품은 온라인 마켓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런데 정말 어이가 없는 것은 ‘오징어 게임’ 흥행의 최대 수혜자는 중국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중국은 넷플릭스 서비스가 되지 않은 국가다. 그럼에도 60여개 대형 불법사이트를 통해 도둑시청한 중국인이 벌써 10억 명에 이른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불법으로 의류 등 굿즈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가지 통쾌한 일이 있다면 최근 한류 지우기에 나선 중국의 계략이 그들의 SNS를 장악한 ‘오징어 게임’으로 인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는 점일 것이다.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성공은 우리 게임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K드라마의 성공을 마냥 부러워만 할 수도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코로나19 시대의 최대 수혜업종으로 꼽혔던 게임은 불과 1년을 지속하지 못했다. 승승장구하던 게임주들은 실적부진으로 이내 미끄러졌으며, ‘오딘’ 등 일부 작품들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대다수 기대작들은 유저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그 자리를 일부 중국 게임이 꿰차고 있는 형국이다. 한류의 선봉을 외쳤던 게임이 어쩌다 국민청원과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로 전락했는지 한번쯤 되돌아 볼 일이다.

‘오징어 게임’과 넷플릭스의 환상 조합처럼 한때 게임계에도 ‘배틀그라운드’라는 작품이 스팀 플랫폼을 만나 글로벌 지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적이 있다. 두 작품은 ‘배틀로얄’ 방식을 취했다는 점과 글로벌 유통플랫폼을 이용했다는 점, 그리고 누구도 흥행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길을 걸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중국의 한한령과 코로나19 사태를 함께 겪은 이후 K게임과 K드라마는 현재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약 250억원을 투자한 ‘오징어 게임’의 성공으로 1조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한 넷플릭스는 이에 고무돼 앞으로도 글로벌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많은 K드라마를 쏟아낼 예정이다. 반면에 스팀은 ‘배틀그라운드’이후 이렇다할 한국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스팀을 활용할 만한 한국 작품도 일부 인디게임을 빼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모바일 게임이 대세인 한국에선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막강한 자본력과 개발력을 갖췄으면서 특정 장르와 플랫폼에만 힘과 열정을 쏟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이 든다.  

지금까지도 20여년 전에 나온 인기 온라인게임 판권(IP) 덕분에 먹고 살면서 어찌 새로운 IP 개발에 그리 무관심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게임계가 ‘오징어 게임’과 같은 매력적인 IP를 놓친 것은 뼈아픈 실수지만 이제부터라도 글로벌 히트작이 나올 수 있도록 좀 더 창의적이고 과감한 도전에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게임스데일리 김종윤 뉴스2 에디터 jykim@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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