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다시 부는 게임 한류 (5) 일본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이 계속됨에 따라 게임업계 역시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의 변화가 곧 개척의 기회로 여겨지고 있으나 경쟁의 양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본은 북미와 중국에 비견되는 빅마켓 중 하나로 꼽히며 우리가 개척해야 할 대상으로 거론돼왔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간 만화, 애니메이션과 더불어 게임의 왕국으로 비춰진 만큼 이들의 성벽을 넘기 어려웠다는 평이다.

반면 모바일게임의 급성장과 더불어 글로벌 진출이 당연시되는 시대가 되면서 중국 게임들이 일본에서의 점유율을 크게 늘려가고 있다. 현지 공략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경쟁 전략까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로, 우리 업체들이 어떤 파훼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본은 고전 가정용 게임기 시절부터 이어진 자국의 인기 시리즈가 풍부해 이를 발전시키고 재생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만화‧애니 등 판권(IP)의 위력도 막강해 이와 연계된 게임 역시 큰 성공을 거두며 수요를 늘려왔다.

때문에 외국 게임이 일본에서 성공을 거두기 쉽지 않다는 시각도 지배적이었다는 것. 압도적인 내수 인기 시리즈를 단기간에 뛰어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웠고, 현지 유저들의 취향에 맞는 새로운 것을 내놓기 역시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는 평이다.

이런 상황이 심화되는 것을 두고 ‘갈라파고스’로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은 편이었다. 앞서 일부 업체들의 성공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 게임이 일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 비교가 되고 있다. 넷이즈의 ‘황야행동’이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한 가운데 미호요의 ‘원신’까지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이 외에도 중상위권에서 다수의 중국 게임들이 포진하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상황과도 닮아 있는 편이다. 선두권은 ‘오딘’ ‘리니지M’ 시리즈 등의 한국 게임이 지키고 있으나 그 외에는 중국 게임이 차지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때문에 중국 게임은 가장 큰 경쟁 상대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이는 비단 일본에 특정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체에서의 문제로 받아들여질 전망이다.

'페이트 그랜드 오더'
'페이트 그랜드 오더'

# 장기 성장 속 모바일 압도적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일본 콘텐츠 산업동향’에 따르면, 일본 게임 시장은 10년 연속 성장 중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9년 기준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0.6% 성장한 1조 7330억엔(한화 약 18조 4824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모바일 앱 및 PC 온라인 등을 포함한 온라인 플랫폼 게임 시장이 전년 대비 4.9% 증가한 1조 2962억엔(한화 약 13조 8239억원)을 기록, 시장 전체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가정용 게임 시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온라인 포함)를 합한 규모가 전년 대비 0.6% 성장한 4368억엔(한화 약 4조 6584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닌텐도 및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게임 수요가 특히 증가하는 것에 주목할 만하다는 평이다. 모바일게임 이용자가 크게 증가한 것 외에도 앞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 것과 맞물려 발매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비롯해 닌텐도 스위치 기기가 인기를 끌며 품귀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때문에 이 같은 시장의 수요에 업체들이 대응해 나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모바일게임과 닌텐도 스위치를 아우르는 타깃층을 노린 게임들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

# 내수 장벽 허무는 IP 협업
당장 일본 시장은 모바일게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를 어떻게 공략해 나갈지도 업계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한국 업체들 역시 모바일게임 개발에 주력하고 있어 어떻게 경쟁력을 발휘할 것인지 고민이 계속되는 중이다.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은 앞서 ‘퍼즐앤드래곤’과 ‘몬스터 스트라이크’ 그리고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순으로 정상의 자리가 달라져왔다. 이를 이어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가 급부상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드래곤퀘스트 워크’가 새로운 증강현실(AR) 게임으로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같이 내수에서의 인기가 압도적인 작품들로 선두권을 방어해왔다는 평이다. 이 가운데 ‘황야행동’ 및 ‘원신’ 등 중국 게임이 톱10위권에 안착하며 외국 게임 중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왔다는 것.

이에 비하면 한국 게임은 그렇게 큰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지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30위권에 불과한 상황이다.

일본 시장 개척에 두각을 보여 온 한국 업체로는 넷마블이 꼽힌다. 앞서 ‘세븐나이츠’에 이어 ‘리니지2 레볼루션’을 흥행시키는 등 일찌감치 성공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또 2019년 선보인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와 올해 출시한 ‘제2의 나라 크로스월드’가 일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일본 IP를 활용한 사례라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

당장 온전히 우리의 힘으로 현지에서 통할 작품을 내놓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 같이 협업 관계를 맺고 영향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평이다. 이는 단순히 일본 진출에 한정된 게 아니라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파트너십으로도 가치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는 북미‧유럽 등 서구권에서의 성과를 거둔 사례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미국 2위, 프랑스 1위, 독일 2위, 스페인 2위 등 웨스턴 핵심 시장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선두권을 차지했다.

이 같이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을 쌓는다면, 언젠가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할 여지가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유명 IP를 활용하는 것은 제약이 크고 기회를 잡기 어렵다는 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때문에 보다 면밀하게 현지의 문화를 파악하고 만화‧애니메이션을 넘어 영화나 라이트 노벨, 팝 컬처 등으로 시야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또 RPG 및 어드벤처에 주력해왔으나 캐릭터 중심의 캐주얼 게임 등 다양한 장르를 발굴하는 것도 틈새시장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
모여봐요 동물의 숲

# 현지 취향 공략에 안간힘
앞서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베스파의 ‘킹스레이드’, 네오위즈의 ‘브라운더스트’ 등이 일본에서 상위권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같은 시도가 계속되면서 성공 사례로 이어질지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을 통해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그리고 콘솔까지 아우르는 공세로 일본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콘솔 버전의 경우 7일 연속 플레이스테이션(PS)4 랭킹 1위를 기록했고 ‘PS 파트너 어워드’를 수상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최근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킹덤’이 일본에서의 인기 역주행 조짐을 보이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성우 콘텐츠를 중심으로 현지화를 확대하고 전방위적인 온・오프라인 홍보 활동을 전개하면서 호응을 얻은 것이다.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는 가운데 일본 시장에서의 승부 역시 점차 힘을 쏟고 있는 모양새다. 엔씨소프트가 내달 열리는 게임 전시회 ‘도쿄게임쇼’에 참가해 ‘리니지W’를 선보일 예정이라는 점에서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리니지W’는 글로벌에서의 성공 각오가 남다른 신작이다. 전 세계 유저가 함께 즐기는 원빌드 서버를 비롯해 모바일과 PC뿐만 아니라 콘솔까지 아우르는 멀티 플랫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실시간 번역 등을 지원한다.

'그랑사가'
'그랑사가'

대형 업체뿐만 아니라 신생 업체 엔픽셀이 일본 시장 진출에 대한 포부를 나타내고 있다. 이 회사 역시 ‘도쿄게임쇼’에 참석해 ‘그랑사가’를 알릴 예정이다.

이 외에도 K팝 및 아이돌 등의 한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IP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란 시각도 없지 않다.

일본 시장에서는 현지 아이돌 그룹 노기자카 46, 케야키자카 46(사쿠라자카 46), 히나타자카 46 등을 활용한 모바일게임이 등장했으며 마켓 매출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때문에 한류와 맞물려 이 같은 방식의 저변 확대를 꾀하는 것도 기대해 볼만하다는 평이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주환 기자 ejohn@tgdaily.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