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회, 빅 테크 기업의 인앱 결제 강제 막는 법안 통과 … 미국ㆍ유럽 등 전세계의 물꼬 틀 수도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앱 마켓이 마켓 내 작품의 인앱 결제를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이 전 세계 처음으로 한국에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수의 외신이 이를 중점적으로 보도한 가운데 북미, 유럽 등 다수의 국가에서도 이를 계기로 비슷한 법안 통과에 속도를 올릴 전망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등 거대 모바일 플랫폼이 콘텐츠 사업자에게 자사의 결제 시스템(인앱 결제)를 강제하는 것을 막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은 15일 이내에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 및 시행될 예정이다.

법안이 시행된다면 앞으로 게임 및 어플리케이션 내 유료 상품 구매 시 구글과 애플의 인앱 결제 시스템 대신 외부 결제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빅테크’로 불리는 구글과 애플 등 거대 모바일 플랫폼은 자사의 앱 마켓을 이용하는 콘텐츠 사업자에게 인앱 결제를 강제하며 막대한 수수료를 거둬갔다. 구글의 경우 내달부터 모든 어플리케이션을 대상으로 30%의 결제 수수료를 일괄적으로 적용할 것이라 밝히며 전세계 사업자들에게 큰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특히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입법화한 것은 한국이 세계 최초다. 다수의 주요 외신들은 한국이 글로벌에서 영향력을 지닌 거대 공룡 기업을 상대로 가장 먼저 규제에 나선 것에 주목하며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한국을 계기로 다수의 국가가 거대 모바일 플랫폼을 대상으로 과대 수수료 징수, 인앱 결제 강제 등에 대해 규제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CNBC는 미국 웨드부시 증권과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지금이 잠재적인 분수령이 되는 순간”이라며 “이번 법안은 구글과 같은 거대 반독점 기업을 상대로 말뿐만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에 향후 큰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역시 한국의 법안 통과 소식을 보도하며 “한국의 이런 움직임이 비슷한 법안을 발의한 미국에서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공화당의 마샬 블랙번과 민주당의 리처드 블루먼솔, 에이미 클로부샤 등 3명의 미 상원의원은 소속된 정당을 넘어서 빅 테크 업체의 인앱 결제 강제를 반대하는 ‘오픈 앱 마켓 법’을 지난달 공동 발의했다. 마샬 블랙번 미 상원의원은 한국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 법안 통과 이후 “지금이 바로 미국이 앱 마켓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나설 때다. 의회가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키기를 촉구한다”며 성명을 통해 밝혔다.

유럽 또한 이 같은 추세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 연합(EU)는 지난해 ‘디지털 서비스법’과 ‘디지털 시장법’을 발의하며 구글, 애플, 아마존 등 빅 테크 기업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이는 대기업을 상대로 자사 상품 우대금지,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자 간의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 등의 의무를 부과한 법안이다. 위반 시에는 매출의 10%를 벌금으로 부과하는 등 강력한 처벌이 뒤따른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애플은 유럽 내에서 애플 앱스토어가 아닌 외부 앱 마켓을 통한 어플리케이션 설치를 허용해야 하는 등 공정한 경쟁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법안은 현재 입법 진행 중에 있으며 이번 한국의 사례가 물꼬를 틀 가능성이 있다.

한편 애플과 구글 역시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향후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 횟수에 따른 일정 비용을 청구하거나, 앱 마켓 사용에 대한 일정 금액을 수수료로 받는 등 콘텐츠 사업자에게 매출 수수료가 아닌 다른 부분을 수익화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상민 기자 dltkdals@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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