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걱정 없이 작품 개발을 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최근 한 인디 게임업체와 인터뷰를 진행하던 도중에 나왔던 말이다. 이 업체는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는 일념 하에 업계에 뛰어들었지만, 개발을 거듭하며 너무 달랐던 이상과 현실 속에서 자신감을 크게 잃었다고 고백했다.

인디 게임업체의 자금난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인디(Indie)’라는 말 자체가 거대 자본의 영향에서 독립(Independent)된 작품을 뜻하는 만큼 항상 배를 곯을 수밖에 없다. 작품 개발이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사실상 무급 생활이기 때문에 돈을 번다는 생각 자체가 언감생심이다.

기본적으로 대다수의 업체가 평일 낮에는 생존을 위해 돈을 벌고 주말과 밤에 작품 개발에 몰두한다. 개발을 위한 공간이 있으면 좋겠지만 일부 업체들은 그 마저도 어려워 쪽방에서 작품을 개발한다. “저희 업체가 따로 사무실이 없고 작업실이 생활 공간인데 혹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해도 될까요?” 흔히 듣는 말이다.

경험과 노하우가 없다 보니 작품 개발부터가 문제다. ‘일단’ 기획을 시작하고 개발에 돌입했는데, 막상 작품 개발 중간 단계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가 없거나 생각하지도 못한 문제가 일어난다.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그렇게 작품 개발이 1년이 넘어가면 한계가 찾아온다. 애써 만든 기획과 작품의 데모 버전을 들고 공모전과 전시회 문을 두드린다. 반응이 없다. 하나의 인디 게임 꿈나무가 사라지는 것은 이렇게 쉽다.

해를 거듭할수록 인디 게임시장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 플랫폼 ‘스팀’은 지난 2020년 총 1만 263개의 작품을 출시했다. 이는 스팀이 첫 선을 보인 2003년부터 2016년까지 14년간 출시한 작품의 숫자를 전부 합친 것과 비슷한 양이다. 이 많은 작품들의 산 속에서 국내 소규모 개발업체의 작품이 눈에 띄고 성공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이 있지만 이는 실력 있는 준비된 업체에게만 열려 있는 문이다. 결국 고사 위기에 몰린 국내 인디 게임업계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모전, 자금 지원, 개발자 멘토링, 대형 쇼케이스. 어느 것 하나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최근 스마일게이트스토브에서 주최한 ‘슬기로운 데모생활’ 행사가 눈길을 끌었다. 이 행사는 매달 일정 수의 인디 게임 작품을 선정해 데모 버전을 유저들에게 공개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업체가 받을 수 있다. 피드백은 카카오톡, 디스코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특히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개발자와 유저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기회를 갖는 등 인디 게임업체가 효율적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팬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밖에도 스마일게이트는 올해부터 자체 인디 게임 공모전을 통해 재능 있는 인디 게임업체에게 상을 수여하고 선배 개발자들과 ‘밋 업(Meet up)’을 주선하는 등 인디 지원에 한창이다.

‘플레이 엑스포’ ‘인디게임 크래프트’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등 최근 다양한 인디 게임 쇼케이스를 통해 일부 작품들이 유저들과 만나고 있다. 또한 ‘새로운경기 게임오디션’ 등을 통해 지자체에서도 인디 게임 육성에 나서며 간신히 업계에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아직 빛을 보지 못한 게임들이 더 많이 유저들에게 선 보일 수 있도록 인디 게임업계에는 지금 관심이 필요하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상민 기자 dltkdals@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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