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관지서 '아편' 운운하며 대책 마련 촉구…사회분야 성과없자 게임을 도마위에

최근 증권가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해외 주식시장에서 잘 나간다는 게임주들이 요동을 쳤기 때문이다. 특히 홍콩 증시에선 최우량주로 불려온 텐센트 주가와 넷이즈 주가가 폭락에 가까운 가격 하락폭을 나타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텐센트 주가가 무려 10% 가량 떨어진 것은 상장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넷이즈 주가 역시 14% 정도 빠졌다. 

해외 주식시장과 동반 현상을 나타내는 한국과 일본 증시도 출렁거렸다. 국내 상장 게임주들이 일제히 가격 하락세를 드러냈고, 일본에 상장된 넥슨 주식은 무려 8.9% 하락했다. 이처럼 때 아니게 게임주들이 수직 하향세를 나타내자 시장의 시선은 마치 기계적으로 그쪽으로 향해 멈춰섰다.

지난 3일, 중국발 한 기사 때문이었다. 중국 공산당의 입으로 통하는 신화통신 자매지인 '경제 참고보‘는 이날 기사를 통해 일부 학생들이 텐센트의 ’왕자영요‘라는 게임에 빠져 하루 8시간 이상을 소비하고 있다며 게임을 ’정신적 아편‘ ’전자 마약‘이라고 칭하는 등 정부 당국의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매체는 그러면서 어린이들의 시력저하 문제가 최근 사회적인 이슈로 제기되고 있는 점을 상기시키며, 그 원인 또한 어린이들이 게임에 깊숙이 함몰된 때문이란 지적을 잊지 않았다. 이 기사의 요지는 게임을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해선 안된다는 것이었다.

중국 당국이 게임에 대해 아주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비단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시장 개방정책과 맞물려 중국 4대성 바람이 일 당시에는 일언지하, 말이 없었다.

적대적인 반응이 서서히 노골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정쩌민 체제 이후 들어선 시진핑 집권 이후 부터이다.

시장개방 정책에 더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예상됐던 시진핑 정권은 되레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돌아섰다. 겉으론 시장개방을 주창했지만, 뒤로는 딴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이유 역시 이같은 중국 정부의 뒷걸음치는 시장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시진핑 체제 이후 가져다 준 또다른 변화는 인터넷 정보통신(IT)업계가 과거와 달리 기를 펴지 못한채  정권눈치만 보는 등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정적인 사건은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구설로 인해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된 것이다. 시진핑 체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일컬어지는 시장 보호 정책에 대해 마윈이 마치 제동을 거는 듯 하는 행동하다가 미운 털이 박혔다는 게 정설이다. 현재 분위기로 가늠해 보면 마윈의 재계 복귀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게 현지 분위기다.

이에 대해 또다른 설이 있긴하다. 일각에선 시진핑이 자신의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이른바 군기 잡기를 시도하는 가운데 상징적 인물인 마윈이 걸려 든 것이라는 설과 시진핑이 IT 거두로 불리는 BAT(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창업자들을 거명하며 직접 손을 보겠다는 입장을 이미 집권 초기부터 측근들에게 밝힌 바 있다는 설이 그 것이다.

결국 알리바바의 마윈은 걸려들었고, 텐센트의 마화텅은 자신의 국가공헌을 다짐하며 화살을 피해갔다는 것이다. 바이두의 리예홍 창업자 역시 시진핑의 정책을 최대한 현업에 활용하겠다며 자세를 크게 낮춰 바람을 피해갔다. 현재까지는 이들의 충성 맹세가 받아들여진 것처럼 보여진다.

그런데,  당 기관지인 ‘경제 참고보’의 ‘게임 죽이기’ 기사는 그 때문에 다소 의외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서도 일각에선 시진핑의 장기 집권 연장과 맞물려 있는 조치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나름 시진핑 체제의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데, 정치, 경제 분야와 달리 내치와 관계된 사회 분야와 관련해서는 그렇게 드러낼만한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또 시진핑이 자국 청소년들의 시력 문제를 굳이 언급하고 나선 것 또한 중장년층 보다는 청년들에게 자신의 각별한 관심을 전달함으로써 얻어질 수 있는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는 게 현지 정가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중국 당국은 앞으로 게임을 어떻게 요리해서 정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과거, 중국인들이 좋아했던  ‘아편’처럼 게임을 가둬 두기엔 현실적으로 벅찬 일들이 너무 많다. 게임을 당국에서 묶는다 해도 묶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처럼 더도 덜도 아닌, 등거리 정책으로 게임산업을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 외국 판호에 대해서는 더 엄격해 질 것으로 보여지며, 판호 숫자도 상당히 제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극단적인 정책은 국부 유출이 매우 크고, 막는다 해서 막아지지 않는 게임 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중국 당국이 그같은 무모한 정책은 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중국이 아니라 대한민국 게임업계다. 우리나라의 중국 게임수출 비중은 매년 조금씩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주요 게임 수출업체인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중국수출 비중은 약 20~30%에 달한다. 여전히 높다 하겠다. 스마일게이트의 경우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판호획득을 통한 수출도 그 것이지만, 현지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또는 투자 방식으로의 전환이 적극 모색돼야 한다고 본다. 특히 이번 기회에 수출선 다변화를 꾀하는 한편, 플랫폼의 다각화도 고민해 봐야 하는 시점에 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이젠 쉽게 헤엄쳐 진입하던 중국 게임시장이 아닌게 됐다. 시진핑 체제가 청소년들을 빌미로 게임을 억누르고 있지만, 실은 그게 아니라 ‘일대일로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게임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인들, 아편이란 단어 참 좋아한다. 

[본지 발행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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