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의 게임 규제 촉구 후 기사 돌연 삭제 … 한중일 게임주 일제히 폭락ㆍ업계 사태 예의 주시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중국 관영매체가 온라인 게임을 ‘전자 마약’에 비유하며 비판하자 한·중·일 등 세계 주요 증시에 상장된 게임주들이 일제히 폭락하는 등 게임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신문 경제참고보는 “정신적 아편이 수천억의 산업으로 성장했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온라인 게임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해당 기사는 중국 내 10대 청소년들이 텐센트의 모바일 게임 ‘왕자영요’를 하루 8시간씩 플레이하는 등 게임 중독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온라인 게임에 대해 ‘전자 마약’ ‘정신적 아편’이라고 비유하며 큰 경각심을 유발했다. 또한 “어떤 산업과 어떤 스포츠도 한 세대를 멸망시키는 방식으로 발전하는 것을 허용할 수는 없다”고 강조하며 게임이 10대 청소년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경제참고보는 이 같은 10대들의 게임 중독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나서 게임업계에 규제를 가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텐센트 및 중국 게임업체를 대상으로 회사가 10대들의 건강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하는 등 게임업계에 날 선 비판을 가했다.

텐센트 '왕자영요'
텐센트 '왕자영요'

관영 매체의 보도를 계기로 중국 당국이 게임업계에 대한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일어나며 전 세계 게임업체의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기사로 언급된 텐센트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주가가 전거래일 대비 장중 10.8%까지 하락했다. 중국 게임업체 넷이즈 역시 주가가 장중 15% 이상 하락하며 큰 타격을 입었다.

국내 게임업체 역시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우려 속에서 주가에 큰 영향을 받았다. 중국 게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위메이드는 전거래일 대비 주가가 10.05% 하락했으며 펄어비스, 넵튠 등의 회사 역시 6%가량 주가가 하락했다. 일본 게임주 역시 하락했는데, 도쿄 증권 거래소에 상장한 넥슨의 주가는 오후 1시경 전거래일 대비 9%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8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며 강도 높은 규제책을 쏟아낸 바 있다. 당시 10대 청소년들의 근시 예방과 통제 실행 계획을 통해 미성년자의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고, 신규 온라인 게임의 운영 수량이 규제됐으며 연령등급 기준을 강화해 게임업계를 강하게 옥죄었다.

이후에도 중국은 지난 6월 미성년자보호법 개정을 통해 청소년의 게임 접속과 이용 시간을 90분 이내로 제한하는 등 자국 내 게임 산업을 강력하게 규제했다. 업계에서는 이날 보도된 관영 매체의 기사 역시 이 같은 중국 정부의 게임 규제 움직임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보도이후 전 세계 게임주의 폭락이 일어나자 경제참고보는 이날 오후 해당 기사를 삭제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이로 인해 텐센트와 넷이즈는 주가 낙폭을 6~7%까지 줄이는 등 어느 정도 효과를 봤으며 전 세계의 게임주 역시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향후 중국 정부에서 게임에 대한 어떠한 추가적 조치가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한편 텐센트는 이날 SNS를 통해 일련에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텐센트는 앞으로 12세 미만 청소년의 인게임 구매 금지 및 미성년자의 게임 시간 제한에 나서겠다고 개선책을 내놨다. 또한 미성년자가 부모님 등 타인의 신분으로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규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밖에도 다른 게임업체와 함께 온라인 게임 중독 방지 시스템을 개선하고, 12세 미만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 금지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히며 향후 게임업계가 큰 변화를 맞을 가능성에 놓였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상민 기자 dltkdals@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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