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다시 부는 게임 한류 (4) 유럽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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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활로를 모색하고 성장세를 거듭해왔다. 그러나 북미와 더불어 유럽 시장에서의 수출 성과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미 지역이 가장 규모가 큰 빅마켓 중 하나로 꼽히는 가운데 이와 접점이 많은 유럽 역시 함께 공략해 나가야 할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완전히 연결된 하나의 시장이라 볼 수는 없겠지만 이 같은 서구권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게 우리 업체들이 넘어야 할 벽이라는 지적이다.

중국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한국 게임이 위상을 드높여왔으나 판호 발급 지연 등으로 사실상 수출길이 봉쇄된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이 같은 북미‧유럽 시장의 개척은 더욱 중요 과제가 됐다는 평이다.

# 콘솔 우위 속 모바일 성장세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 업체들의 수출 성과 중 유럽 시장의 비중은 6%로 조사됐다. 이는 중국(40.6%), 대만·홍콩(14.5%), 일본(10.3%), 동남아(11.2%), 북미(9.1%) 등의 뒤를 잇는 6위로, 주요 권역 중 가장 비중이 낮은 수치다.

특히 유럽 시장 비중은 전년 대비 0.5%포인트 감소세를 보이며 우리 업체들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나 이 같은 난관을 극복하면 새로운 활로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또 세계 게임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살펴보면 2019년 기준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영국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앞서 4위를 기록해왔으나 영국에 밀려 5위로 차지하기도 했다는 것.

뿐만 아니라 6위부터 10위 국가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스페인 등의 순으로 나타나 사실상 유럽의 국가들이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이다.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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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 점유율에서 한국을 추월한 영국을 비춰보면, 콘솔 게임의 비중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영국 시장은 디지털 환경에서의 콘솔 게임 판매 규모가 17억 파운드(한화 약 2조 6544억원)로 전체 시장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콘솔 기기의 판매 성과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진다. 그 뒤로 모바일게임이 15억 파운드(2조 3421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온라인과 모바일에 집중된 한국 게임과는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콘솔 역시 PC 및 모바일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흐름이 크게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이를 즐기는 게이머들의 감성이나 소비 행태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평이다. 이 같이 영국 시장은 유저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 게임이 좀처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지난해는 플레이스테이션(PS)5 및 X박스 시리즈X‧S 등 최신 콘솔 기기가 발매되면서 시장 규모가 뚜렷하게 확대됐다는 평이다. 이에 앞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비롯, 닌텐도 스위치가 주목을 받게 되면서 폭발적인 수요 확대가 이뤄졌다. 코로나19로 인한 락다운 초기 스위치 기기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0% 증가했고 스위치 게임의 판매량도 215% 증가했다는 것.

또 한편으론 모바일게임이 전년 대비 21.3%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콘솔 게임 못지않은 규모의 확대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는 모바일게임에 주력하고 있는 한국 업체들의 시장 개척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평이다.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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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정 언어권 접근법도 고려
영국의 게임 시장 점유율이 우위를 차지했다는 조사도 있으나 다수의 자료에 따르면 유럽 지역에서 가장 게임 이용자 및 규모가 큰 국가로는 독일이 꼽히고 있다. 또 모바일게임 이용자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업체들이 주목해야 할 시장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코트라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독일은 게임 이용자 평균 연령이 37.5세다. 남녀 게임 인구 비중이 비슷하고 연령대별 차이도 크지 않다는 것. 이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퍼져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학교와 가정에서의 디지털 수업을 위한 5G망과 인터넷 설비 확충이 빠르게 진행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기능성 게임에 대해 우호적인 사회 분위기, e스포츠 관련 투자와 지원에 적극적이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는 평이다.

독일게임산업협회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독일 게임산업 규모는 전년 대비 32% 증가한 85억 유로(한화 약 11조 4211억원)로 집계됐다.

모바일게임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23억 유로(3조 904억원)를 기록했다. 모바일게임 평균 연령이 1.4세 증가한 38.4세로 나타났으며 여성이 52%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 규모 측면에서는 콘솔 게임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최근 모바일게임이 가파른 성장세를 거듭해왔다는 점에서 한국 게임의 도전 가능성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특히 독일 게임 시장에서는 자국 게임의 비중이 5%에 불과해 외국 게임에 익숙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 가운데 독일에서 한국 게임 및 e스포츠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인 것을 활용해 시장 진출에 적극 활용 가능하다는 게 코트라 측의 분석이다. 또 가족과 게임을 함께 즐기는 문화가 있어 학습 시장 및 실버산업과 연관해 기능성 게임 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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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영국과 독일과 비견되는 유럽 지역 게임 강국으로는 프랑스가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비디오게임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11.3% 증가한 53억 유로(한화 약 7조 1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콘솔 게임 매출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27억 유로(3조 6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시장의 51%에 해당한다. 지난해는 최신 콘솔 발매 효과에 힘입어 230만대의 콘솔 기기가 판매되기도 했다.

프랑스 시장에서 콘솔 게임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나는 한편 모바일게임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모바일게임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14억 유로(1조 9000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콘솔 게임이 기기의 판매에 따라 매년 큰 편차를 보이는 반면 모바일게임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평이다.

또 모바일게임의 수요 증가와 함께 여성 유저층도 확대되며 남녀 격차가 크게 줄어들기도 했다는 것. 뿐만 아니라 평균 연령도 39세로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는 단일 국가뿐만 아니라 언어권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벨기에, 스위스, 룩셈부르크, 모나코 등 유럽 지역뿐만 아니라 북미의 캐나다, 아프리카의 가봉, 콩고, 마다가스카르, 말리, 세네갈, 르완다 등 20여개국이 프랑스어권 국가에 포함된다는 것. 다만 프랑스어권의 경우 언어에 대한 현지화가 더욱 섬세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평이다.

이 외에도 일본 만화 및 애니메이션의 영향력이 강한 편으로, 이를 활용해 접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 상위권 고착화 극복해야
글로벌 영향력 상위권 유럽 국가에 해당하는 이탈리아, 스페인 역시 다소 차이가 나지만 콘솔 게임의 비중이 높고 모바일게임이 성장세를 보이는 양상이다. 이 외에도 유럽 지역 국가들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아 게임의 수요가 증가하고 그 중에서 모바일게임의 성장세가 뚜렷하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또 각각의 국가별 성향을 자세하게 파악하면 차이를 보이겠지만 어느 정도 공통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는 평이다. 비중이 큰 콘솔 게임의 경우 ‘피파21’ ‘콜 오브 듀티’ ‘그랜드 테프트 오토(GTA)’ 등이 동일하게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독일 및 프랑스의 경우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비롯, 닌텐도 게임 선호도가 더욱 높게 나타나는 편이다.

'피파21'
'피파21'

또 온라인게임 역시 ‘리그오브레전드’ ‘도타2’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의 인기 게임이 겹치는 편이다. 반면 모바일게임의 경우 비교적 편차가 크게 나타나는 편이다. 이는 그만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단계임을 방증하기도 한다는 것.

그러나 MMORPG가 강세를 보이는 한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 ‘포켓몬 GO’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으며 ‘꿈의 정원’ 시리즈 같은 캐주얼 게임이 매출 순위 상위권을 기록하는 중이다. ‘클래시 로얄’ ‘브롤스타즈’ 등의 슈퍼셀 게임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비교적 최근 등장한 작품으로는 미호요의 ‘원신’이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한국 시장은 수년전 MMORPG가 시장을 점령한 상황으로, 유럽 지역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RPG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유럽 지역 최상위권에서의 변화는 미미하다고 볼 수도 있다. 또 한국에서 인기 있는 게임들이 경쟁력을 발휘할 시기가 올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편이다.

그간 유럽 지역에서 인기를 끈 한국 게임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이다.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등이 꼽히고 있다.

다만 넷마블의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가 새롭게 성과를 거둔 사례로 꼽을 만하다. 이 작품은 북미‧유럽 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넷마블의 수출 효자 중 하나로 급부상하게 됐다.

특히 일본 만화 및 애니메이션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프랑스 시장에서의 순위가 비교적 높다는 것에 주목할 만하다. 한국 게임이 온전히 경쟁력을 발휘했다기보다는 현지 선호도가 높은 판권(IP)의 힘이 상당 부분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때문에 한국 업체들이 기존 MMORPG의 수출보다는 글로벌 전역에서 인기 있는 작품들과 경쟁할 작품을 내놓거나 현지에서의 인기 있는 IP를 활용하는 게 성공 방법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반면 최근 한국 게임 업체들이 북미와 더불어 유럽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엔씨소프트가 온라인게임 ‘아이온 클래식’을 북미‧유럽 시장에 론칭한 것을 비롯, 카카오게임즈가 온라인게임 ‘엘리온’의 북미‧유럽 연내 출시를 준비 중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로스트아크'
'로스트아크'

스마일게이트RPG는 아마존과 협력을 통해 온라인게임 ‘로스트아크’의 북미 및 유럽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글로벌 공룡 기업 아마존이 게임 사업 강력 드라이브의 일환으로 ‘로스트아크’를 내세워 시장에서의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는 평이다.

스마일게이트는 또 글로벌 트리플 A급 콘솔 게임을 통한 ‘올해의 게임(GOTY)’ 최다 수상을 노린다는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개발 스튜디오를 설립해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게임을 선보인다는 목표로 대작 포지셔닝 신작 개발에 착수했다. 해당 스튜디오는 ‘퍼펙트 다크’ ‘호라이즌 제로 던’ 등의 작품을 주도한 개발자들이 주축이다.

이에 앞서 올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을 통해 서구권 콘솔 게임 시장 공략의 첫 도전 타이틀 ‘크로스파이어 X’를 선보일 예정이라는 것도 주목되고 있다.

펄어비스도 PC 및 콘솔을 아우르는 ‘붉은사막’의 발매를 예고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트리플A급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넷마블의 행보도 파급력을 더해갈 것이란 전망이다. 이 회사는 최근 ‘마블’ IP를 활용한 오픈월드 RPG ‘마블 퓨처 레볼루션’의 캐나다 지역 시범 서비스(소프트론칭)에 나섰다.

또 한국 및 일본, 대만·홍콩·마카오 등에서 서비스 중인 ‘제2의나라: 크로스 월드’ 역시 벌써부터 글로벌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더한다는 평이다. 앞서 ‘일곱개의 대죄’를 통해 성공 경험을 쌓은 가운데 이를 뛰어넘는 흥행작으로의 도약이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이 한국 업체들이 북미와 더불어 유럽 시장을 향해 굵직한 작품들의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출 비중에서의 확대도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주환 기자 ejohn@tg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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