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과 불황이 엇갈려 … 외실과 내실을 함께 쌓아 나가야

코로나19가 발발한지 1년이 흘렀다.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이번 사태로 인해 사람들의 삶은 확연히 바뀌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다.

이 같은 변화에 e스포츠도 예외는 아니었다. e스포츠는 코로나19의 유행에도 불구하고 무관중, 온라인 방식으로 빠른 변화를 이루며 성공적으로 대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최근의 흥행 흐름을 지속해 나갈 수 있었으며 국제적으로 e스포츠의 위상이 제고되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e스포츠의 화려한 실적 뒤에는 큰 타격으로 인한 피해가 아직 남아있다.

# 비대면 콘텐츠 특성으로 무관중ㆍ온라인 대회 개최
코로나 시대의 e스포츠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관중과 온라인이다. 많은 스포츠들이 전례 없는 위기 상황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할 때, e스포츠는 비대면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답게 발빠른 대처를 보였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국내 e스포츠 리그인 LCK는 지난해 1월 무관중 리그 개최를 선언하며 타개책을 내놓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회를 온라인으로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선제적인 조치에 LCK는 코로나19 대유행 중에도 1년간 큰 문제없이 성공적으로 대회를 개최했다.

LCK는 2020 서머 시즌 16만 6402명의 평균 동시 접속자 수로 역대 최고 기록을 갱신했으며, 일 평균 순 시청자 수도 403만명에 달했다. 코로나19가 덮치며 관중을 받지 않았으나, 반대로 흥행 면에서는 기존보다 더욱 나아진 결과를 보였다. LCK는 2019년 대비 2020년에 뷰어십이 60% 이상 상승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흥행을 바탕으로 LCK는 2021년 프랜차이즈화를 선언하며 안정적인 리그 운영과 스폰서 및 파트너십 확보 등에 나서기도 했다.

오버워치 e스포츠 역시 지난해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글로벌 e스포츠 대회인 ‘오버워치 리그’를 개편했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아시아 디비전과 북미 디비전으로 나눠 진행하고, 많은 관중들이 들어와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홈스탠드 경기를 모두 취소하고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이와 같은 대처에 힘입어 오버워치 리그의 최종 결승전인 그랜드파이널 매치는 전년 대비 38% 증가한 155만명의 시청자를 기록했으며 중국에서 또한 139만명이 시청하는 기록을 남겼다.

구단과 선수들 역시 무관중, 온라인으로 바뀐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역 수칙을 적절히 지킨 가운데 e스포츠 선수들 대부분이 코로나19에 영향 없이 무사히 시즌을 마무리했다. 또한 무관중으로 인해 선수와 팬이 만날 기회가 사라지자 구단 및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온라인 스트리밍 및 다양한 언택트 방식의 소통 방송을 전개했다. 이러한 콘텐츠를 통해 팬들과 선수들은 지금까지도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 나가고 있다.

# e스포츠 시청 스펙트럼 증대와 위상 제고
코로나 시대를 통해 e스포츠는 큰 변곡점을 맞았다. 특히 게임과 e스포츠의 분리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윤태진 연세대 교수는 “최근 e스포츠의 추세는 전통적인 스포츠들이 ‘하는 스포츠’에서 ‘보는 스포츠’로 변화한 것과 유사한 형태를 띈다”며 “국내 스포츠 팬들이 프로야구 시청을 좋아하지만 야구를 직접 하는 것은 꺼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향은 코로나19로 전통 스포츠가 운영을 중단하자 스포츠 팬들이 e스포츠로 발걸음을 옮기며 더욱 두드러졌다. NBA와 같은 메이저 스포츠 리그들은 코로나19로 운영이 어렵게 되자 e스포츠 대회인 NBA 2K 토너먼트를 열었고, 전 경기가 대형 방송사인 ESPN에서 중계됐으며 40만명의 평균 시청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 스포츠 팬과 e스포츠 팬을 구분할 필요 또한 없어졌다.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게임은 일상이 됐지만, e스포츠는 팬덤을 통한 취미가 돼 두 가지가 확연히 분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시청자 스펙트럼이 늘어나고 기존 게임 유저층이 아닌 팬을 이끌어오게 되며 e스포츠의 위상이 한층 올라갔다. e스포츠는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며 국제적인 정식 스포츠를 향해 발돋움했다. 또한 코로나19와 같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성공리에 대회를 개최하는 모습을 보이자 많은 이들이 e스포츠의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 호황 속 불황의 그림자
하지만 무관중 경기와 온라인 진행이 계속되며 득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다방면의 e스포츠를 후원하고 중계하는 아프라카TV는 지난해 e스포츠 스타디움인 ‘아프리카 콜로세움’을 개장했다.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을 위한 넓은 수용 공간과 대형 PC방 등의 부대 시설을 갖췄지만, 아직 관중을 받은 적이 없다. 경기장 관계자는 “이제는 경기장에 관중이 들어찬 모습을 보고 싶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LCK를 운영하는 오상헌 LCK 유한회사 대표 또한 지난 3월, 강연을 통해 “최근 수많은 돈을 투자해 ‘LoL 파크’를 건립했지만 관중 수입은 물론 식음료 시설, 스폰서 체험존 등의 운영이 불가능해 적자를 고스란히 떠안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넥슨 역시 ‘카트라이더’ 및 다양한 e스포츠 행사를 진행했던 장소인 ‘넥슨 아레나’의 운영을 2020년 8월부로 종료하며 사업 다각화를 선언했다.

해외 게임산업 조사업체 뉴주는 2020년 연초 e스포츠 수익 추정치를 9억 9390만 달러로 예측했다. 그러나 10월에 발표한 조사에서 예상치를 9억 5030만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주된 이유는 여러 e스포츠 대회의 연기 및 취소에 따른 수익 감소였다. 실제로 입장 수익 및 스폰서 후원 감소, 기타 비용을 산정한다면 무관중과 온라인으로는 대회 개최 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대회에 참여하는 구단 또한 실상은 마찬가지다. 2019 오버워치 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이뤄낸 밴쿠버 타이탄즈는 2020 시즌 도중 감독, 코치진, 선수들과 전원 계약을 해지하는 초유의 사태를 벌였다. 코로나19로 인한 모기업의 재정 악화가 원인이었다. 밴쿠버는 하부 리그인 컨텐더스에서 비교적 연봉을 적게 지급해도 괜찮은 선수들로 팀을 다시 꾸렸고 결국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내 리그 역시 지난해 진에어 그린윙스가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산업의 부진으로 인해 모기업이 위기를 겪다 해체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코로나19로 인해 e스포츠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가능성과 흥행 요소를 재발굴했다. 외실을 넓히고 성장이 이뤄지는 등 긍정적인 면은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아직 불안정한 업계의 모습과 약점이 눈에 띈다. 변화한 시대에 발맞춰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도록 내실을 다져야 할 때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상민 기자 dltkdals@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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