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문화예술의 첨병 역은 게임…윤 여정 오스카 상 수상 계기로 들여다 봐야

배우 윤 여정이 올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쟁쟁한 후보자를 따돌리고 상을 수상했다고 해서 화제를 뿌리고 있지만, 그는 이미 준비된 연기파 배우였으며, 그가 언급한대로 경쟁에서 이긴 것이 아니라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가 연기를 시작한 것도 순전히 친구들을 따라 다니다 얽힌 것이라고 한다면 그에게 있어 운이란 단어는 운명과도 같은 것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그에게 안겨준 배우란 직업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화려한 스포트 라이트를 받으며 안방 극장과 영화계를 들락거렸지만 그에 대한 세간의 평은 냉랭했다. 윤 여정의 연기력을 인정해 준 이는 오로지 김 기영 감독이란 아주 독특한 인물 뿐이었다. 실제로 김 감독에 대해 영화계에서는 그처럼 실험적인 영화에 도전한 인물은 없을 것이라고 할 만큼 탐미적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 김 감독이 윤 여정을 영화 ‘하녀’에 이어 ‘충녀’의 주인공으로 게스팅 했다. 그러나 영화의 시놉시스와 윤 여정의 연기력은 높이 평가됐지만, 흥행은 그 빛을 바랬다.

윤 여정은 이후 잊어진 배우가 됐다. ‘쎄시봉’ 친구들 가운데 가장 잘난, 아니면 가장 못난 가수 조 영남과 결혼을 했고,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으로 이민을 갔기 때문이다. 그가 이번에 솜씨를 발휘한 ‘윤 여정’식 영어는 그 때 갈고 닦은 공부 덕이었다. 그리고 10여년이 흘렀을까. 그가 슬그머니 귀국했다.

이번에 상을 받은 영화 ‘미나리’는 윤 여정이 호사를 부리며 출연한 작품이다. 저 예산의 영화가 다 그렇듯, 이렇다 할 배우 이름 조차 찾아 볼 수 없는 저 예산 영화는 눈을 감고 봐도 고생이 뻔한 장르다. 또 그는 이미 생활 전선에 뛰어든 배우라고 선언한지 오래됐다. 그럼에도 외면하고 싶지 않더란 것이다.

그런 그에게 이번에도 보이지 않는 운명의 신이 찾아왔다. 아시아계 여배우로는 일본의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을 거머쥔 것이다. 대쪽 같지는 않지만, 시원스런 스트레이트성 멘트를 잘 날리는 그에게 또다시 운이란 것이 작용했다. 그의 말을 인용하면, 경쟁에서 운이란 건 존재하지만, 사전에 준비하지 않으면 그 같은 운이란 건 따라 붙지 않는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마치 미드 속 ‘왈가닥 루시’와 같은 윤 여정 덕에 한국 영화는 극적 반전을 꾀하게 됐다. 코로나 19 팬데믹(대유행)으로 악전고투하고 있는 한국영화계에 전세계 영화인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화제작 ‘기생충’에 이어 이번에 ‘미나리’가 가세함으로써 한국영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더욱이 한국영화는 3음절로 만들어진 영화 제목이어야 성공한다는 속설이 등장함에 따라 3음절로 구성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언론에선 ‘K 팝’에 이어 ‘K 무비’ 열풍이 일고 있다며 ‘K2’ 편대 띄우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불과 10 여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빚어지고 있으니까 그럴 법도 하다. 하지만 ‘K 무비’와 ‘K 팝’ 이전에 이미 ‘K 게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모르는 것이 아니라 언급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아니냐는 것이 더 현실적인 답이 될 것이다.

‘K 팝’ 바람을 지핀 이는 토니 안, 장 우혁, 강타, 문 희준, 이 재원 등 5인으로 구성된 H.O.T를 꼽을 수 있다. 이전 해외 무대에서 활동한 국내 가수들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이들만큼 혁혁한 성과를 올린 가수와 그룹은 없었다. 여기에 9인 멤버로 구성된 슈퍼 주니어와 동방신기 , '강남 스타일’의 싸이 등을 꼽을 수 있고, 그 위에 깃발을 꽂은 그룹이 다름아닌 방탄소년단(B.T.S)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활약 이전, 중국 대륙에서 그리고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홍콩 등지에서 거센 한류 바람을 일으킨 건 다름아닌 한국게임이었다. 특히 위메이드에서 제작한 ‘미르의 전설’과 넥슨에서 선보인 ‘메이플 스토리’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등 굵직굵직한 한국 온라인 게임들은 한국 정서를 알리는 문화사절의 일원이 됐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들 작품이 벌어들인 외화는 지금까지 수 조원에 달할 정도다. 디지털콘텐츠시장에서 게임만큼 외화를 벌인 장르는 지금까지 없다.

또한 한국 e스포츠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은 한국 대중 문화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K 팝’과 ‘K 무비’는 존재하나 ‘K 게임’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게임은 종합 예술이다.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한 곳으로 집대성한 장르다. 그런 게임을 굳이 억지로 감추려 하는 것은 편협하고도 치졸한 짓이다. 대중문화계도 이젠 받아들여야 한다.

‘K 팝’에 이어 ‘K 무비’가 아니라 ‘K 팝’에 앞서 ‘K 게임’이어야 하고, 게임에 대해서는 ‘멀티풀(Multiple) K 게임’ 으로 명명해서 별도로 기록돼야 한다고 본다. 그 것이 적어도 한국 대중문화 예술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면서 한류 바람을 일으킨 게임업계에 대한 아주 작은 예우이자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역할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야 대중문화가 더 윤택해 지고 풍요로워진다.

그나저나, 윤 여정, 그이는 게임을 조금이라도 할줄 알려나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배운다면 또 다른 운이 따라 붙을 것 같기도 한데....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