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중) 제도권과 업계 평행선…유저 신뢰 회복이 필수과제

연초 발생한 확률형 아이템 공개방식 논의는 장기화 수순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며 공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맞서 업계에서는 기존에 공개하지 않았던 정보까지 추가 공개하며 자율규제를 사수하는 모습이다.

제도권과 업계가 평행선을 그리는 사이 일부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발생해 유저들의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일각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사업모델(BM)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행위) 관리에 둬야 한다는 강도 높은 주장까지 하고 있다.

연초 확률형 아이템 공개 방식을 놓고 제도권과 업계의 이견이 발생했다. 제도권에서는 법제화를 통해 공식화하는 것을 주장했으나 업계에서는 자율규제를 지지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피로도가 높은 국내 유저들은 법제화 방식을 적극 지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작품이 확률 정보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증폭된 것.

# 게임업체들 확률 정보 공개 개선 나서

지난 1분기 확률형 아이템 이슈로 자주 언급된 곳은 N사였다. 이 회사의 인기작품에서 제공하는 일부 아이템 등이 문제로 지적된 것. 유저들은 보다 높은 성능의 옵션을 얻기 위해 과금을 했다.

하지만 해당 콘텐츠가 시스템 설계상 가장 좋은 성능으로 모두 채우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부여되는 확률이 달랐던 것으로 알려진 것. 이 소식을 접한 유저들은 “당초 1등이 존재하지 않는 복권판매였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회사가 유저를 대상으로 허위의 사실을 말하거나 진실을 은폐해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는 기망행위를 보였다는 것.

유저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 회사는 아이템 강화 확률 공개 및 확률형 아이템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자율규제평가위원회도 기존 캡슐형 유료 아이템 확률에 인챈트/강화 확률 등도 공개하는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을 한국게임산업협회에 제안했다.

하지만 유저들의 눈초리는 여전히 차갑다. 게임업체들이 공개하는 정보들을 못 믿겠다는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유저 불만은 단기간에 쌓인 것이 아니다. 10년 가까운 기간 누적되며 불신을 키워온 것. 게임업체가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데 있어 허위내용을 공개하거나 꼼수를 부린 사례도 많다.

지난 2018년 특정 업체들이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과징금 총 9억 8400만원을 부과 받았다.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획득 확률이나 기간, 정보를 허위로 표기해 소비자를 우롱했다는 혐의였다.

'바람직한 게임규제 모색을 위한 세미나 - 확률형 아이템과 게임광고를 중심으로’ 행사 모습
'바람직한 게임규제 모색을 위한 세미나 - 확률형 아이템과 게임광고를 중심으로’ 행사 모습

# 제도권 법제화 공개 방식 속도

이와 함께 확률형 아이템 획득 정보를 잘 찾기 어렵게 하는 꼼수도 잦게 지적됐다. 가령 게임화면 구석에 밀어 넣어 찾기 힘들게 하거나, 공개 정보를 텍스트가 아닌 사진으로 게재해 검색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 이로 인해 현재 게임업계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강화를 보는 유저들의 시선을 냉랭하다.

반면 유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다양한 법안들이 발의된 상태다. 올해 들어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법안으로만 4건이 발의된 상태다. 여당과 야당 모두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확률형 아이템 공개 법제화를 지향하고 있다.

황희 문화부 장관은 3월 게임업계와의 첫 간담회 자리에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가 하락하고 있는데, 이런 부정적 인식이 국내 게임산업 전반으로 확산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금이라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법제화를 통해 이용자의 불신을 해소하고 게임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게임업계에서는 보다 상세한 정보를 공개하며 자율규제를 지켜내려 하는 모습이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는 평가다. 게임업체들이 자율규제를 잘 지키고 있으며 꼼꼼하게 공개하고 있다면 이를 법제화로 해도 전혀 문제가 없지 않냐는 것이다.

황희 문화부 장관은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법제화 방식을 언급했다
황희 문화부 장관은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법제화 방식을 언급했다

# 유저 신뢰 회복이 선제돼야

자율규제를 주장하기 전에 유저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그간 업계가 쌓아온 행보로 결코 쉽지 않겠지만 그러기 전에는 자율규제가 공감 받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유저들의 반발이 더욱 심해진다면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법으로 공개하냐 아니면 자율규제로 공개하냐 수준이 아니라 사행산업 기준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는 것. 이렇게 될 경우 게임 및 관련 종사자에 대한 인식은 크게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업계가 제도권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저와 정치권의 요구가 거세 업계의 입장을 고수하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제도권이 규제를 강행하고자 한다면 업계가 이를 막아 낼 수도 없다는 분석이다. 과거 셧다운제, 게임결제 한도 등의 경우에도 업계가 극렬히 반대했으나 도입을 막을 수 없었다.

현재 상황에서는 게임업체들이 자사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정보를 모두 공개해도 그 정보를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의 벽에 부딪친다. 법제화 방식을 수용해 이후 유저들의 신뢰를 쌓은 후 다시 자율규제를 노리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더게임스데일리 강인석 기자 kang12@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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