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너즈 워' 이후 감감무소식 … 한중 관계 개선중ㆍ본격화 시기는 안갯속

지난해 12월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가 판호를 발급 받은 지 벌써 100일이 지났다. 당시 업계에서는 해당 작품을 시작으로 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현재까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앞서 판호 발급이 단순한 생색내기였냐며 다시 비관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업계 대부분에선 한중 관계가 지속적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가 중국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만큼 게임의 차례도 멀지 않았다는 전망을 제시 중이다.

판호는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한 일종의 허가권이다. 발급받지 못하면 현지에서 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다. 하지만 국산 게임은 지난 2017년 초 사드 배치 갈등에 따른 한한령으로 3년여간 발급받지 못해왔다. 이에 따라 글로벌 빅마켓 중 한 곳인 중국을 그저 지켜만 봐야 했다.

# 판호, 빗장은 풀렸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가 외자판호를 발급 받는데 성공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3년여간 막혀있던 중국 빗장이 풀렸다며 곧 본격적인 허가가 이뤄질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후 2월 펄어비스의 아이슬란드 자회사 CCP게임즈, 인디 개발업체 핸드메이즈를 제외하곤 별다른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중국의 판호 발급이 생색 내기용 일회성 행보였냐며 비관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리니지2 레볼루션’ ‘검은사막’ 등 국산 게임들의 경우 이미 수년간 판호 발급을 대기하고 있던 상황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올해 들어 한중 사이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긍정적 전망을 내놓는 목소리도 크다.

실제 지난 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통화를 하고 “’한중 문화교류의 해’ 정식 시작을 문 대통령과 함께 선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은 “비핵화의 실현은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중국은 문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며 적극 지지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2월에는 국내 방송사인 KBS가 중국중앙방송총국 CMG와 방송교류를 통한 한중 양국의 공감대 강화를 위한 협력을 체결했다. CMG는 CCTV 등을 포함한 중국 최대 미디어 그룹이다. 협정을 통해 두 방송 그룹은 뉴스를 비롯한 프로그램 제작과 미디어 기술, 콘텐츠 시장 개척을 위한 사업 분야 등에서 전면적 협력을 갖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2017년 한한령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문화 콘텐츠 교류 재개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가 판호 발급 빗장을 풀었다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가 판호 발급 빗장을 풀었다 

# 외교 이어 문화교류까지 속도

업계에서는 CCTV가 중국 국영방송이라며 한국과의 교류에 대해 현지 제도권의 허가가 이뤄진 것으로 봤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 콘텐츠 수출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본 것. 여기에 영화 ‘승리호’의 중국 극장 개봉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업체들도 향후 변화에 주목하며 사업전개를 준비하고 있다. 중견업체 위메이드는 올해 ‘미르4’의 중화권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부터 중국까지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는 것. 지난 4분기 실적발표 당시 이 회사는 ‘미르4’ 중국 파트너 협상과 관련해 제일 좋은 조건이 좋은 파트너를 찾는 과정이라며 다음 분기 내에는 실제 계약으로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시장 진출길이 재개되면 특정 업체가 수혜를 입는 수준이 아니라 국내 게임산업 전반의 분위기가 개선될 것으로 봤다. 중국이 미국, 일본과 함께 글로벌 빅 마켓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9년 중국은 글로벌 게임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1위인 미국과의 격차는 매년 줄어드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 게임산업의 주류인 모바일 부문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전세계 1위 시장을 형성했다. 판호 발급 기대감으로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판호 발급 본격화가 이뤄질 경우 국내 산업 전반에 분위기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 한중 외교ㆍ문화 마찰 등 변수 작용 우려

다만 향후 판호 발급이 이뤄지며 중국 시장 진출길이 열리는 것과 국산 게임이 중국에서 흥행하는 것은 별개라는 의견이다. 이미 중국의 게임 개발력 등이 한국을 크게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개발자 확보 등에서도 절대적인 우위를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는 개발인력이 부족해 게임업계를 포함한 IT업체들이 잇따라 연봉인상에 나서며 인력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인력을 모아도 중국 중소업체 수준의 개발자 확보도 쉽지 않다는 것. 아울러 김치, 한복 등 전통 문화 문제를 놓고 현지에서 반한 감정이 커진 점도 변수다.

업계에서는 당초 판호 발급 중단이 이뤄진 것이 외교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향후 전망 역시 외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봤다. 연초부터 시작된 한중 관계 지속회복이 이어진다면 기대감을 높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시 판호 발급은 요원해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미국에서 중국 견제에 속도를 내기 시작해 우리나라의 셈법이 복잡해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내 배치된 사드의 업그레이드도 거론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판호 문제의 경우 외교와 관계된 부문이 많다”며 “당장 다음달에 풀리거나 계속해서 풀리지 않더라도 모두 이상하지 않은 미지수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다만 이러한 불확실성에도 거대한 중국 시장이 워낙 매력적이라 관심을 놓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더게임스데일리 강인석 기자 kang12@tgdaily.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