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상) MMORPG 편중화로 국산 게임 공백 커져 … 외산 게임 대체불가 현상 심화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시장 주류로 자리매김한 모바일게임의 열기가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추세다. 반면 MMORPG의 강세가 지속되며 상위권 대부분을 차지하는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와 같은 캐주얼 게임의 성공 사례가 나타나며 장르 다양화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어몽어스’ ‘폴가이즈’ 등과 같은 게임이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는 것과 비교하면 국산 게임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시각도 적지 않은 편이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트렌드를 주도하게 되는 것은 만의 하나 같이 드문 사례지만 도전을 멈춰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은 편이다. 이미 RPG 장르 외에는 외산 게임들의 공세에 속수무책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수록 우리 업체들이 경쟁력을 쌓지 못하며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모바일게임의 성장세가 계속되며 점유율이 확대되는 추세다. 그러나 비단 모바일게임뿐만 아니라 PC 및 콘솔 플랫폼에서 돌풍을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트렌드의 성공 사례 등장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맞물려 ‘어몽어스’ ‘폴가이즈’ 등 여럿이 함께하는 파티 게임이 두각을 나타내 주목을 받게 됐다. 이는 기존 게임을 즐기지 않던 유저층이 대거 유입되는 새로운 트렌드로 우리 게임업계의 행보를 되돌아보게 했다는 평도 적지 않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의 지난해 모바일 앱 마켓 분석 자료.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의 지난해 모바일 앱 마켓 분석 자료.

# RPG 매출이 절반 이상
우리 업체들은 지난 수년 간 온라인게임 및 유명 판권(IP)을 활용한 모바일 MMORPG의 성공에 사활을 걸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같은 전력투구를 통해 다수의 인기작이 탄생했고 이와 비견되는 성공을 향한 노력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에따라 주요 마켓 매출 순위 상위권을 보면, 절반 이상이 MMORPG가 차지하고 있다. 이 중 벌써 수년 간 순위를 유지하며 장기 흥행세를 기록한 작품들도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RPG를 제외한 다른 장르의 경우 국산 게임의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배틀그라운드’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저력을 과시한 것도 3년을 넘어섰으나 아직 이에 비견되는 작품이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것에 우려의 시각도 나오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모바일 앱 마켓의 게임 매출은 상위 10개 작품이 전체 49.9%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1~3위가 37.2%, 4~10위가 12.7%의 비중으로 상위의 쏠림 현상이 계속됐다.

또 RPG 장르 매출이 67.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략 장르가 9.6%를 차지한 것을 제외하면 퍼즐, 캐주얼, 카지노 등 다른 장르들의 비중은 5%를 넘기지 못해 사실상 영향력이 미미한 상황이다.

글로벌 빅마켓인 미국과 더불어 유럽 시장에서는 ‘캔디 크러쉬 사가’를 비롯, ‘꿈의 정원‧집’ 등의 캐주얼이나 퍼즐 게임이 매출 순위 상위권에 다수 포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략 및 카지노 등이 강세를 보여 한국과는 비교가 된다는 것.

국내에서는 RPG 장르에 대한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중소업체가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은 편이다. 이 같은 격차가 계속되면서 시장에서의 공백을 채우지 못하고 외산 게임들에게 내줄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운명의 사랑: 궁'
'운명의 사랑: 궁'

# 소재 ‧ 트렌드 경쟁력 뒤처져
RPG가 아닌 다른 장르에서의 인기작을 살펴보면, 대부분 외산 게임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RPG 다음으로 많은 매출 비중의 전략 게임 역시 이 같은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라이즈 오브 킹덤즈’ 및 ‘S.O.S: 스테이트 오브 서바이벌’ 등의 전략 게임은 상위권에 안착한 상황이다. 이 외에 중상위권에서도 삼국지를 비롯, 팬터지, 범죄, 좀비 등 다양한 소재의 전략 게임을 다수 찾아볼 수 있다는 것.

국산 게임으로는 ‘캐리비안의 해적: 전쟁의 물결’ ‘크로스파이어: 워존’ 등을 선보인 조이시티가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조이시티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작품을 꼽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전략 게임에 수요는 사실상 외산 게임들이 주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모바일게임 시장의 성장이 계속됨에 따라 단순 하나의 장르로 정의할 수 없는 복합적인 게임성을 갖춘 작품들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보다 다양한 타깃층으로부터 호응을 얻기도 했다는 평이다.

궁중 배경 게임들이 중상위권에 다수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게 단적인 사례다. 궁이나 황제 등을 내세워 로맨스 이야기가 전개되는 한편 정실 및 후궁 등의 갈등이 RPG 전투처럼 진행되는 게임들의 수요가 계속되는 중이다.

이들 작품은 캐릭터 의상을 꾸미는 요소를 비롯해 성우 연기를 통한 스토리 게임의 몰입감, 캐릭터를 성장시켜 상대를 압도하는 성취감 등의 재미를 모두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국산 게임은 이 같은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외산 게임에 모두 내주는 처지에 가까운 실정이다.

이들 작품은 의상을 비롯해 대사 등의 현지화가 이뤄져 사극 느낌을 살리고 있기 때문에 얼핏 보면 국산 게임으로 착각할만하다. 그러나 그 외 곳곳에서 외산 게임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대체할 만한 국산 게임이 마땅치 않은 편이다. 결국 한국 업체들이 더 잘 다룰 수 있는 소재조차 외산 게임에게 뺏겨왔고 점차 격차가 벌어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트렌드로 여겨지는 게임의 수요에서도 국산 게임으로의 대체 가능성은 희박한 편이다. ‘제5인격’과 같은 비대칭 서바이벌이나 ‘메타버스’의 대표격으로 급부상한 ‘로블록스’와 같은 샌드박스 등도 최신 트렌드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나 이와 경쟁할 상대가 없다는 것이다.

모바일뿐만 아니라 ‘어몽어스’ ‘폴가이즈’ 등과 같은 다양한 플랫폼을 아우르는 파티 게임 역시 지난해 인기 몰이를 해왔으나 국산 게임에는 이와 비교할 만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편이다.

'쿠키런: 킹덤'
'쿠키런: 킹덤'

# 카러플 ‧ 쿠키런 등 가능성 제시
때문에 RPG 장르에서 가장 많은 매출이 발생하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왔으나 이 같은 수요를 전체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이용자 규모나 이용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배틀로얄, 샌드박스, 캐주얼 및 퍼즐 등의 장르가 RPG 못지않게 많은 유저들이 즐기고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RPG 장르가 연령층이나 성별 등의 측면에서 쏠림현상이 나타난다는 것도 주목해야 할 만한 부분이다. 이들과 다른 유저층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외산 게임과의 격차는 점차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는 넥슨의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가 주목을 받으며 이 같은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이 작품은 론칭 직후 주요 마켓 최고 매출 순위 3위에 올랐으며 지난해 사용시간 기준으로도 5위를 차지하는 등 흥행세를 기록했다.

특히 론칭 초반 10대 유저층의 비중이 46.5%를 기록하는 등 기존 MMORPG 장르와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트랙 숙지, 드리프트 테크닉 등을 통한 실력 기반의 승부가 10대의 취향과 맞아떨어지면서 차별화된 성공 사례를 보여줬다는 것.

올해 들어서는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킹덤’이 최고 매출 4위에 오르는 등 가파른 흥행세로 화제몰이 중이다. 마을의 건물을 건설하고 재료를 생산하는 SNG 요소와 캐릭터를 성장시켜 전투를 진행하는 RPG의 재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다양한 유저층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이 작품은 글로벌 1억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한 ‘쿠키런’ 판권(IP)을 활용해 세계관을 확대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앞서 달리기 게임 등 캐주얼 장르에서 기반을 쌓아온 폭넓은 유저풀을 성공적으로 가져왔으며, 수집형 RPG와의 결합으로 장기적인 라이프사이클까지 기대해볼만하다는 분석이다.

이 같이 지난해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와 올해 ‘쿠키런: 킹덤’은 MMORPG 비중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새로운 수요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또 이를 계기로 변화의 흐름이 계속될 것이란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들 작품 역시 기존 인기 IP의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후발주자의 등장 효과 측면에서는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흥행 사례는 보다 다양한 유저의 취향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경험을 쌓는 기회라는 점에서 앞으로 시장에서의 반향을 기대해볼만하다는 것이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주환 기자 ejohn@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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