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상)유저 신뢰 잃은 게임 사업 모델 .… 위험경고 이미 수 차례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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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게임 업계안팎에서 확률형 아이템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다. 게임업체들은 기존과 같은 자율규제를 주장하는 반면 제도권에서는 법제화를 통한 확률 공개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은 특정 업체만이 아닌 대부분의 게임업체가 사용하고 있어 그 파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간 게임산업에 호의적인 입장을 보였던 유저들 역시 이번만큼은 제도권의 편을 적극 지지하며 각 업체들을 지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수 많은 경고 신호가 있었다며 게임업계 대변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사행성 우려 내포된 사업모델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회사가 정한 확률에 따라 유저가 투입한 가치보다 더 높거나 낮은 가치의 아이템을 판매하는 사업모델(BM)이다. 유저가 과금을 통해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고 내용물을 확인하기 전까지 구성품을 알 수 없다.

가령 일반 등급 아이템이 70%, 고급 등급 20%, 희귀 등급 8%, 신화등급 2%로 설정돼 있다면 해당 상품을 1회 구매할 때 2% 확률로 신화등급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이름 외에도 캡슐형 유료 아이템, 뽑기 아이템, 랜덤박스형 아이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이 같은 설계로 인해 확률형 아이템은 유저가 반복해서 구매하기 쉽고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우려를 가졌다. 가령 신화등급 아이템 하나를 100만원에 판다면 유저들이 해당 아이템을 적극적으로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획득확률을 2%로 설정해 1회 2만원에 판매한다면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가격은 100만원이지만 유저 구매가 더욱 잦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이 같은 BM을 보이는 것은 빠칭코, 뽑기 등 도박 분야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확률형 아이템에 장기간 유저들의 피로도가 쌓였고 각 업체가 자율적으로 공개한 확률도 불신하는 상황이 됐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4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진 이후 수 차례 문제 제기된 바 있다. 당초 제정된 법률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내용 등이 포함되지 못했다. 당시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급작스럽게 법이 만들어지며 실제 업계의 환경과 괴리가 발생한 것이다.

2000년 후반부터 확률형 아이템이 사행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점차 힘을 얻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정우택 전 의원(당시 새누리당) 확률형 아이템 확률 및 구성품 정보를 의무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발의되자 업계는 그제서야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했다.

#확률 공개 법안 꾸준히 발의

2016년에는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같은 해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확률형 아이템의 게임 내 표기는 물론 10% 이하 확률을 판매하는 게임의 청소년이용불가등급 부여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당시 공개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시행 현황’에 따르면 2015년 7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총 158개 업체들이 자율규제를 시행한 가운데 17%만이 게임 내에 확률을 공개했다. 나머지 83%에 해당하는 업체들은 대표 페이지 방식을 선택해 유저들이 확률을 제대로 알 수 없도록 했다.

다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자 업계는 2016년 자율규제 개선을 위한 정책협의체를 발족시켰다. 2017년 7월부터는 현재와 같은 강화된 자율규제 시행이 이뤄지고 있다.

2018년에는 국회에서 ‘게임의 사행성 문제로부터 이용자보호 포럼’이 이뤄졌다. 주요 업체 대표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불려가 해당 업체 대표작이 사행성을 조장하지 않고 있냐는 질문도 받았다.

이러한 확률형 아이템 이슈는 지난해부터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2020년 정부는 게임산업 진흥 종합 계획을 발표하며 확률정보 등 법제화 내용을 언급했다. 12월에는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화를 포함한 게임법 전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커질 때마다 업계는 자율규제 강화로 대처했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커질 때마다 업계는 자율규제 강화로 대처했다. 

#누적된 피로도에 유저 폭발

올해 들어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게임법 전부 개정안’이 산업 진흥이 아닌 규제에 무게가 쏠렸다며 국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여기에 3월 유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일명 컴플리트 가챠를 금지하는 법안도 발의한 상황이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한 두 해가 아닌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업계의 의견서 발표는 유저들의 불만이 폭발하는데 기폭제 역할을 했다. 당시 협의는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의견서에서 “사업자들의 예측가능성을 저해하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 “대표적인 영업비밀” “변동확률을 가지고 있어 개발자들도 그 확률의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곧바로 논파되며 유저들의 관심이 들끓어 올랐다. 확률형 아이템 대표적 영업비밀이면 그 동안 공개해온 정보는 무엇인지? 잘 지키고 있다면 왜 법제화에 반대하는지? 변동확률로 확률을 조작하는 것인지? 등의 반론이 나온 것. 여론이 악화되자 협회는 오타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정정 자료를 보냈으나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업계에서는 그간 논란이 커질 때마다 자율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무마했다. 그러나 제도권과 유저 그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유저들의 피로도와 불신은 깊어져만 갔다. 근래 운영에 대한 불만 트럭시위로 표출하고 있는 가운데 확률형 아이템도 목표가 된 것이다.

이상헌 의원은 “확률 공개는 이용자들이 원하는 최소한의 알 권리”라며 “하다못해 강원랜드 슬롯머신도 당첨 확률과 환급률을 공개하고 있다. 이런 판에 협회와 업계가 이마저도 끝끝내 거부하고 다른 수단을 통해 법제화를 막는다면, 우리 게임산업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데일리 강인석 기자 kang12@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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