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불법과 편법 부추기는 부작용 우려 … 국부 유출 불 보듯

새해가 시작되면서 정부에서 예고한 특금법(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있어 새해는 생존의 갈림길에서 무엇이든 결정을 해야 되는 해다. 3월 시행을 앞두고 벌써 몇 군데 거래소는 폐업을 하거나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만 들려오고 있다. 정책 당국에서 의도했던 암호화폐 고사를 위한 거래소 퇴출작전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듯 하다. 

비트코인이 2,600만원을 기록했던 2017년 말을 전후로, 빗썸이나 업비트의 성공을 꿈꾸며 거래소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특별한 심사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 통신판매 사업자 신고만으로 운영할 수 있다보니 100여 개가 넘는 거래소들이 우후죽순 식으로 개설됐다. 

이후 암호화폐 가격 폭락과 정부의 규제책으로 인해 상당수가 사라졌고, 지금은 60여 개의 거래소가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금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면 살아남을 곳은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금감원이 원하는 ISMS 보안기준 충족과 투자자 신원 확인을 위한 개인별 은행 가상계좌 발급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거래소 중 ISMS 인증을 취득한 거래소는 대형 거래소를 포함해 10여 곳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개인 가상계좌 개설과 관련해서는 몇몇 거래소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답이 없다. 금융 당국 조차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책임을 은행에 떠넘기는 등 발을 빼는 모습이다. 은행의 선택은 불을 보듯 뻔하다. 어떤 은행이 정책당국의 의중에 반하는 결정을 할 수 있겠는가. 벌집계좌로 운영을 하고 있는 중소 거래소들은 바람 앞 촛불과 같은 신세가 됐다. 

그렇다면 이들은 모두 사라질까?
이대로라면 많은 거래소가 문을 닫겠지만 그렇다고 전멸하지는 않을 게 분명하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법인을 해외로 옮길 수도 있으며, 거래소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유사 업종으로 변경해 암호화폐 파생상품을 다루거나 P2P 중개로 전환해 생존을 유지할 수도 있다. 

생존을 위한 비즈니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한 발 뒤에서 따라오는 규제를 피해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비즈니스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업계는 제도권 흡수를 기대하고 있지만, 개인 가상계좌 발급을 은행에 떠넘기는 꼼수까지 동원하는 옥죄기에는 당할 재간이 없다. 유난히 암호화폐에만 날 선 칼을 들이대고 있다.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가상자산 관련 산업은 이미 글로벌 산업으로 정착했다. 2차 랠리를 시작한 비트코인은 3천만 원을 훌쩍 넘어 4천만 원을 바라보고 있다. 여전히 급락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튤립 광풍과 비교되던 2017년 말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17년 말의 광풍을 주도한 것은 개인투자자들이었지만, 지금은 세계적 투자기관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판이 달라진 것이다. 페이팔의 암호화폐를 이용한 결제 계획과, JP모건의 암호화폐 JPM 상용화,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의 암호자산거래소 설립 등은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억만장자로 잘 알려진 스탠리 드루켄밀러나,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 블랙독 CEO 래리 핑크, 펀드매니저 출신의 CNBC '매드머니' 진행자 짐 크레이머 등은 가상자산에 대한 대표적 비판론자였다. 그러나 최근 "금보다 비트코인이 더 낫다"거나, "코로나시대 화폐혁명의 승자", 또는 "금보다 안전한 비트코인"과 같은 발언을 서슴치 않고 있다. 이전과 아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놀라게 할 성공적인 블록체인 기술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지만 금융, 통신, 물류, 의료 분야에 블록체인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단순히 제2의 암호화폐 붐이 아니라 블록체인이 실제 산업에 접목되면서 불가분의 관계인 암호화폐도 그 기반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초기 암호화폐 투자 열풍에 화들짝 놀라 규제에만 매몰돼 있는 정책당국의 정서는 과거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애쓰는 도전적인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은 외면한 채 여전히 고사작전만 펴고 있다. 한마디로 규제라는 틀에 얽매여 대세를 역행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

규제 우선주의 정책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거래소로의 탈출을 부채질 할 것이고, 살아남은 국내 거래소는 단지 원화 환전을 위한 별볼일 없는 창구로 전락할 게 뻔하다. 거래소와 투자자들의 해외 엑소더스는 국부의 유출이며, 우리가 쥘 수 있는 암호화폐 경제 패권을 고스란히 외국에 넘겨주는 결과를 낳고 말 것이다. 

바이낸스나 후오비 등 대형 외국 거래소들은 블록체인 산업 발전과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와 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과연 국내 거래소들에 이런 노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런 마당에 외국 거래소의 내국인 대상 영업까지 규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정책 당국의 시대와 동떨어진 태도에 한숨만 절로 나올  뿐이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보완재이며, 투자 수단으로 이미 자리를 잡았다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에서만  옥쥔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특금법의 본래 취지가 자금 세탁방지에 있다면, 그에 맞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규정을 정하면 될 일이다. 굳이 중소 거래소들의 생사 여탈권까지 좌지우지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본다. 

IT 강국에서 블록체인 강국으로, 또 바이오 강국으로 이어지는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과 확장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으로는 절대 실현되지 않는다. 예컨대 전폭적인 지원은 바라지 않지만, 숨막힐 것 같은 규제의 대못들은 뽑아 버리라는 것이다. 지금은 네거티브 정책이 아닌 포지티브 정책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런 시대가 아니다. 순리대로 그냥 내버려 두라는 것이다. 

[더게임스데일리 고상태 미디어신산업부 국장 qkek619@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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