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의 게임의 법칙] 한콘진 원장 선임 둘러싸고 부잡음…안목과 조정능력 뛰어난 인물을 보고싶다

2008년 초, 이 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전 정부와의 불협화음으로 잔뜩 움츠려온 재계의 움직임은 한층 더 빨라졌다. 중도 실용주의를 표방하긴 했지만, 대기업 프랜드리 성향을 갖고 있는 이 명박 정부의 신 경제주의에 부푼 꿈을 안고 그에게 성큼 달려 간 것이다. 결국 4대강 정비 사업이란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토목 프로젝트를 거머쥐게 되지만, 정권이 바뀐 후 그 황금 궤라고 믿어왔던 국토 정비 사업이 자신들의 목을 옥죄는 올가미가 돼 돌아올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반면 공기업 및 정부 산하기관은 대기업들과 달리 정권 이양이 되기 무섭게 된서리를 맞았다.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 작업으로 대규모의 통폐합이 이뤄졌고, 산하 기관들은 여지없이 그 대상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특히 문화 단체 기관의 통폐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비등했으나  이 명박 정부는 가랑곳하지 않고 강력히 밀어 붙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한콘진)이란 거대한 공룡이 탄생한 것은 이같은 이 명박 정부의 뚜렷한 이유도 없는, 말 그대로 블도저식 밀어 붙이기로 인해 잉태된 것이나 다름 아니었다.

2009년 5월 게임산업진흥원, 문화콘텐츠진흥원, 방송영상산업진흥원, 소프트웨어 진흥원 일부 사업부문, 문화콘텐츠지원센터 등 5개 기관은 한 울타리에서 살림을 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물리적 통합은 가능했을지 몰라도 화학적 결합은 쉽지 않았다. 잦은 삐걱거림의 소리가 이어졌고, 균열조짐은 이쪽저쪽에서 일어났다.

이 재웅 초대원장은 정치권의 몫으로 분류돼 내려진 인사 결과였지만 , 교육계에서 줄곧 몸을 담아 온 인물이었다. 그는 기관 통폐합 결정에 대해 문화의 융복합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취해진 결정이라며 기관의 통폐합의 불가피성을 설명했지만, 문화산업계 안팎의 반응은 아주 싸늘했다.

뒤이어 청와대 홍보수석을 역임한 언론인 출신 홍 상표 원장이 부임한 이후에도 한콘진은 자리를 잡지 못했다분위기가 한마디로 어수선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의 리더십은 의외로 뛰어났다. 부임하자마자 그는 부지런히 산업계를 찾아 다녔고, 정부와의 관계도 무난했다. 그는 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역점을 뒀다. 그리고 의외의 실적도 나타냈다. 연임 얘기가 나온 것은 그즈음이었다. 연임에 성공한 그이지만 임기를 끝내 다 채우질 못했다. 박 근혜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물러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콘진은 내부적으로는 화학적 결합을 이루진 못했지만, 컨트롤 타워에 대한 불신은 빚어지지 않았다. 초대 이 재웅 원장이 낙하산 인사이긴 했지만 합리적인 업무 스타일에, 상징성과 무게감이 있었다. 홍 상표 원장 역시 정치부 기자를 역임한 언론인 출신임에도 문화산업에 대한 인식과 지식이 해박했다. 부서별 성과를 요구했지만, 결과만 가지고 따져 묻질 않았다. 합리적인 감각의 소유자였다.

균열의 파열음이 본격적으로 들려온  것은 송 성각 원장이 부임한 이후였다. 그는 광고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였다. 그쪽에선 상당히 알려져 있었고, 평판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그런 그가 국정 농단의 주범인 최 순실, 차 은택과 연결돼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은 그가 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얼마되지 않은 때였다. 그렇잖아도 문화산업계를 대표하는 기관장으로서 함량이 떨어진다며 산업계의 원성이 자자할 무렵이었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불미스러운 일로 연루돼 낙마했다.

이후 한콘진은 사실상 무주공산이 됐다.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한참을 부원장체제로 살림을 꾸려 나갔다. 그리고 새 원장으로 부임한 이가 김 영준 이란 아주 낯선 인물이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공연기획 분야에서는 아주 탁월한 실력자로 꼽혔다. 그리고 정권과 맞닿은 인물이라고 소개되기도 했다.

한콘진 내부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대외적으로는 그런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내년도 한콘진 예산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도 그의 기획 솜씨에서 나온 것이라는 평도 나오지만 거기까지다. 그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그가 원장 연임을 꾀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한콘진은 문화산업계를 대표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그 덩치의 비대함으로 인해 여러 문제점을 지적받고 있다일각에선 한콘진을 지난 2009년 이전으로 다시 돌려 놓는 것이 합리적인 발전 방안이라며  세포 분열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콘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게임계도 다르지 않다. 게임계는 문화산업계와는 거리가 있는 게임을 떼서 독립적인 기관으로 출범할 수 있도록 문 재인 정부가 힘을 써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한국 게임산업의 제 2의 도약을 위해서는 이 같은 방안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이같은 현안들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인물이 한콘진의 새 원장으로 발탁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일각에선 김 영준 현 원장의 연임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능력이 있고, 객관적인 실적이 그러하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절차 역시 투명하고도 합리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말 그대로 공명정대하게 처리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들려오는 얘기는 그렇지가 않다.

굳이 이 자리에서 이 정부의 핵심가치인 정의와 공정을 언급하고 싶지 않다. 따라서 정부가 말을 맞추고 시기를 저울질하며 슬그머니 이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고는 믿고싶지 않다.

한콘진은 산업계에서 보면 친정과 같은 곳이다. 따라서 컨트롤 타워 역시 그 급에 맞아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현안들이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켜 있을 땐 빼어난 기량의 신진 인사보다는 조율과 앞을 내다보는 포용력 있는 인물이 더 낫다. 그것이 고루한 선택이라고 할지라도 경험은 비켜가지 않기 때문이다.

                    [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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